온라인 학습 환경에 대한 긍정적 행동과 경험 형성이 중요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0일째 네 자릿수를 기록하며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학기 전면 등교를 강조했던 교육부의 계획과 다르게 방학 동안 타지역 방문을 비롯해 가족, 지인과 접촉을 통한 숨은 환자가 확진을 받으며 코로나19가 급속히 재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불안감이 다시 커지는 가운데 학교들이 2학기 '전면 등교' 수업방침을 철회하고 있다.

2학기엔 전면 등교를 기대했던 학생과 학부모는 다시 시작된 온라인 개학과 수업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미뤄지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했던 작년 4월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다시금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학교와 교사, 학생, 학부모는 불안하기만 하다.

학생들은 이미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학교와 담임, 과목 선생님들에게서 수시로 오는 문자와 전화에 의존해 처음 접하는 온라인 수업을 1년 반 동안 받으면서 학습 결손과 학습 장애를 충분히 경험했다. 온라인 수업 적응도 문제지만, 학습이 불안하다 보니 내신성적을 결정하는 평가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기만 한다.

다시금 온라인 수업을 해야만 하는 현재 상황에서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성공적인 온라인 수업과 학습을 위해 미리 알고 대비하며 준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점검이 필요한 때다. 또, 등교 수업 주간에는 대면 수업 상황에서 학습과 평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학교 차원의 고민도 필요하다.

경험에 의하면 사실 학생들은 대면 수업에서도 수업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유급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학습 상태와 무관하게 시간이 지나고 수업일수만 채우면 학년이 올라간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나이와 학년에 맞는 학습 성취를 이루지 못한 학습 결손 상태로 저절로 상급 학교에 진학하며 학습 결손을 계속 누적하게 된다.

온라인 수업이 최근 몇년 동안 '학생 중심 수업', '배움 중심 수업'을 강조하며 수업 혁신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거나 환경적 요인에 의해 들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전화나 문자로만 상담 및 학습으로 유인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 중엔 온종일 연락 두절인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교사는 애간장이 타들어 간다. 부모에게 SOS를 해 보지만, 부모 역시 바빠 연락이 안 되거나 자녀를 통제하지 못해 속수무책인 경우엔 아무리 좋은 콘텐츠와 교사의 열정이 마련돼 있어도 허사다. 그래서 교사들은 학부모가 자녀 교육에 관심을 두고 함께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문제는 부모가 부재인 상태의 집에서 무방비 상태로 자유가 허용돼버린 채, 적당히 포기하고 무기력하게 자신의 소중한 청소년 시기를 맡겨버리는 수동형 학생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적절히 좌절하면서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학습에 의지도 없고, 부모의 관심을 잔소리로만 치부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자녀와, 싸우기 싫어 될 대로 돼라고 포기하는 부모가 늘어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코로나19 상황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 및 다양한 학습 방법을 혼합해 진행하는 블렌디드 학습으로 주목받는 온라인 수업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러자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온라인 수업과 학습자의 특성 및 관계 등을 면밀히 파악해 학습 결손을 예방하고 학습 격차 해소를 위해 우리 모두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

미디어 세대인 학생들에게 온라인이라는 매체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서 학습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학습은 매체 특성상 대면 학습 상황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학습 의지가 있어야 '학습'이 가능하다. 또, 학생들의 학습 동기가 충분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학습 동기를 갖추지 못하고, 어떻게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할지 모르는 채로 수업이 시작됐다.

피아제(Piaget)의 인지발달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인지발달은 환경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적응과정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온라인 학습이라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인간은 새로운 상황에서 일관성과 안전성을 이루려고 시도하며, 이는 계속된 동화와 조절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피아제 이론에 기반해 유추해 보면 온라인 수업 환경과의 접촉에서 학생들의 긍정적 행동과 경험을 형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온라인 학습에 임하는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 환경과 상호작용에 적응하는 힘부터 길러야 한다.

따라서 선생님과 학부모는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이라는 상황에 동화되고 스스로 조절하고자 하는 의지를 기르도록 꾸준히 동기를 유발해야 한다.

지금 학교는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번갈아 진행하는 일명 블렌디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은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 그리고 다양한 학습 방법을 혼합하여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빠듯한 수업일수 안에서 선생님들은 온라인 수업에서 내용을 가르치고, 대면 수업에서는 평가를 진행하며 학생들의 학업성취 극대화를 위해 노력한다. 온라인 수업을 잘 들어야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자녀의 성공적인 온라인 수업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자. 우선, 자녀에게 온라인 수업에서도 내신성적을 챙겨야 하고, 인지적·정의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것부터 알게 하자. 아무리 회사 일로 고단하고 힘들어도 하루 중 자녀와의 대화 시간을 꼭 마련해 온라인 수업에 관해 질문하고 이야기 나누자. 온라인 수업을 잘 들어야만 하는 이유를 원활한 대면 수업이나 평가와 연결 지어 동기를 유발해도 좋겠다.

개리슨·앤더슨·아처는 온라인 수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집중해서 학습에 참여하는 상태인 '학습 실재감'을 높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습 실재감'은 학생이 능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하고, 결과적으로 유의미한 학습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귀가 솔깃해지는 얘기다. 교사와 부모는 학생들이 '학습 실재감'을 갖도록 애써야 한다.

수업 내용을 일일 학습 플래너에 간단하게 기록하게 하여 칭찬 도장을 주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할 기회를 적절히 주는 등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을 때 적절한 보상과 칭찬을 해주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 아이가 학습에서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큰 성과를 보았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 어떤 보상보다 스스로 학습 성취감을 경험했을 때가 학생들에겐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됐다.

부모님의 욕심에 하루를 공부로만 채우도록 하는 것은 아이에게 큰 독이 된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동안은 학교에 등하교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넉넉해진 시간에 1일 일정 분량의 독서를 하게 하거나, 아이가 잘하는 취미활동이나 특기를 키우는 시간을 일정 시간 할애해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갖게 해줘야 한다. 그 시간을 통해 마음의 힘을 키워 온라인 수업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이번엔 집중력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아무리 집중하고 싶어도 다음과 같은 사례의 요인이 있다면 아이는 수업에 집중하고 싶어도 집중할 수가 없다.

온라인 수업 중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는 '내 아이가 온라인 공부에 대한 피로감이나 집중력이 부족해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밤에 일찍 자도 심한 낮 졸림증이 지속된다면 10대 청소년기에 많이 발병하는 '기면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낮에 심한 졸림증이 3개월 이상 지속한다거나, 수업 시간 중 일주일에 4번 이상 자거나, 낮잠을 2~3시간 이상 잔다면 병원에 가서 기면증 검사를 해봐야 한다.

ADHD와 같은 주의력 결핍 증상을 가지고 있는 아이도 온라인이든 오프라인 수업에서 아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 또한 병원 가기를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간과하여 아이를 학습부진아로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 아이가 집중력이 약하거나 주의가 산만하다고 느낀다면 하루라도 빨리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아이가 힘들지 않게 학습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비단 교육의 3주체(학생, 학부모, 교사)만은 아닐 것이다. 학생들의 '역량 키움 교육'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키우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 모든 기관 및 단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업과성장연구소 신을진 교수의 말처럼 이제 우리는 "온라인 수업에서도 배움이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와 같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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