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명에게 물었습니다] 유명인 폭로, 정의(JUSTICE)일까 돈(MONEY)일까?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폭로에 죄 없는 이들이 울고 있다

박윤미 기자 | 기사입력 2021/08/20 [16:40]

[O명에게 물었습니다] 유명인 폭로, 정의(JUSTICE)일까 돈(MONEY)일까?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폭로에 죄 없는 이들이 울고 있다

박윤미 기자 | 입력 : 2021/08/20 [16:40]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과 이야기들을 골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습니다. 그동안의 일방향 보도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들과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뉴스입니다. 예민한 사안의 경우 의견을 주신 분들의 성함을 닉네임으로 대신하거나 블러 처리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폭로] 알려지지 않았거나 감춰져 있던 사실을 드러냄. 흔히 나쁜 일이나 음모 따위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이른다.

[저격] 일정한 대상을 노리어 잘못을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일.

 

점잖고 예의 바른 이미지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개그맨 P씨의 화면 밖 생활이 세간의 화제다. P씨의 연예계 활동 매니지먼트를 도왔던 친형과의 100억 원대 소송, 그리고 그가 반려하는 검은 고양이와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의 주인공이 된 아내까지, P씨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P씨의 연예계 활동 30년사에 대중으로부터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은 때가 또 있었을까.

 

P씨가 이렇게 핫한 까닭은 일차적으로 친형과의 금전으로 인한 불화가 알려지면서다. 이후 소송 소식이 전해졌고, 여기까지 대중들은 P씨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상황은 금세 반전됐다. 연예기자 출신인 보수파 유튜버 K씨가 P씨와 친형 간 빚어진 송사에 P씨의 아내 D씨를 링 위로 끌어올리면서다. P씨에게서 지난 30년간 볼 수 없었던 사생활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연예계 사정에 능하고, 취재원 많기로 유명한 K씨는 그간 많은 연예인과 정치인 등 '유명인'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도해왔다. P씨 폭로 전에는 정치인 K씨, 배우 H씨, 가수 K씨 등 이름만 대면 누구라도 알 만한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제아무리 톱스타라도 '꺼리'가 있으면 피해 갈 수 없다.

 

유튜버 K씨는 폭로 콘텐츠를 공유할 때마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라며 "(나는) 그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유튜브 영상 아래에는 그의 안위를 걱정하고 후속 취재를 응원하는 댓글도 많지만, 개인 사생활에 대한 폭로를 불편해하는 시청자들의 비난 그리고 해당 연예인의 열성 팬들의 인신공격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그는 '폭로하는 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소·고발을 운운하는 쪽은 K씨다. 그는 "법으로 싸우면 자신 있다"는 말도 자주 한다. 그만큼 자신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다.

 

개그맨 P씨는 며칠 전 "유튜버의 말이 사실이면 연예계에서 아예 은퇴하겠다"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유튜버 K씨의 말은 거짓이라고 주장함과 동시에 30년간 몸담았던 연예계를 걸 정도로 억울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때 정상을 찍었던 한 걸그룹의 전 멤버 K양은 리더였던 S양에게 10년간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며 그 일화들을 적나라하게 까발렸다. K양은 S양의 괴롭힘에 정신과 약을 먹고 있으며, 몇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는 충격적인 일들까지도 밝혔다. K양의 이 같은 폭로에 S양은 연예계를 떠났다. 사실상 방출에 가까운 것이었다.

 

지난해 초에는 잘생기기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유명 남자배우들의 사생활이 세간에 드러났다. 이 사건은 배우 중 한 사람의 휴대폰이 해킹되면서 시작됐다. 따지고 보면 개인 휴대전화에 들어있던 대화 내용을 당사자 동의도 없이 몰래 폭로한 이가 불법을 저지른 범죄 사건이다. 그러나 대중의 시선은 연예인들이 은밀하게 나눈 대화에 쏠렸다. 사생활로 치부하기에 그 수위가 너무 높았다. 인물 좋은 두 남자배우는 그때도 지금도 유부남이다.

 

그간 대한민국은 위에 나열된 사건 외에도 미투, 빚투 등으로 '폭로'를 함께 감당해 왔다. 많은 대중이 피해자라고 밝힌 폭로자들의 말에 귀 기울여 왔으며 그들이 당한 억울함과 수모에 위로와 응원을 보냈다. 같은 경험을 가진 이들은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연대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대중은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경험치를 쌓았다.

 

유튜브를 즐겨 본다는 박세미(30대·여) 씨는 "연예인, 정치인 걱정은 하지 않는 거라고 하더니 요새 이 말이 더 와닿는다"며 "개인적으로는 폭로하는 이들이 엄청난 용기를 보여준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다들 속아 넘어갔을 것을 그들을 통해 알게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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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의 말대로 대중은 폭로자들의 입을 통해 유명인들의 검은 속내를 보고 있다. 그러나 사건이라는 것은 순기능만을 남기지 않는다.

 

얼마 전 한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중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여학생의 다급한 SOS 글이 게시됐다. 글에는 "정말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했다"며 "친구가 내 비밀을 다른 친구들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도와 달라. 죽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포털사이트에 '폭로'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지식을 공유하는 카테고리에서 위 학생과 비슷한 사연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글 작성자들은 주로 친구, 선배, 연인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협박받고 있다고 했으며, 그들이 가진 고민은 가정불화(가계 형편) 및 부모의 이혼, 친구를 흉본 일이나 이성과의 스킨십 등이었다.

 

한 10대 여학생은 몸캠 사건에 휘말린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 여학생은 가족과 학교에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에 괴로웠다는 유서를 남겼다. 

 

10대만이 폭로의 위험에 노출된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이 이뤄지는 집단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도 믿었던 애인이나 친구 동료 등에게 폭로 당하는 세상, 그리고 그 폭로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생겨나는 지금의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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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원(40·여) 씨는 이러한 지점을 가리켜 "폭로도 저격도 하지 않아야 할 일이지만, 하더라도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누군가의 목숨이 달린 문제일 수도 있는 게, 수치심과 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하려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 아닌가.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서의 폭로는 살인이 아니라 스스로 살인하게 만드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언론들이 누군가 누구를 폭로한 일을 가지고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기사를 생산해내고 있다"며 "폭로가 거짓이었을 경우 언론을 신뢰하는 대중은 폭로를 사실로 믿게 된다. 아주 위험한 일이다"고 말했다.

 

최 씨의 말대로 폭로는 폭로 당사자 개인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공익성'을 띠었을 때라야 미투 빚투와 같이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공익성은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결코 돈이 공공의 이익 앞에 놓일 수 없다. 간혹 금품을 욕심내 개인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결국 부메랑이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일들은 일어나고 있다.

 

유명 유튜버나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폭로해 인기를 끌었던 유튜버 J씨는 최근 역저격을 당해 잠시 쉬다 복귀한 케이스다. J씨가 타 유튜버들을 저격할 때마다 그에게는 많은 팬이 생겼고, 그만큼 후원도 늘었다. 그러나 폭로에 염증을 느낀 많은 시청자는 등을 돌렸고, 그동안 저격당한 유튜버들이 더는 참지 않고 J씨를 고소하거나 저격하는 일들이 생겼다. 그는 사과 영상에서 잘못을 빌었지만, 대중은 "폭로, 저격도 자격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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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20대·남) 씨는 "남 얘기하는 콘텐츠가 너무 많다. 어떤 유튜브는 케케묵은 옛날 일들까지 소환하더라"며 "잊히고 싶어서 은퇴했던 연예인들까지 왜 건드리는 건지 모르겠다. 결국 인기를 얻어서 구독자 수 늘리려고 하는 거 같은데 나중에 자신이 저격당하는 일도 있더라. 남의 말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의 여자친구인 이지원(20대) 씨도 같은 생각이다. 지원 씨는 "별로 관심 없던 연예인인데 폭로 터지면 저절로 관심이 생긴다. 근데 가끔은 '내가 이걸 왜 알아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털어놨다.

 

폭로하는 이들이 공익을 앞세웠더라도 그에 앞서 저격 대상자에게 금품을 요구했거나 다른 방식의 협상을 제안했다면 이는 분명한 불법이며 명백한 폭력이다. 대한민국 형법 제283조에는 협박죄에 대해 이렇게 명시돼 있다.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최근 많이 들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조 1항)'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일'인데, 이러한 행위를 한 사람에게 법원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의 벌금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공익을 위해 누군가의 행동을 대중에게 폭로했다고 해도 '허위사실 유포죄'에 해당할 수 있다. 재판은 증거를 들고 다투는 일이다. 때문에 정확한 증거 없이 '~카더라' 하는 소문을 냈다가는 형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의거, 처벌받을 수 있다.

 

MBC에서 '휴먼다큐'를 연출했던 유해진 PD는 2018년 5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에 동명의 배우 유해진 씨에 관한 글 하나를 썼다.

 

그 글에는 "유해진 씨는 2010년 휴먼다큐 사랑 '붕어빵 가족' 편의 내레이션을 흔쾌히 맡아 주었다. 그리고 방송 후 어느 날 출연자 가족이 사는 집에 갑자기 찾아가 아이들과 놀아주고 맛있는 거 사 먹으라며 큰돈을 전해주고 돌아갔다고 한다. 이후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찍을 때도 차승원 씨가 해주는 맛있는 요리를 먹다가 아이들 생각이 난다며 연락해 또 큰돈을 보냈다고 들었다"며 "유해진 씨의 인간미는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인연을 맺고, 깊은 속 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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