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독서의 장점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연일 34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늘도 서울을 비롯해 대부분 지역이 33도를 웃돌아 잠깐의 걸음에도 땀을 흘린다. 날씨가 더우니 신체 리듬도 정상이 아니다. 더위를 피해 가까운 카페에 갔다. 일사병, 열사병 같은 단어들을 찾아보며 여름을 이겨내기 위한 상식을 쌓던 중 뒷자리에서 흥미로운 내용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목소리가 들렸다. 몸을 뒤로 젖혀 소파에 최대한 기댄 채 귀는 쫑긋 목소리를 향했다.

"영수야, 동전 옆면에 왜 톱니 모양이 있는지 알아?"

"동전 옆면에 톱니가 있어?"

이렇게 시작된 두 아이의 대화 내용은 나의 집중력을 완전히 정복해버렸다.

(아이의 이야기 내용) 과거 화폐를 처음 만들었을 때, 화폐의 재료는 금과 은이었다. 그런데 금과 은은 귀금속이라 동전을 만들면서 동전의 가장자리를 깎아내서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국가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동전 가장자리를 조금만 떼어내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동전의 옆면에 톱니 모양을 새겼다고 한다.

동전 옆면이 톱니 모양이었나? 카드를 주로 쓰다 보니 동전을 만져본 지 꽤 오래돼 갑자기 동전을 만졌을 때의 감촉이 기억나지 않았다. '몇십 년 동안 동전을 사용했었는데 내가 그동안 관찰력이 부족했었구나. 그리고 그토록 오래 사용하던 물건이었는데 사용 안 한 지 얼마나 됐다고 감촉까지 잊어버리다니...' 살짝 자괴감을 느끼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몸을 더 뒤로 기대었다.

오늘날에는 금과 은으로 돈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동전의 아름다움과 품위를 위해 톱니 모양을 새긴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톱니 모양은 시각 장애인에게는 특히 많은 도움을 주는데, 동전 옆면을 만졌을 때 톱니가 있고 없고에 따라 반질반질하거나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동전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 동전 중 5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에는 톱니가 새겨져 있고, 10원짜리 동전에는 톱니가 없단다. 50원짜리에는 톱니 개수가 109개, 100원에는 110개, 500원에는 120개가 새겨져 있다는 얘기를 들으며 동전에 대한 이런 정보가 있었다니 그저 놀랍기만 했다. 아이는 이어서 맞은편 아이에게 또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그럼 너, 동전 만드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아?"

맞은 편 아이도 나도 대답을 못 한 채 아이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동전은 보통 구리로 만드는데 재료의 가격에 따라 달라지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아이가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재료의 가격에 따라 해마다 약간씩 달라지기는 하는데 대략 10원짜리 동전 1개를 만드는데 30원, 50원짜리는 38원, 100원짜리는 51원, 500원짜리는 70원이 든다는 얘기다.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한 참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이야기꾼이 누구인지 궁금해 뒤를 돌아보니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두 아이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아이가 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는 편이고, 앞에 앉은 아이는 나처럼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다가 단편적인 대답을 하거나 궁금한 것을 물어보곤 했다. 옆 테이블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인지 자신들의 수다 도중 잠깐씩 아이들에게 시선을 던지며 흐뭇한지 미소를 짓곤 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가 이런 정보를 어디에서 얻었을까? 궁금해졌다. 그러다 아이가 들고 있는 책에 눈이 갔다. 책 제목을 보니 '공부머리가 좋아지는~' 뭐 이런 제목이다. 아이가 책 사이에 손가락을 넣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그 책 안에 방금 들은 이야기가 실려있는 것 같다. 아이는 분명 책에서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덧붙여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 제목 키워드를 넣고 검색하니 2003년에 나와 절판된 책이 있다. 아이는 이 책을 읽고 친구에게 퀴즈를 내듯이 질문을 던져가며 이야기를 한 것이다. 아이가 들고 있는 책에 시선을 머무르는 동안 '어? 저 책은 우리 집에도 있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서재에 들어가 책꽂이를 살피다 같은 책을 찾았다. 오래전에 우리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사 준 책이 아직 그대로 있었다.

동전 만드는 비용은 2003년 4월에 한국은행에서 제공한 정보였다. 18년이나 지났는데 지금은 동전 만드는 데 얼마의 비용이 들까? 호기심이 생겨 인터넷에서 '동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란 내용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2019년 제공된 정보가 가장 최신의 정보였는데, 10원짜리 동전을 만드는데 10원이 오른 40원이 든다고 돼있다. 구릿값이 올라 조금씩 오른 모양이다.

책을 꺼낸 김에 마저 읽기 시작했다. 내용이 새로운 걸 보니 아이에게 읽으라고 사 주고는 정작 나는 읽어보지 않은 책이다. 책에는 동전 이야기를 비롯해 109가지의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는데 내용이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어른인 나도 모르는 고급스러운 정보들이 많다. 물론 시의적으로 뒤떨어지거나 변화된 내용도 있지만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을 내용이다.

카페에서의 뜻하지 않은 즐거운 소득으로 다시금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책을 읽음으로 인해 얻게 되는 좋은 점은 아무리 강조하고 되새겨도 지나침이 없는 것 같다. 호기심으로 읽은 책이 호기심을 더 발휘하게 해 또 다른 책을 읽게 하고, 카페에서 본 아이처럼 말하기를 잘하는 사람으로도 만들어주고, 사고력과 논리력도 길러줄 것이다. 또, 인생을 꿈꾸게도 해주고, 지혜와 지식도 갖게 해줄 것이다.

수능 시험과 논술 시험의 출제 경향을 분석해보면 점점 국어, 사회, 역사, 수학, 과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통합하고 융합적으로 연결해 응용할 수 있는 사고력을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둔다. 아마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이 그러하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여 독서는 책을 통해 여러 분야의 다양한 지식과 상식을 섭취해 융합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읽지 못했던 책을 읽는 것은 새로운 친구를 얻는 것과 같고, 이미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은 세상을 떠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과 같다."

중국 육조시대 말기의 문학가인 안지추의 말이다. 오늘은 수많은 독서 명언 중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코로나와 폭염을 이겨내는 지혜로운 한 방법으로 시원한 음료와 과일, 먹거리와 함께 친구를 얻고 만나는 시간을 추천한다.

키워드

#한경화 칼럼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