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게] 3대째 이어지는 고소함

믿음직한 기름으로 신뢰받는 '화성기름집'

강나은 기자 | 기사입력 2021/07/20 [15:45]

[백년가게] 3대째 이어지는 고소함

믿음직한 기름으로 신뢰받는 '화성기름집'

강나은 기자 | 입력 : 2021/07/20 [15:45]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 백년가게: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곳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평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점포.

 

가까운 곳, 어쩌면 허름해서 그냥 지나친 곳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왔고, 어쩌면 100년 넘게 이어질 우리 이웃은 가게를 운영하며 어떤 사연을 쌓아 왔을까요. 힘든 시기에 몸도 마음도 지친 소상공인은 물론, 마음 따뜻한 사연 있는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 화성기름집 최연화 대표(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기름은 다른 게 없어요. 그냥 정직하게 좋은 깨를 선별해서 정직하게 짜는 게 노하우라면 노하우예요. 물론 오래 기름을 짜다 보니 깨를 더 볶기도 하고, 덜 볶기도 하고, 어떻게 짜야 맛있는지 연구를 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정직하게 잘 짜는 거죠."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다 보니, 기름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좋은 재료로 짠 기름은 맞는지, 혹여 다른 이물질이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 따지고 따져야 한다. 하지만 40여 년 전부터 그 진정성을 인정받은 화성기름집에 찾아오는 단골들 얼굴에는 조금도 그런 의심이 자라나지 않는다. 아버지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성심성의껏 지금까지 지켜온 정직함을 믿기 때문이다. 

 

▲ 기름 짜는 모습(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수몰민의 마음 둘 곳, 방앗간에서 기름집으로


 

화성기름집 1대 장완식, 조성자 대표는 청풍에서 농사를 짓던 시골 농부였다. 땅을 갈고, 고추를 심던 그가 자신처럼 아끼던 땅을 떠나야 했던 이유는 청풍댐 때문이었다. 청풍댐이 지어지면서 그의 땅은 수몰지가 되었고, 그 역시 수몰민이 되었다. 농사를 모두 접고 어딘가로 떠나야 할 때, 그는 방앗간을 떠올렸다. 고추 농사를 지으면서 그나마 자주 오가며 봤던 모습이 있으니 조금이나마 익숙한 곳에서 생계를 꾸려야겠다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40여 년 전, 성남 모란시장에 자리를 잡은 부부는 세를 얻어 고추방앗간을 냈다. 가진 것 없이, 노하우도 없이 시작하려니 힘든 점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나마 힘이 된 것은 2대 장찬규 대표였다. 처음 방앗간을 시작하던 시기부터 아버지를 따라 힘에 부치는 일을 묵묵히 책임져오던 아들이 있었기에 부부는 가게를 지킬 수 있었고, 부부가 가게를 떠날 때 역시 2대 장찬규 대표를 믿고 가게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렇게 2대 장찬규 대표와 최연화 대표가 함께 본격적으로 화성기름집을 운영한 지도 어언 21년이 지났다. 40여 년간 기름만 짰던 장찬규 대표는 다른 길을 걸어본 적이 없었다. 사업자등록증이 아버지 명의로 되어있을 때 당시에도 일은 대부분 장찬규 대표가 해왔기에 노하우가 오롯이 농축되어 온 것이다.

 

그렇기에 더 이상의 수식어도 필요 없을 정도로 누구보다도 기름을 '잘', '정직하게' 짠다. 그래서일까. 모란시장에서는 기름 검사를 주기적으로 하는데, 단 한 번도 불합격 판정을 받아본 적이 없을뿐더러 항상 최고 점수를 기록한다. 이물질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농도가 약한 건 누군가의 검사가 아닌 자기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직하게 기름을 짜려고 해도 유혹이 거셀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올해 같은 경우에도 들깨 값이 이전 들깨 값보다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작년에 비가 한 달 동안 내내 오는 바람에 참깨, 들깨 농사가 정말 안됐어요. 그나마 국산 깨를 대체할 상품이 중국산인데, 이번에는 중국도 농사가 안돼서 중국산조차도 들어오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판매할 때 가격이 비싸져서 마음이 불편하죠. 특히 장사하시는 분들께는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잘 드려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함을 지켜가는 것, 이것은 쉽다면 쉬운 일, 어렵다면 어려운 일이다. 

 

▲ 다양한 약기름(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건강식품처럼 마시는 약기름 


 

모란시장 내 참기름, 들기름을 파는 곳은 흔하디흔하지만, 그중에서도 화성기름집에서는 참기름과 들기름은 물론, 특별한 이들을 위한 흔치 않은 약기름도 짜낸다. 바로 홍화씨 기름, 살구씨 기름, 피마자 기름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그 이름마저도 낯설지만, 아는 사람들은 안다는 건강식품인 약기름이다. 관절이 안 좋으신 어르신들에게는 홍화씨 기름, 기관지가 약해서 가래가 끓거나 천식이 있는 이들에게는 살구씨 기름, 변비로 말 못할 고민이 가득한 이들에게는 피마자 기름이 특효약이다. 

 

"건강식으로 먹으라고 친한 동생이나 친구들한테 홍화씨 기름을 보내주기도 해요. 특히 다리 아프다는 친구들에게 보내주면 좋아하더라고요."

 

약기름은 식전에 한 수저씩 따라 마시는 기름으로, 음식에 양념으로 넣어 먹는 참기름, 들기름과는 먹는 방법 역시 다르다. 이러한 특별한 기름은 판매하는 곳도 흔치 않은데, 화성기름집에서는 약기름들도 직접 짜고, 직접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사러 왔다가도 약기름까지 여러 병 사가는 이들도 많다. 여기에 고춧가루, 깨소금, 선식까지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으니 기름·가루류의 백화점이나 다름없다.   

▲ 화성기름집 전경(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3대째 대물림되는 가업, 3대째 대물림되는 단골


 

40여 년간 한길만 걸어왔기에 장찬규 대표를 믿어오고 있는 단골들도 적지 않다. 1대 대표 때부터 이 집 참기름, 들기름만을 써왔다는 거래처 대표들 역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2대에게 가게를 물려주었고, 3대 역시 가게를 물려받을 준비를 시작했다. 이미 경영에서 뒷전으로 물러난 1대 대표가 2대, 3대 대표에게 강조하는 맛집 비결 중 하나가 바로 화성기름집 기름이다. 

 

"솔직히 양념이기 때문에 다른 기름집으로 바꿔도 되는데도, 늘 한결같이 대물림해서 이용해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이러한 거래처뿐만 아니라 개인 단골이신 할머니, 할아버지들 역시 자식들을 먹이겠다며 배낭을 메고, 줄을 서서 이곳에서 기름을 짜서 가곤 한다. 마트에서 산 기름으로는 친정엄마의 맛이 안 난다며 친정엄마와 함께 이곳을 찾는 주부들도 많다. 

 

그런데 개인 단골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발길이 조금 뜸해진 편이다. 자식들이 걱정되는 마음에 다니시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기에 어르신들은 쉽게 이곳을 찾아오지 못하고, 젊은 단골들 역시도 늘 줄을 서던 모습을 기억해 쉽게 이곳으로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성기름집은 워낙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있기에 코로나19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편이다. 

 

"저희는 비슷한 편이에요. 코로나 때문에 다들 어려운데, 아직은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나마 저희는 잘 이겨내고 있어요. 항상 단골분들에게 감사하죠."

 

1대가 운영하던 화성기름집에는 기름집으로 직접 찾아오는 손님들이 주 고객층이었다면, 2대 대표는 이곳으로 찾아오는 손님과 인터넷 판매 손님 모두가 고객층이었다. 하지만 3대 대표가 이끄는 화성기름집은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고객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시대가 바뀌고 나니까 젊은 사람들이 굳이 여기까지 기름을 사러 안 와요. 이제 대물림이 되면 아들은 온라인 위주로 더 발전시켰으면 좋겠어요."

 

아들 장원준 씨는 직장을 다니다가 가업을 잇겠다는 다짐으로 기름집에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해내고 있다. 마치 20여 년 전 장찬규 대표의 모습이 되풀이되는 듯하다. 

 

40여 년, 3대째 정직으로 짠 기름은 오늘도 유리병 안에 진한 농도로 담기고 있다. 다만 이곳을 찾아오지 못하더라도, 먼 곳에서라도 참기름, 들기름의 진한 정직함을 맛볼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3대 대표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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