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마다 치매 환자 2명 시대 온다...치료제 개발 절실


(팝콘뉴스=이준호 기자)* [이준호의 노후낙낙]은 올바른 노후생활을 위한 시니어 문화를 진단합니다. 낙낙은 즐겁다는 樂樂의 의미와 '넉넉하다'는 뜻, 노후를 노크한다는 Knock Knock의 중의적인 표현입니다.

지난달 7일 발표된 미국발 뉴스 한 줄은 전 세계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 검증에 있어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제약회사 바이오젠(Biogen)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을 사용 승인했다는 소식이었다. 치매와 알츠하이머로 고통받는 세계의 수많은 환자와 그 가족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었다.

이 아두헬름은 알츠하이머의 발생 원인이며, 증상 악화에 관여하는 불용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단백을 뇌 조직에서 제거하는 효능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발생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병의 증상을 일시적으로 개선해 줄 뿐이었던 기존 치료제들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말 그대로 치매 치료 시장에서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국제알츠하이머병기구는 세계 치매 환자 수가 2030년에는 7600만 명을 넘고, 2050년에는 1억 3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로 인해 치매는 이미 사회문제가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됐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전국치매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2030년에 127만 명, 2050년에는 271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통계청의 2050년 우리나라 인구 전망은 4774만 명으로, 이를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5.7%가 치매환자가 된다는 셈이다. 쉽게 설명하면 40명쯤 승차하는 시내버스 1대당 치매 환자가 2명씩 타고 있다는 뜻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주목 받았던 이 알츠하이머 아두헬름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최근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신약의 승인 과정에 있다. FDA 자문위원회는 승인 결정에 앞서 투표를 통해 약물 승인에 반대 의견을 표했으며, 자문위 소속 의사 3명은 지난 3월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을 통해 승인 반대 의견을 거듭 표명하기도 했다. 이 3명은 자문위원회를 사임했다. 이렇게 아두헬름 승인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면서, 외신에 따르면 지난 12일 FDA는 미 보건복지부 감찰국에 자신들의 승인과정에 대한 자진 감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방 대상도 축소됐다. 사용 승인을 받을 당시 처방대상은 일반 알츠하이머 환자로 모든 환자가 대상이었지만 지난 8일 FDA는 처방지침을 변경해,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 혹은 경증환자로 처방대상을 변경했다.

높은 약값도 문제다. 이 약을 개발한 바이오젠은 치료제 아두헬름의 가격을 연간 5만 6000달러 수준으로 책정했다. 우리 돈으로 6천만 원 수준인 셈으로, 일반인이 부담하기에는 너무나 큰 금액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젠의 일본 협력사이기도 한 제약회사 에자이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lecanemab)도 지난달 24일 FDA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됐다. 치료를 위한 사용승인 단계는 아니지만, 아두헬름처럼 신속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는 단계다. 레카네맙 역시 아두헬름과 같이 뇌 속의 아밀로이드 단백을 제거하는 기전을 갖고 있으며, 병원을 찾아야 하는 정맥주사 방식이 아니므로 가정에서도 쉽게 투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자이는 국내에서도 시판 중인 치매치료제 아리셉트의 제조사로도 유명하다. 에자이의 일본 본사는 지난 7일 조직개편에 관한 인사를 발표했는데, 글로벌 전략 부서와 치매 전략 부서의 신설이 눈에 띈다.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한 자신감을 추측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라이 릴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을 진행 중인 항체 치료제 도나네맙(donanemab) 역시 레카네맙과 같은 날 FDA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았다. 도나네맙은 임상시험 결과 다른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물질보다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게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개발은 쉽지 않다. 우리가 코로나19 백신 제조사로 친숙한 세계적 제약사 화이자와 얀센, 노바티스 등도 개발 중 임상을 중단했을 정도다. 워낙 기대 수익이 큰 분야다 보니 잡음도 많다. 치매 치료제 시장은 2024년 13조 5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때도 비슷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모더나는 백신 개발 과정에서 임원들이 자사주 판매를 통해 수익을 실현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없어선 안 될 백신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진척도를 살펴보면 실마리는 찾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치매 치료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건국대학교 신경과 한설희 교수는 아두헬름의 승인 후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는 크나큰 희망이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며, "진단 및 치료 비용의 문제가 떠오를 것이고, 경제적 불평등이 치료의 불평등으로 나타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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