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화 칼럼] 말하기 능력은 밥상머리에서 기르자

대화가 있는 식사 문화 만들어야

한경화 편집위원 | 기사입력 2021/07/07 [11:37]

[한경화 칼럼] 말하기 능력은 밥상머리에서 기르자

대화가 있는 식사 문화 만들어야

한경화 편집위원 | 입력 : 2021/07/07 [11:37]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주말에 가족과 한식당에 다녀왔다. 토요일인 데다 브런치를 즐기는 요즘 사람들의 시간에 얼추 맞는 12시. 생선구이를 선택해서 먹을 수 있고, 샐러드바를 이용해 반찬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가격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아선지 식당 안은 코로나의 걱정 속에서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QR코드 인증을 받고 손 소독을 한 후 우리 가족은 한쪽의 빈 테이블을 찾아 앉았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눈은 샐러드바를 찾으며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보게 됐다. 다섯 살쯤 된 남아를 옆에 앉힌 엄마와 맞은 편에 앉아 밥을 먹는 젊은 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또, 중학생쯤 보이는 딸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함께 식사하는 가족도 눈에 들어왔다. 식당 안은 친구나 친지들과 함께인 몇 테이블을 빼고 자녀와 함께 식사하는 가족 테이블이 대부분이었다. 

 

시선은 다섯 살 된 아들과 밥을 먹는 테이블에 멈췄다. 아이 앞에 스마트 패드가 놓여 있었고, 아이의 눈은 그 패드에 붙박이처럼 고정돼 있었다. 엄마는 자기 밥을 먹으며 한 번씩 번갈아 숟가락에 반찬을 얹어 아이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아이의 손이 불편한가 싶어 살펴보니 두 손 역시 패드에 고정돼 있다. 식사하는 내내 한마디 말도 없이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는 엄마, 패드에 시선을 고정한 채 기계적으로 밥을 받아먹는 아이. 

 

엄마는 자기 밥 먹으랴, 아이의 입맛에 맞는 반찬을 골라 숟가락에 얹어 아이에게 먹이느라 정신이 없는지 전혀 말이 없다. '아이에게 뭐라고 말이라도 걸어주지. 아이 손으로 직접 밥을 먹게 하지' 하는 아쉬운 생각을 잠시 하다가 맞은 편에 앉아 밥을 먹는 아이 아빠에게 시선이 멎었다. 핸드폰을 잡은 왼손 팔꿈치를 테이블에 올리고 왼쪽 엄지손가락으로 핸드폰을 조작하며 오른손으로는 밥을 먹는다. 시선은 반찬을 집는 잠깐 잠깐의 시간을 빼고는 대부분 핸드폰에 고정돼 있다. 역시 말이 없다.

 

또 다른 테이블. 중학생쯤 보이는 딸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함께 식사하는 가족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반찬을 골고루 먹으라고 짧게 권유하는 엄마를 제외하고 아들과 딸은 핸드폰에 시선을 뺏긴 채 한마디 말없이 밥을 먹는다. 아빠는 그런 아이들을 간혹 쳐다보지만, 그저 묵묵히 밥을 먹는다. 아내와도 대화를 주고받지 않는다. 시선이 가끔 부딪치는데 이내 아무렇지 않게 피하고 숙제를 하듯이 음식만 열심히 먹어치운다. 

 

요즘은 식당 어디를 가나 외식을 나온 가족들에게서 이런 풍경은 흔히 볼 수 있다. 분명 가족들이 함께 식사하러 왔는데 대화는 거의 없고, 각자 핸드폰에 시선을 뺏긴 채 식사를 하는 모습이 많다. 가족과의 식사 시간에는 항상 미주알고주알 사소한 일에서부터 고민거리나 결정 사항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 구성원의 생각이나 의견 등을 교류하는 식탁 문화에 젖어있는 나에게는 그런 가족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과거에는 밥상머리에서 말을 했다가는 크게 꾸중을 듣는 시대도 있었다. 밥을 먹으며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도 있었고, 음식물을 입에 넣은 채 말을 하는 것이 보기가 싫다거나, 혹은 말을 하다가 입속 음식물이 튀기라도 하면 더럽다고 생각해 식사 중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부담, 대화를 나눠야 하는 부담이 작용해서 외롭더라도 혼자서 밥을 먹는 혼밥족이 느는 것일까?

 

가족은 한솥밥을 먹으며 살아온 사람들이므로 위생 면에서는 조금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대는 맞벌이 가정이 많고 아이들도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가족이 모두 바빠졌다. 밥을 같이 먹거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가족 해체니 가족 간의 이해 부족이니 하며 가족의 의미와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 이러할 때 '대화가 있는 식사 문화'를 통해 가족이 음식도 함께 먹고 즐겁게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을 확보하면 좋겠다.

 

학교에서 '저는 말을 잘하지 못해요', '저는 발표하는 게 두려워요', '토론하는 시간이 제일 싫어요'라며 말하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학생이나, '면접이 제일 겁나요'라고 말하는 취업 준비생의 고민을 들을 때,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작고 사소한 대화에서부터 꾸준히 대화를 나누던 습관을 지녔더라면 과연 말하기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을까? 면접을 위해 비싼 수강료를 지불하고 학원에 다니며 배워야 하는 영역이 되었을까? 자문하게 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대화 안 하면 뭐 어때서? 대화는 할 말이 있을 때 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지금처럼 핸드폰만 쳐다보며 밥을 먹으면서 자란다면,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키워주고 싶은 말하기 능력이나 말하기를 통해 저절로 길러지는 자존감, 리더십, 관계능력, 논리력, 창의성 등은 언제 어디에서 기를 수 있을 것인가? 

 

또, 친구의 조언이나 대화가 풍부한 가족의 이야기를 듣거나,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의 긍정 사례를 듣고 어느 날 갑자기 "이제부터 식사 시간에 핸드폰 그만 보고 우리 가족도 대화 좀 나누자"라고 하면 과연 하루 아침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풍성한 식탁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학교(초·중·고, 대학 모두 포함)나 직장, 어디에서나 찬반 토론이나 주제 토론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국가나 기업, 각 기관에서는 직원 간 토론 문화를 강조해 그 속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되고, 기획안에 반영돼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말하기는 이제 우리가 평생 키워야 할 중요한 덕목이 됐다. 내 아이가 말을 잘하고, 토론을 잘하는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오늘부터라도 우리 집 식탁 문화부터 바꿔보자. 

 

식사 시간에라도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가족의 의견과 생각을 경청하고 나눠서 배우는 시간을 가져 보자. 학교나 직장에서 있었던 일,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 유심히 보았던 뉴스 기사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음식의 맛이나 관심사 등 사소하고 즐거운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자연스럽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가운데 말하기·듣기 능력이 향상될 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두는 기회가 돼 더 돈독하고 화목한 가정의 모습도 만들어질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대화 환경에 많이 노출된 아이일수록 자라면서 자기 생각과 의견을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언제 어디서나 말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침묵이 금인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소신껏 말하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말하기 능력, 가족과 함께하는 밥상머리에서부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길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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