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문제적 포럼 '카르텔을 잡아라'

▲ 7일 신도림 씨네큐에서 진행된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문제적포럼이 진행됐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태경 우석대학교 교수,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권김현형 여성주의 활동연구가(사진=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성폭력 피해자의 30.8%는 13세 미만이었다. 특히,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성착취물 제작 등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 중 13~15세가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국내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는 각각 전년 대비 19.3%, 101.2% 늘었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범죄가 우리 사회가 '키워낸' 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한 디지털 플랫폼의 느슨한 관리·감독, 착취를 견디도록 가르치는 교육방식, 아동이 성에 대해 동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왜곡된 시선이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가'는 그루밍 성범죄 '과정'... 면죄부 아냐


7일 서울시 구로구 시네큐 신도림점에서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문제적 포럼 '카르텔을 잡아라'가 진행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위왓치유' 상영 후 진행된 이날 포럼에는 권김현영 여성주의 활동연구가가 사회로 나선 가운데, 김태경 우석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겸 서울동부스마일센터 센터장,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추적단 불꽃이 패널로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패널들은 N번방 이후에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근절을 위한 조처는 미진하다고 지적하며, 그 이유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범죄에서 '동의' 여부를 따지는 사회 시선을 꼽았다.

국내 의제강간 적용 연령은 지난해 기존 13세에서 16세로 상향조정됐다. 이에 따라 법정에서 대상 아동의 '동의' 여부는 감형사유가 될 수 없지만, 동의 여부로 피해아동에게 피해의 '혐의'를 찾는 시선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김태경 교수는 "아동이 직접접촉에 동의했다거나 로맨틱한 감정이 있다는 것만으로 가해자가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며 "성적인 영역에서만 아동청소년들의 의사결정권을 일찍 인정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로맨틱한 감정', '대가' 등은 판단력이 취약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그루밍(길들이기) 범죄에 따른 현상 자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진경 대표에 따르면 그루밍 범죄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돈, 친밀감, 옷, 영화 혹은 담배 피우기·술 마시기·성적 행동 등 일탈행동에 대한 칭찬 등 '대가'를 지불한 다음, 그 보상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태경 교수는 그루밍 성범죄는 "심리적 빚을 지게 만들고, 대신에 보상을 줘야 한다는 식"이라며 이것을 두고 "(아동청소년 대상)성착취는 성학대 등과 달리 피해자가 책임을 져야하는 사안이라고 오인하면 안 된다"고 짚었다.

특히 한국사회는 '착취'와 '돌봄'의 경계가 모호해 길들이기 범죄에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김태경 교수는 "피해아동의 주변사람들에게 가해자 자신과 피해아동의 관계가 '정상적'으로 보이게 하는 '환경 길들이기' 역시 그루밍 범죄의 한 방식"이라며 "한국 사회는 권력자에게 순응하는 게 미덕이라고 가르치는 사회다. 아동은 어디까지가 돌봄, 관심이고 어디부터 착취인지 구분이 어려울 수 있고, 때로는 보호자조차 내 아이에게 일어나는 일이 성적착취인지 아닌지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왓치유


▲ 7일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문제적 포럼이 열린 씨네큐 신도림 상영관 내부 © 팝콘뉴스

지난해 N번방 사건이 공론화하면서, 당국은 지난 3월 온라인상에서 성인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대화 및 성적 유인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포함한 청소년성보호법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부터 경찰의 신분비공개 및 위장수사가 가능하다.

아동성착취물 제작뿐 아니라 소지 및 시청도 가해로 인정된 것 역시 최근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선'이 여전한 까닭이다.

김태경 교수는 "(서울동부스마일센터에서)매주 사례 회의를 하는데, (아동청소년 성착취는) 정말 자주 접하는 사건"이라며 "어떤 경우는 경찰에서 사건접수 자체를 받아주지 않고, 사건이 접수되더라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빨라야 1년이 걸린다. (사건접수부터)1심 재판까지만 3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조진경 대표 역시 "그간 주장해왔던 여성폭력 분야 법안이 대부분 제정 및 개정됐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아, 법이 둥둥 떠 있는 상황"이라며 "(개정법안을) 집행하지 않은 경찰을 고발하는 등 민간영역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을 '작동'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관심과 각자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진경 대표는 "피해자도 사회가 만드는 것이지만 가해자도 사회가 만드는 것"이라며 "한국사회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변화들이 집행(작동)할 수 있도록 목소리 높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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