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업청년 회사놀이 프로젝트 '니트컴퍼니' 시즌 종료 '퇴사전'

▲ 니트컴퍼니 사원들이 스스로 정한 자신의 '업명'들. 해당 업명은 니트컴퍼니 입사 시 각자에게 제공되는 명함의 직급란에 적힌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우리 모두 어느 시기에는 백수였다. 취준생 생활을 했든, 이직과 이직 사이에 공백이 있었든, 다른 계획을 품고 회사를 뛰쳐나왔든, 어쨌든 우리는 모두 직장이 있으리라고 예상되는 어떤 시기에 직장이 없는 경험을 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무업시기는 대체로 고되다. 일단은 통장이 가벼운 탓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을 공산이 크다.

스스로 세운 계획의 실천은 매 순간 고비, 계획이 고꾸라지는 경험이 거듭되면 서둘러 내 탓이 시작된다. 스스로 '의지박약' 꼬리표를 붙이고 나면, 뭐라도 시도하는 일은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다.

여기, 혼자 온전히 하루를 기획하는 일은 '원래' 안 쉽다고 얘기해주는 곳이 있다. 그런 건 원래 안 쉬우니까, 함께 해야 하는 거라고, 함께 해보자고 이야기하는 곳, '니트컴퍼니'다.

비영리 스타트업 니트생활자의 '회사놀이' 프로젝트, 니트컴퍼니 다섯 번째 장을 마무리하는 퇴사전 '하루, 잇다'에 1일 다녀왔다.


회사인 듯 회사 아닌 회사 같은


근무시간은 오전 아홉 시부터 여섯 시, 월차 제도가 있고, 계약 기간을 마무리하면 일정한 성과도 얻는다. 이것만 보면 얼핏 진짜 회사처럼 보이지만, 더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업무내용을 정하는 것은 입사한 사원 마음대로.'하루 한 장 필사하기', '제때 일어나서 씻기' 등 생활밀착형 '퀘스트'도 상관없다.근무시간이 있지만, 그 시간 안에 업무를 했다는 '인증'을 온라인을 통해서 하는 정도의 역할이며, 근무처도 개인의 계획에 따라 자유다.

하지만, '성취감'과 '소속감'은 진짜다. 니트컴퍼니는 회사가 아니라면, 청년들이 이 같은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마땅치 않다는 데서 착안한 무업청년 대상 '하고 싶은 일 해보기' 프로젝트다.

"무업기간이 길어지면, 뭔가를 시도하는 것 자체에 두려움이 생기잖아요. 결과는 둘째치고,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밖에 나가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고요.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는 프로젝트예요."(전성신 니트생활자 공동대표)

1일 찾은 '하루 잇다' 전에서는 계약기간 100일간 198명의 '사원'들의 다채로운 '열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기자의 납작한 예상과 달리, 전시장은 '금손'의 향연이었다.

모자가게에서 일했던 경험을 담은 수기집, 썬캐처, 사내동아리 '예술 콜라보(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을 보고 있자면,'무업청년'에 대한 '오해'는 금세 사라질 밖에 없다.

▲ 100일간의 산책담을 담은 사진집 © 팝콘뉴스

전시장에서 만난 N팀 가영 씨는 매일 독일어 단어 적기 업무를 진행한 노트를 전시에 제출했다. 직접 만든 캐릭터 스티커도 함께 비치했다.

가영 씨는 "니트컴퍼니 사원 중에 재능있는 사람이 많은데, '어디어디 소속' 식으로 신분이 증명되지 않으니까, 자꾸 위축된다"며 "작업이 업무이신 분들은 매일 작업물을 올리시는데, 그걸 보고 '너무 좋다'고 하면, '진짜 이게 괜찮냐'고 되묻는다. 정말 좋은데"라고 말했다.

설명을 더 들어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업청년 중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청년'은 없다는 부연이다.

가영 씨는 "프로젝트를 해보면, 정말 아무 일도 안 하시는 분은 없다. 프리랜서로 일하시거나 중간중간 아르바이트를 하시거나. 그런데, '프리랜서'라는 말조차 얼마 전까지는 없었고, 그냥 '아르바이트생', '백수'로 판단되지 않았나. 시선이 변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전했다.


혼자 버티지 말고, 함께 재미있을 것


사원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되려 위로를 전하는 힘도 얻는다. 이날 전시장 곳곳에서는 다양한 관객참여형 전시도 만날 수 있었다.

100일간 책을 필사한 공책과 함께 힘이 되는 문장을 적은 종이를 접어 '뽑기'를 설치하거나 일하며 힘들었던 것을 적어 파쇄하거나, 한편에서는 '사장님 몰래 사직서 쓰기' 등이 발랄하게 위안을 건넨다.

가영 씨는 "여기서 '뭘 좋아하냐'는 질문을 오랜만에 들었다. 한국사회에서 스물 중반 넘어 그런 질문을 듣기 쉽지 않으니까. 친구들을 만나도 대학원을 갈 건지, 취업은 어떻게 할 건지 그런 질문들이 너무 무거워 잘 만나지 않게 되곤 했는데 (편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 니트컴퍼니 '퇴사 소감'을 담은 책자 © 팝콘뉴스

한편, 니트생활자는 올해 상반기 비영리법인 등록했다. 현재는 카카오임팩트 재단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무업청년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 향후 개인 후원을 통한 자립도 고민 중이라는 설명이다.

7월 중에는 각 지역 무업청년들과 함께 원탁회의도 진행해볼 예정이다. 수도권을 벗어나 각 지역 청년들의 제가끔의 풍경을 살펴보려는 시도다.

니트컴퍼니 다음 시즌 역시 고민 중이다. 이번 시즌에 약 200명의 사원과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을 배경삼아 다음 시즌에는 각 청년의 필요를 더 반영한 프로젝트를 꾸리겠다는 목표다.

"혼자보다는 함께 시간을 보내면 더 재미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문을 두드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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