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알고리즘이 확증편향 유도…수익 좇는 유튜버 진실 외면


(팝콘뉴스=이준호 기자)* [이준호의 노후낙낙]은 올바른 노후생활을 위한 시니어 문화를 진단합니다. 낙낙은 즐겁다는 樂樂의 의미와 '넉넉하다'는 뜻, 노후를 노크한다는 Knock Knock의 중의적인 표현입니다.

중장년에게 유튜브란 더 이상 심심풀이 동영상 창고가 아니다. 이제 유튜브는 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됐다. 아침마다 신문 지면을 넘기고, 저녁 식사와 함께 TV 뉴스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과거의 세상을 알아가는 방식이었다면, 이젠 손바닥 한 뼘 남짓한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면 그만이다.

실제로 중장년 이용자가 유튜브 활용법에 익숙해지면서 영상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보 검색 등 다양한 수단으로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디지털 미디어렙 나스미디어가 지난 4월 발표한 '2021 인터넷 이용자 조사(NPR)'를 살펴보면 중장년의 유튜브를 활용한 변화가 엿보인다. 40대는 53.5%, 50대는 48.6%, 60대는 45.3%가 유튜브를 사용해 정보 검색을 한다고 답했다.

지난 1월 발표된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의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유튜브를 이용하는 4041만 명 중 50대 이상은 28.7%로 연령별로 볼 때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이용 시간도 상당하다. 50대 이상의 한 달간 평균 유튜브 이용 시간은 26시간 56분으로 40대(19시간 30분)를 앞질렀고 30대(27시간 10분) 수준에 육박한다. 하루 약 1시간은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는 셈이다.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유튜브가 중장년에게 보여주는 세상의 모습이다. '사이버 렉카'라는 신조어가 있다. 사건·사고가 터지면 사고 차를 먼저 견인하려는 레커차처럼 우르르 몰려가 소식을 전하려는 유튜버를 이야기한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구독과 좋아요, 조회 수다. 본인들 채널에 시청자들이 몰리면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적은 돈이 아니다. 지난해 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에 맞춰 현장에서 생방송을 한 어느 유튜버는 이후 "3일간 1700만 원 정도 수익을 올렸다"고 자신의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유튜버들이 시청자들을 자극하고, 이들의 입맛에 맞는 형태로 정보를 왜곡한다는 데 있다. 얼마 전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사건에도 수많은 유튜버가 몰렸다. 이들은 진행 중인 수사를 무시하고, 함께 있던 친구를 가해자로 확정 짓고 신상까지 공개했다. 영상도 조작했다. 얼마 전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의혹과 기억과 소문-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에서는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 영상을 영상 분석 전문가들과 함께 검증해 조작된 정황을 확인했다.

같은 내용의 글이라도 손글씨보다 인쇄된 활자가 더욱 신뢰도를 주는 것처럼 편집된 영상 형태의 유튜브 화면은 TV 뉴스에 길든 중장년에겐 "믿을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더군다나 사용자의 성향이나 기호를 분석해 입맛에 맞는 영상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은 유사한 주장을 펼치는 유튜버 채널을 나열해 특정 사실에 대한 확증편향까지 불러일으킨다. "믿을 수 있다"를 넘어 "유튜브만 믿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을 잘못 이해하고 빠지면 '세상을 보는 창'이 아니라 '세상에서 날 가두는 감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회와는 괴리가 있는 특정한 성향에 매몰돼 보편타당한 상식과는 거리가 먼 인식이 형성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유튜버는 공식적인 언론매체가 아니다. 조회 수나 구독자 수, 좋아요가 많다고 해서 해당 채널의 신뢰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유튜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법의 사각지대를 발붙이고 사는 셈이다. 유튜버 때문에 피해를 보더라도 변호사를 통해 법적 절차를 밟는 것 말고는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다. 최근 법조계에서 온라인상 명예훼손을 무겁게 처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처벌이 쉽지 않은 데 비해 순식간에 퍼져 나가는 전파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온라인 서비스를 분석하는 많은 기업은 유튜브를 '검색 포털'이 아닌 '소셜미디어'로 분류한다. 개인이 만든 개인적인 콘텐츠를 유통하는 곳이 본질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이해관계와 수익이 얽혀 있는 유튜브를 맹신하는 것은 시청자를 진실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일일 수 있다. 건전한 시청을 위한 건전한 시각을 갖추고 있는지, 한 번쯤 뒤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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