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히어로] "유기동물 줄이려면 동물 등록칩 전면 무상, 강제 의무 돼야"

배우 겸 동물보호운동가 이용녀 씨, '동물권'과 '여론'에 대해 말하다

박윤미 기자 | 기사입력 2021/06/29 [17:49]

[반짝 히어로] "유기동물 줄이려면 동물 등록칩 전면 무상, 강제 의무 돼야"

배우 겸 동물보호운동가 이용녀 씨, '동물권'과 '여론'에 대해 말하다

박윤미 기자 | 입력 : 2021/06/29 [17:49]

▲ 배우이자 동물보호활동가인 배우 이용녀 씨(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만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짝꿍)'라 고백하기도 합니다. 가족과 친구. 이 두 단어에는 아무래도 '사랑'과 '정'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 하나 책임지기 힘든 세상에 다른 생명을 위해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을 쓸 이유는 없으니까요.

 

[반짝 히어로]는 이처럼 사람과 동물 간의 특별한 사연들로 채워 나갑니다. 동물 관련 유의미한 일을 주로 다룰 예정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들도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기록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람과 동물의 '온전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 주변 숨은 영웅(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배우 이용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그녀의 연기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그녀 얼굴을 기억한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그녀가 보여준 강렬한 연기는 그만큼 인상적이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출신으로 드라마와 영화, 연극까지 그녀가 출연한 작품은 A4 용지 앞뒤 바닥을 꽉꽉 채워 써도 모자랄 만큼 많다.

 

동물보호운동가 이용녀.

동물 애호가들 사이에서 동물 사랑이 남다르기로 유명한 그녀지만 지난 3월 1일 그녀가 자비로 운영 중인 동물보호소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많은 언론이 그녀와 그녀의 사정을 조명, 그녀를 모르던 이들까지도 그녀의 사생활(?)을 알게 됐다. 15년 넘게 수십, 어떤 때는 백 마리 이상의 개를 혼자 돌보고 입양 보내는 동시에 전국으로 집회를 다니며 동물권을 외치고 있다.

 

▲ 동물 등록칩 의무화를 주장하는 이용녀 씨(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한 포의 사료도 좋지만, 한 번의 SNS 공유가 더 큰 도움"


 

배우이자 동물보호운동가인 배우 이용녀(66) 씨와의 만남은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고일리에 있는 이용녀 씨의 거주지이자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개들이 사는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이뤄졌다.

 

지난 3월 1일 발생한 화재로 건물 일부가 소실되고 개 여덟 마리가 강아지별로 떠난 지 근 넉 달. 잠자리로 짐작되는 공간에서 머리를 빗고 나온 그녀의 첫 마디는 "화재 이야기는 그만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보호소 화재 소식이 생산된 터라 그녀의 심정은 이해 못 할 것이 아니었다.

 

이용녀 씨는 매우 고단해 보였다. 그녀도 "말할 기운이 없다"고 했다.

 

생명을 지켜야 할 곳에는 노동이 따르기 마련. 보호소 곳곳에는 누가 봐도 사람 손이 필요한 일들이 산적해 있었다. 그녀가 홀로 진 삶의 무게를 가늠할 만한 장면이었다. 화재 소식과 함께 그녀를 돕고자 하는 글들이 SNS상에서 많이 공유된 터라, 몇 명이라도 자원봉사자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인터뷰 당일 보호소에는 이용녀 씨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도 "일이 많으시다"는 기자의 말에 "이건 일도 아니"라고 그녀는 답했다.

 

그럼 그녀의 일은 대체 무엇인가.

 

말할 기운도 없고, 화재에 대해서는 더더욱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던 그녀의 눈빛이 달라진 것은 '동물 등록칩' 얘기가 시작되면서다.(이것이 그녀의 일이었다.)

 

그녀는 동물등록제를 가리켜 "유기동물을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 이용녀 씨가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소의 개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이용녀 씨의 말은 쉽고 간단했다.

 

동물 등록칩(이하 등록칩) 비용을 전면 무상으로 하되 '강제 의무화'하면 아무나 동물을 반려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 이것이 유기 동물 숫자를 줄여나가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이 쉬운 이야기를 그녀는 부연하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등록칩을 이식한 동물의 주인은 정해진 기간에 반려동물에게 필수 예방 주사 등을 접종해야 하고, 죽었을 때는 소멸신고와 함께 그 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주인에게 도의적 책임을 넘어 물리적·비용적·행정적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이를 회피하면 벌금 처분이 내려지기 때문에 '귀찮아서' 또는 '돈이 아까워서'라도 재미 삼아 동물을 반려하려는 사람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이용녀 씨는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만 등록칩을 의무화했다. 이는 지방 의원들이 (주민들 의식한) 꼼수가 아닐 수 없다"며 "도시개, 시골개, 공장개, 농장개 구분하지 말고 모든 개에게 등록칩을 이식하게 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같이하고, 또 하고 또 해야 그들(정책 결정자들)에게 간신히 가닿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용녀 씨는 동물 등록칩 무료화, 개 고양이 식용 반대, 개 농장 폐쇄 및 개 임의도살 금지와 같은 동물권 확대 및 수호를 위해 전국을 다니며 집회에 참여하고, 필요에 따라 국회나 시청 앞 같은 곳에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자신이 대표인 (그러나 직원도 사무실도 없는) 전국동물활동가연대는 그러한 일들을 하는 곳이라고 했다.

 

이용녀 씨는 "이곳에 자원봉사하러 와주시는 분들에게 사료 한 포 보태 주시는 것도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그보다 길 위의 아이들, 숨어 있는 아이들을 위해 동물권 관련 글을 공유하고 해시태그에 문재인 대통령이나 자신들이 사는 지방자치단체를 태그해 달라고 부탁한다. 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외치면 결국 들어주게 돼 있다. 계속하는 것에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동물권 관련 공약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뽑은 정치인들이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일 안 하고 노는 건 우리가 일거리를 주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말만 하면 안 된다. SNS에 불쌍한 개 고양이 사연 보고 '불쌍해' 하고 말만 하는 건 버려진 아이들, 도살 위기에 놓인 아이들, 앞으로 버려질 아이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그저 감성 놀이일 뿐이다. 실질적인 도움을 위해서는 동물권에 대해 계속 외치고 같이 외치고 더 크게 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꾸준한 관심과 행동이 변화를 만든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이 씨의 말은 결국 '여론의 집중'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시간에서 단 1~2분만 투자하면 힘이 모이고, 그 힘은 결국 정책에 반영된다는 얘기.

 

실제 이용녀 씨는 활동가들과 함께 박윤국 포천시장과 포천시 공무원들을 지겨울 정도로 만나 등록칩 무상화 필요성을 설명한 덕에 '동물 등록칩 전면 무상화'라는 작은 기적을 이뤄냈다. 이 제도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 씨는 "15년 넘게 유기동물 보호소를 꾸려왔지만, 버려지는 동물 수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 봐라, 결국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임시 처방으로 상처를 치료할 수 없다"라며 "우리가 내는 세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곳에 쓰여야 하지 않겠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원 넣고 관련 부서 찾아가고, 안 되면 1인 시위라도 해야 한다. 그 자리에 함께해드릴 수 있다. 필요하면 연락 주시라. 우리 (시민의) 힘으로 동물권 지켜나가야 한다. 동물 등록칩, 대한민국 전체에 전면 무상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도에서는 진즉에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왜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반려동물이 살고, 더 많은 예산을 가진 서울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을까. 다들 눈으로만 보고 있어서 그렇다. 행동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이것이 진짜 무참한 죽음 앞에 놓인 동물을 구하는 길이다. 이것이 내가 앞서 말한 한 포의 사료보다 더 귀한 한 번의 공유 의미다"고 말했다.

 

* 독자 여러분 주변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면 주저 말고 아래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동물의 개인기나 생김 등에 대해서는 제보받지 않습니다. 박윤미 기자 yoom1730@hanmail.net      

 

 
현장의 목소리 관련기사목록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