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에 따라 체취 달라져…노인 냄새 심하면 주변에 악영향


(팝콘뉴스=이준호 기자)* [이준호의 노후낙낙]은 올바른 노후생활을 위한 시니어 문화를 진단합니다. 낙낙은 즐겁다는 樂樂의 의미와 '넉넉하다'는 뜻, 노후를 노크한다는 Knock Knock의 중의적인 표현입니다.

몸에서 나는 냄새, 즉 체취는 그저 지문처럼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냄새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다. 누구나 나는 냄새인데 문제 될 것 없다는 생각이 많다. 특히 중장년의 '노인 냄새'는 남의 얘기로만 치부하기 쉽다. 본인이 냄새를 맡지 못하는데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연령에 따라 몸에서 다른 냄새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지 오래다. 실제로 일본에선 몇 년 전 젊은 여성의 체취 성분으로 알려진 락톤(Lactone) C10과 C11 성분을 보충해주는 바디워시가 발매돼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 제품은 의외로 중년 남성에게도 인기가 많아 제품명을 딴 '데오코 아저씨'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와는 반대로 노인 냄새를 만들어내는 성분도 있다. 나이가 들면 피지샘과 땀샘의 분비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피부에서 '노넨 알데하이드'가 분비되는데, 이것이 땀과 섞이면서 악취를 발생시킨다. 치즈나 헌책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와 비슷하다. 노넨 알데하이드는 40대 이후부터 서서히 발생하다가 나이가 많아질수록 급격하게 생성된다. 여성도 예외는 아니다. 폐경을 기점으로 체취 발생이 증가한다.

이런 노인 냄새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기관은 일본의 한 화장품 회사다. 1999년 이 회사는 연구를 통해 밝혀낸 이 노인 냄새를 나이가 더해질수록 나는 냄새라는 뜻으로 가령취(加齡臭)라고 명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냄새가 사생활의 영역을 넘어 주변과의 관계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거공간과 관련한 인터넷 게시물을 살펴보면 노인 냄새와 관련된 고민이 층간소음만큼이나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논의되는 이야기를 보면 "악취를 참다못해 문에 메모를 붙였다"라는 사연부터, "냄새를 지적하는 것은 분쟁만 키울 가능성이 커 문을 닫고 살거나 이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오고 갈 정도다.

이웃과의 분쟁이 아니더라도 냄새 문제는 사회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깝게는 자녀나 손주가 방문을 꺼리는 경우도 있고, 인간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연령에 따른 냄새의 변화를 상대가 후각을 통해 알아챌 수 있으므로, '늙어 보이는' 효과까지 나타난다. 염색이나 옷차림으로 가려지지 않는 부분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노인 냄새를 방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자주 샤워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샤워할 때 약산성의 물비누를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시중에는 노인 냄새 제거를 위한 기능성 제품이 많이 출시돼 있어, 이를 이용해도 된다. 포털에서 '가령취'나 '노네날'로 검색하면 관련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씻을 때는 두피와 겨드랑이, 가슴, 귀와 목의 뒤, 등 부위 등을 집중적으로 닦는다. 샤워 후에는 몸이 마르기 전에 보습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장년의 피부는 노화로 인해 쉽게 건조해지는데, 잦은 샤워는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어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는 데오드란트를 사용하면 더욱 좋다.

이런 기능성 제품은 목욕용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제도 있다. 옷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노인 냄새의 원인을 제거해준다. 물론 세탁을 자주 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 속옷은 악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노화로 인한 전립선 비대증이나 요실금으로 인해 용변 후 잔여물이 속옷에 묻는 일이 자주 있기 때문이다.

생활환경이나 습관의 개선도 필요하다. 먼저 햇볕을 자주 쬐고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매일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햇볕을 쬐는 행위는 우울증이나 치매, 골다공증의 예방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노폐물 배출을 왕성하게 만들어 악취의 원인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용하는 이불을 자주 빨거나 햇볕에 건조하고 환기를 정기적으로 하는 행위도 큰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나는 냄새나지 않는다"라는 믿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정서상 누군가에게 '냄새난다'라는 지적은 쉽지 않다. 따라서 남의 의견을 듣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생물학적으로 스스로 알아채기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나에게도 좋지 않은 냄새가 날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 노인 냄새를 벗고 '회춘'하는 길은 이렇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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