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취미, '디지털 생활'

▲ 어르신을 위한 디지털 교육(사진=최윤영 강사) © 팝콘뉴스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현재 세계는 모두 0과 1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새 디지털로 바뀌어버린 시대는 아날로그를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난 이들에게 디지털 시대는 어려운 것투성이다. 그렇기에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생활을 즐기는 이들이야말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 있다.


어느 아날로그 세대의 이야기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손잡이를 열기 전 안을 살폈다. 혹여나 계산을 도와줄 직원이 없을까 봐. 가끔 생각나던 햄버거 체인점도 안 간 지 오래다. 이미 키오스크가 매장 중앙을 점령한 지 오래였기에. 그렇다고 도와달라고 말할 만한 주변머리도 없어 우물쭈물하기 십상이고, 혼자서 무언가를 해 보려고 해도 뒷줄에 있는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이 등에 콕콕 박히는 기분이어서 금세 풀이 죽어 그냥 나오곤 한다.

내 돈 주고도 원하는 것을 못 살 시대가 올지 몰랐다. 글씨 쓰는 건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고, 나름대로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했는데도 액정화면 앞에서는 문맹과 다름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문맹이라는 표현은 아주 적확한 표현이었다. 과거 글을 읽을 줄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듯이 이제는 디지털 생활에 적응할 줄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손 안에 잡히는 전화기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번호를 찾고, 전화를 거는 역할만 했던 '핸드'폰은 어느새 '스마트'폰이 되었다. 이제는 손 안에 잡힌다 해도 스마트해야만 쓸 수 있는 또 다른 기계가 된 셈이다. 자녀들에게 스마트폰 쓰는 방법을 배워 봐도 그때뿐, 익숙해지지 않을 만큼 너무 똑똑해진 내 스마트폰 앞에서 나만 멍청해진 기분이다.

이렇게 기계들이 점령한 세상이 내게만 어색한 것 같았다. 젊은이들은 사람을 대하기보다는 기계를 대하기를 더 편하게 생각했다. 마트에 가도 굳이 혼자서 계산할 수 있는 매대를 찾아 스스로 바코드를 찍고는 계산까지 마쳤다. 캐셔가 옆줄에 있는데도 그렇게 계산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의아하기만 하다.

디지털 시대는 앞으로 점점 더 나에게 불친절해질 것이고, 아날로그 시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내가 디지털 시대를 즐겨야 할 시점이다.

▲ 디지털 교육에 집중하는 어르신(사진=최윤영 강사) © 팝콘뉴스


디지털 기술로 이룬 일상의 편리함과 취미의 확장


정복해야 할 디지털 기기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컴퓨터부터 시작해 스마트폰이 많아질 때도 그 속도에 놀랐는데, 최근에는 키오스크의 활용 폭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60플러스교육센터와 판교복지관에서 어르신을 위한 디지털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디지털 지식성장 최윤영 강사는 늘 강의에 앞서 어르신에게 드리는 말씀이 있다. 바로 '못하시는 게 아니라 낯설고, 익숙지 않은 것뿐입니다'라는 말이다.

"최근에는 키오스크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어르신들에게 키오스크 써보신 분이 계신지 여쭤보면 거의 써보신 경험이 없다고 하세요. 그런데 반대로 은행 ATM 사용해보신 경험을 여쭤보면 대부분 쓸 줄 아시더라고요. 키오스크나 은행 ATM이 비슷하다고 말씀드리면서 키오스크 교육을 진행하면, 어르신들도 두려움을 내려놓으시고 잘 따라오시죠."

이렇게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등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디지털 생활에 대해 교육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취미생활을 보완할 수 있는 온라인 모임 운영 방식을 알려주기도 한다.

"복지관 내에서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다 함께 만날 기회가 없으시잖아요. 그래서 인터넷 카페나 인터넷 동호회 모임 등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면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렇게 두려움을 극복한 어르신 중에는 더 많은 디지털 기술을 익혀 블로그 등을 운영하면서 사진 편집, 영상 편집까지 배워서 스스로 게시물을 올리는 어르신들도 있다.

"사무직에 오래 계셨던 한 어르신은 70대에서 80대 정도 되시는데, 이렇게 디지털 기술을 배우시는 걸 좋아하셔서 이미 굉장히 잘하시더라고요. 손도 굉장히 빠르시고요. 웬만한 젊은이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능숙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 디지털 교육으로 세대간 소통을 확대할 수 있다.(사진=최윤영 강사) © 팝콘뉴스


디지털 시대, 자신감의 원천


가족 간에도 SNS나 메신저로 안부를 묻고, 사진으로 서로의 근황을 확인하기도 하며, 영상통화로 얼굴을 보는 시대다. 특히 요즘과 같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더욱더 그렇다. 만날 수 없으니 소통할 방법은 전화나 온라인이 전부다. 그렇기에 디지털 생활이 익숙지 않으면 그만큼 소통도 막힐 수 있기에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다짐으로 디지털 언어를 배워야 한다. 메신저를 통해 사진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자녀들과의 소통이 늘었다는 어르신들이 많아진 것은 바로 이 덕분이다.

게다가 아주 간단한 디지털 사용 방법부터 배우다 보면 처음 보는 디지털 기기에도 겁먹지 않고, 도전할 수 있으니 이제 세상이 두렵기는커녕 흥미로워진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 배울 수 있는 것들,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께서 디지털 교육을 받기 위해 복지관에 오는 길이 너무 설레고 기쁘다고 말씀하시곤 하세요. 그동안 자식들에게 알려달라고 하면 원하는 걸 해주긴 해도 그 방법은 잘 안 알려줘서 몰랐는데, 이제 혼자서도 하실 수 있게 된 것이 굉장히 기분 좋으신 것 같더라고요."

어르신이나 장애인에게는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가 너무나 빠르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자존감까지 높아진다. 일상생활에서 디지털기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게 되는 것. 그것이 디지털 생활을 시작하면 가장 좋은 점이다.

키워드

#취미학개론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