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반영폐기 경쟁적 '수 채우기'에 필요 법안 논의 되려 밀려

▲ 2021년 4월 27일 아동학대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현장.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에서 16개월 입양아동이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을 거뒀다. 학대 신고가 세 차례 있었지만, 세 차례 모두 원가정으로 복귀 조처됐다. 시민사회는 아동학대 근절 대책 수립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 책임을 명시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민적 관심과 시민사회의 꾸준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아동학대 관련 법안 중 처리 법안은 전체 대비 절반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처리된 법안 역시 대부분이 대안반영 폐기돼, 먼저 발의된 법안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여론이 주목하는 화제에 대해 우후죽순 법안을 쏟아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세이브더칠드런은 21대 국회 개정 1년을 맞아 아동·청소년 관련 입법 현황을 살피고 이를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30일부터 올해 5월 30일까지 1년간 발의된 아동·청소년 관련 입법안은 아동 관련 389건, 청소년 관련 130건으로 총 519건이었다.

아동관련 389개 법안 중 248건의 법안은 폭력 및 학대와 관련된 것이었다. 특히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178건, 아동 성폭력 관련 법안이 67건, 보호대상 아동 관련 법안이 21건으로, 학대 관련 법안이 절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아동학대 관련 248건의 법안 중 원안가결·수정가결 등 가결된 안은 4건에 불과하다. 전체 중 42건은 대안반영 폐기됐고, 132건은 계류 중이다.

이처럼 관련 법안이 쏟아지지만, 통과되기 어려운 배경에는 '화제'에 편승한 입법이 있다는 지적이다.

아동학대 관련 법안 중 천안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알려진 작년 6, 7월 발의된 것은 41건이다. 양천구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기점으로 올해 1월(42건), 2월(16건)에도 법안이 한꺼번에 발의됐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아동학대 관련 법안은 국민적 공분이 높았던 시기에 집중 발의됐으나 발의된 법안의 74.2%는 국회에 계류됐다"며 "여론이 주목하는 이슈에 관한 근본적인 진단과 성찰보다는 일시적 집중의 인상"을 준다고 평가했다.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여론의 비난을 잠재울 일시적인 조치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산하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신설을 골자로 지난 2월 발의된 '양천아동학대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아동학대특별법)'은 지난 5월에야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를 시작한 바 있다.

아동학대를 포함한 아동 관련 법안 전체 519건을 살펴봐도,가결 법안은 4.7%에 불과한 24건에 그쳤다. 아동 관련 발의 법안은 전체 발의법안의 5.3%지만, 가결 법안은 전체의 0.06% 수준이다.

21대 국회가 지난 1년 발의한 아동 관련 법안은 20대 국회가 첫 1년간 발의한 아동 관련 법안(224건)의 두 배가 넘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동의 인권 관련 주요 논제로 제시됐던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등의 논의도 진전이 없다는 지적이다.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은 총 15건이지만, 국회 논의된 것은 1건에 그쳤다.

또,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근본적 해결을 위한 법적 근거와 함께 피해 아동에 대한 사후 치료와 관리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학대 피해아동 심리치료 서비스 지원은 6개월이면 끝나, 치료가 더 필요해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지난 2월 열린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보건의료시스템,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배기수 아주대병원교수(소아청소년과)는 "아이는 한창 지옥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치료는 끊기게 된다. 현재 피해아동을 도울 협력기관이 부족하다. 최소한 PTSD 특화센터 정도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날 논평을 통해 21대 국회가 추가로 다뤄야 할 논제에 대해 짚었다.

▲분리 보호된 아동에 대한 국가 지원의 강화 ▲아동·청소년의 참여권 보장 ▲경쟁교육에 기반하는 교육제도 개선 ▲장애아동, 이주아동, 북한이탈아동 등의 교육, 보건의료, 복지에의 평등한 접근을 위한 입법·행정 조치 ▲아동학대예산 일원화 ▲아동기본법 제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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