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중립 화장실이 성범죄 원인 아냐

▲ 누구나라고 적혀 있는 '성 중립' 화장실(사진=인터넷갈무리).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최근 성 소수자와 남성, 여성 모두가 생물학적 성별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화장실인 성 중립 화장실이 하나 둘 도입되는 추세다.

성공회대학교는 지난 26일 캠퍼스 내 성 중립 화장실인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위한 공사를 이번 여름방학 내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준공이 완료되면 국내 대학 중 최초로 도입한 사례가 된다.

이외에도 인권연합 사람, 한국다양성연구소, 살림의원 등에 성 중립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한국도로공사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국 199개 휴게소 가운데 182곳에 성별 구분 없이 이용 가능한 가족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성 중립 화장실, 사회적 쟁점은?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 차별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대상 589명 가운데 약 40%인 241명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부당한 대우나 불쾌한 시선이 두려워 자신의 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화장실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장실 이용 문제로 방광염을 호소하는 트랜스젠더들이 적지 않다. 장애인의 경우 아예 화장실을 들러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물을 마시지 않거나 식사조차 피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겪는 성 소수자와 더불어 부모와 자녀가 서로 성별이 다른 경우,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어르신 등이 화장실을 사용하는 데 곤란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도 방지하기 위해 성 중립 화장실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시작됐다.

술집이나 식당 등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남녀 공용화장실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화장실이다.

공용화장실은 서로 다른 성별의 화장실을 마련하기엔 공간이 부족해 '부득이하게' 함께 사용하는 곳이지만 '성 중립 화장실'은 애초부터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데 목적을 두고 만들어진 화장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적과 취지가 다를지라도 성 중립 화장실과 남녀 공용 화장실의 차이는 입구에 달린 간판 하나뿐이라 공용 화장실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범죄가 성 중립 화장실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냐는 일부 여성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성 중립 화장실이 먼저 도입된 미국에서는 위스콘신 주에 있는 라인란더 고등학교 내 성 중립 화장실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며 해당 화장실을 폐쇄했다. 또한 여자 화장실에서 여아가 트랜스젠더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캐나다의 대학교에선 성 중립 화장실에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이 샤워하는 모습을 불법 촬영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성 중립 화장실 사용을 통해 성 소수자들이 사회적인 시선이나 차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처럼 범죄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거나 범죄의 피해자를 낳을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직장인 A씨는 "모든 성별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라면 그만큼 불법 촬영을 목적으로 카메라를 설치하는 게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여성을 대상으로 한 온갖 종류의 불법 촬영도 해결하지 못하는 마당에 성 중립 화장실?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P씨 역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취지는 좋지만 막상 문을 열면 주요 사용자는 남성이 대부분일 것 같다. 모든 성별이 함께 이용하는 화장실이라면 얇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시설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게 서로 불편하지 않을까란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해결 및 개선 방안과 나아가야 할 길


▲ 성 중립 화장실 안내판(사진=인터넷갈무리). © 팝콘뉴스

성 중립 화장실은 얇은 칸막이로 나눠 다수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기존 화장실과는 다른 구조로 이뤄진다.

장애인 화장실과 마찬가지로 독립된 넓은 공간에서 움직임이 편하게 했으며 세면대 높이가 조절되는 곳도 있다.

기존 남‧여 성별로 구별되는 화장실을 이용해왔던 터라 성 중립 화장실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또한 서로 다른 성별이 함께 사용한다면 범죄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닐지 등 다양한 걱정이 앞서 논의됐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한국다양성연구소의 김지학 소장은 "성 중립 화장실로 인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사회 자체에 있다. 남성들이 가진 여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제대로 된 성교육과 성범죄에 마땅한 처벌이 이뤄지는 게 우선이다"라고 설명했다.

성 중립 화장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여성들이 더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성범죄는 잘못된 성 관념과 비틀린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된다.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성 중립 화장실을 짓지 않겠다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옛말과 다를 바가 없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성 소수자들에 대한 교육과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하며 성 중립 화장실 도입을 통해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시스젠더(cisgender, 지정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트랜스젠더 모두가 함께 손잡아야 한다.

김지학 소장은 "(성 중립 화장실과 같이)모두가 포함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즉 누구에게나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의 안전이나 권리를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가족이, 친구와 사회 구성원들 모두에게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기에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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