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부자협동조합 한연숙 이사장

▲ 국민부자협동조합 한연숙 이사장(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이준호 기자)* 굿업! 평생현역 코너는 인생의 후반전에서 새로운 일터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중장년을 만나러 갑니다. 굿업은 정말 대단하다는 Good Up과 좋은 직업(業)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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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나 은퇴자가 인생 이모작을 위해 새로운 직업이나 직장을 찾을 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일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경제적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된 후라면 더더욱 그렇다. 번아웃 증후군 환자처럼 "이젠 좀 쉬어야지"라며 의욕 상실을 드러낸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국민부자협동조합 한연숙(60) 이사장이 그랬다. 한 이사장은 '사람'을 그 비결로 꼽았다.

한연숙 이사장은 평생을 은행에서 일한 금융인 출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대학 졸업 후 고향 부안에서 교사 일을 하다 꿈을 좇아 서울을 향했다.

"딸 많은 집에서 태어나 제약이 많았어요. 부모님은 대학도 국립대만 고집하셨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상경하고 싶었는데 반대가 만만치 않았죠. 그래도 직장이 은행이라고 하니까 겨우 허락을 얻을 수 있었어요. 1986년에 주택은행에 입사하면서 은행원의 삶이 시작됐죠."

그렇게 30년을 은행 일에 파묻혀 살았다. 그 사이에 은행들은 인수합병이 계속돼 최종적으론 KB국민은행 소속이 됐다. 사람을 좋아하는 그녀의 성격은 은행에서 맡았던 업무에서도 드러난다.

한동안은 강남지역의 VIP 고객을 담당하는 일을 맡았다. 수많은 고객을 만나며 그들의 고민을 듣고, 서비스에 반영했다. 그러고 나서는 세일즈 매니저팀에서 활약했다. 각 지점을 돌며 영업 효율 강화와 서비스 개선을 위해 체질 개선을 하는 역할이다. 한 이사장은 "이때 각 지점 금융인들과의 만남은 지금의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 한연숙 이사장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신선한 제안이나 아이디어를 접하는 것이 열정의 원천"이라고 말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많은 자산가와 만나면서 안타까웠던 것 중 하나는 은행 담당자 중 금융에 대해 해박하면서 부동산과 관련한 상담을 제대로 할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저도 그랬고. 당시 부동산 업계도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저라도 공부를 좀 해봐야겠다 싶어 전주대학교 부동산국토정보학과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쳤죠. 그때엔 업무를 위한 과정이었지 퇴직 후 자산이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은행에서 떠나는 일은 갑자기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회사의 희망퇴직 공지에 흔들렸다고 했다. 평생 은행에서 일하다 정년까지 지낼 것이라 믿었던 그녀로선 의외의 결정이었다.

"전 다른 분들에 비해 퇴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어요. 결정 자체도 다소 즉흥적이었고요. 당시 금융권에 부동산 전문가가 드물다 보니 강의나 출간 제의가 많았는데, 회사의 분위기가 보수적이라 쉽지 않더라고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고객들에게 드릴 수 있는 것도 많은데 하질 못하니 갈증이 생겼고, 희망퇴직 결정의 계기가 됐죠."

한 이사장은 퇴직 후 그 욕구를 바로 풀었다. 부동산 자산관리 서비스 만족도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 작성 과정에서 만난 자산가 150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풀어낸 사례집 '부자의 통장'을 집필하고, 전주대학교와 나사렛대학교에서 3년간 강단에도 섰다. 금융감독원 소속으로 퇴직을 앞둔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금융강의도 진행했고, 라디오 방송에 고정 출연했다. 퇴직 전보다 더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주변에선 미리 나갈 준비한 것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그렇진 않았어요. 퇴직 과정에서 도움받을 만한 멘토도 만나지 못했고요. 하지만 일 자체에 대한 욕구가 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여러 가지 도전을 이어 나갈 수 있었죠. 저 역시 회사에서 나오고 나서야 나에게 맞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그러다가 국민부자협동조합을 생각하게 됐죠."

▲ 한연숙 이사장의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 모습. 그녀는 퇴직 후 스스로 갇히지 말고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길 주문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국민부자협동조합은 부동산과 자산관리에 관한 조직으로 쉽게 설명하면 금융과 부동산에서 세무, 디지털 자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고민 많은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제대로 된 전문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은행에서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준비하고, 그릇 안에서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버무려질 수 있는 형태를 기획했다. 조합 가입비가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공헌 활동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또 다문화가정의 이주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주거 정착이나 금융 관련 강의를 계획하고 있다.

사람이 중심인 구조이다 보니,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이 강사가 될 수도 있고, 금융컨설턴트가 될 기회도 생긴다. 실제로 매주 진행하는 협동조합 아카데미에서는 조합원이 자신의 투자 실패 사례를 가지고 강의를 하기도 하고, 퇴직 금융인이 경력 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컨설턴트로 양성한다. 조합원들은 이들을 통해 계약이나 거래 전 사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맹목적인 영리 추구가 목적이 아니다 보니 협동조합 형태를 선택하게 됐고, 덕분에 큰돈 버는 것도 아닌데 왜 독립운동하듯이 열심히 하느냐는 핀잔도 들어요. 그래도 각자의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 중인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점점 시너지가 나고 있어요. 이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신선한 제안이나 아이디어를 접하면서 일에 대한 열정을 계속 지피고 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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