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39% 감소…75세 이상 위반 이력 있으면 '주행시험'

▲ 동일본 고속도로(NEXCO東日本)의 캠페인 영화에 등장한 운전졸업식 장면(사진=NEXCO東日本) © 팝콘뉴스


(팝콘뉴스=이준호 기자)* [이준호의 노후낙낙]은 올바른 노후생활을 위한 시니어 문화를 진단합니다. 낙낙은 즐겁다는 樂樂의 의미와 '넉넉하다'는 뜻, 노후를 노크한다는 Knock Knock의 중의적인 표현입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드리워지는 그늘 중 하나는 바로 고령운전자 문제다. 실제로 지난 21일 경기도 포천에서 80대 운전자가 차량을 몰고 은행 정문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있었다. 경찰은 운전미숙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이런 사고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에는 또 다른 80대가 미용실로 돌진해 1명이 사망했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2019년 국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중 60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는 23.1%에 달했다. 70세 이상 운전자는 6.5%를 차지했다. 고령운전자의 사고 위험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2016년 일본 요코하마에서는 고령운전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대표적 사건이 있었다. 당시 87세 노인이 운전하던 차량이 초등학생들을 덮쳐 학생 1명이 사망한 사고다. 당시 사건을 접한 사람들이 경악한 부분 중 하나는 노인의 운전 시간. 치매를 앓고 있던 운전자는 집을 나와 도쿄와 요코하마 일대를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렸다. 운전자는 어떤 목적이었는지, 왜 그랬는지 설명하지 못했고, 일본 경찰청은 운전자의 피로 누적으로 인한 운전능력 상실을 원인이라 분석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운전자 문제를 앓아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령운전자 사고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계속해서 이뤄져 왔다. 운전면허 갱신 시 75세 이상 운전자는 의료 전문직원에게 인지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에서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낮다는 판정을 받으면 별도로 의사의 진단서를 받아야만 갱신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갱신 제도가 더욱더 까다로워진다. 2022년 6월부터 일본의 75세 이상 운전자 중 지난 3년 동안 신호 위반이나 과속을 포함한 11가지 사항을 위반한 전력이 있으면 운전면허 갱신 시 차량 주행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 일본 경찰청은 이 제도를 시범 실시해 본 결과 응시자의 23%가 불합격했다고 발표했다.

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고령운전자의 교육이나 면허증 반납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에도 적극적이다. 일본자동차연맹(JAF)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50세 이상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실기 교육을 시행 중이다. 이 교육을 통해 고령운전자는 스스로 운전습관을 되돌아보고 안전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은 시각 기능과 인지능력을 점검하는 과정과 전문가의 운전 강습, 고령자의 면허 갱신과 관련한 정보 등으로 이뤄진다. 또한, 자신의 인지능력이나 눈, 귀의 기능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일본에선 '운전졸업식'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동일본 고속도로(NEXCO東日本)는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의 과반수(66%)가 65세가 넘은 고령운전자에게서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면허증 반납을 유도하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했다. 동일본 고속도로는 2019 캠페인을 위한 단편 웹 영화 '아버지와 어머니의 졸업여행 ~ The Last Long Drive'를 공개했다. 78세 아버지가 마지막 운전을 기념하기 위해 졸업여행 과정에서 운전의 어려움을 새삼 깨닫고, 가족이 준비한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면허를 반납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이 호응을 얻자 다음 해에는 면허를 갓 딴 손주가 체험을 통해 고령운전자의 어려움을 깨닫고 조부모를 모시고 첫 여행을 떠난다는 단편 웹 영화 'The First Long Drive ~ # 계기는 3대의 면허'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노력 탓인지 일본의 고령자 교통사고는 크게 줄어들었다. 일본 경시청 자료에 따르면 일본 도쿄도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2011년 6923건에 달했지만,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지난해에는 4246건에 불과했다. 38.7%가 감소한 수치다.


국내에서도 고령운전자의 사고 예방과 면허 반납을 위한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역시 면허 갱신이 까다로워졌다. 2019년부터 75세 이상 운전자는 면허 갱신 기간에 교통안전 교육을 받아야 하고 갱신 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다. 또, 인지능력 자가진단을 포함해 교통안전교육 2시간을 모두 이수해야만 면허 갱신이 가능해진다.

지난 3월 울진군은 전국 최초로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실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교통안전교육이 온라인으로 확대됐지만 인터넷 활용이 어려운 고령운전자를 위한 배려다. 이들 75세 운전자의 운전면허 정기 적성검사를 위한 치매 선별검사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도 늘고 있다. 인천, 김천, 여수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고령운전자를 위한 치매 선별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13일부터 '운전면허 자진반납 어르신 선불 교통카드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원스톱서비스'를 통해 만 70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10만 원이 충전된 교통카드 수령 과정을 지원한다. 면허 반납 신청자는 경찰관서의 방문 없이 주민센터에서 반납 신청부터 교통카드 수령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매년 1천 명 안팎이었던 운전면허 반납자는 이 제도의 시행 후 2019년 1만 6956명, 2020년엔 1만 4046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수원시 역시 유사 제도를 시행 중이다. 6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지역화폐인 '수원페이' 10만 원을 지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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