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사태와 사회적 거리두기 탓…온라인 활동과 종활 늘어


(팝콘뉴스=이준호 기자)* [이준호의 노후낙낙]은 올바른 노후생활을 위한 시니어 문화를 진단합니다. 낙낙은 즐겁다는 樂樂의 의미와 '넉넉하다'는 뜻, 노후를 노크한다는 Knock Knock의 중의적인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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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에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이제 오후 10시만 되면 모임은 자연스레 끝나고, 외출할 때 필수품 순위에서 마스크는 핸드폰과 동급이 됐다. 몇년 전 TV 프로그램 속 마스크 없는 군중은 이젠 생소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인해 고령층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또 앞으로 달라질까? 우리가 고령화 사회의 변화를 분석할 때 늘 참고하는 사례가 바로 가까운 일본이다. 최근 일본에서 진행된 몇 가지 설문조사를 통해 코로나19로 달라진 일본 고령층의 삶을 엿보고, 우리가 겪게 될 변화를 예측해 본다.


'거리두기'로 외로움 느끼는 日 노인들


일본 고령층의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보여주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외로움'이다.

일본의 시니어 연구기업 오스텐스는 회원 35만 명을 보유한 시니어 모임 '취미인클럽'의 60세 이상 멤버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11일 발표했다.

설문 결과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가 44.8%로 절반에 가까웠다. 동일 대상으로 실시된 지난해 설문에선 39%만이 외롭다고 답한 것에 비해 5.8%p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여성의 심리적 변화폭이 컸는데, 지난해 38%가 응답했던 것이 올해는 50.5%를 기록했다.

이런 심리 변화는 다른 설문에서도 나타난다. 일본 최대의 중고거래 플랫폼인 메루카리는 3월 30일 'COVID-19 확대에 따른 60대 이상 의식·행동 변화와 프리마 앱 이용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메루카리는 우리로 치면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와 같은 기업이다. 프리마 앱은 플리마켓 앱 즉, 중고거래 앱의 일본식 표현이다.

메루카리가 노후의 삶에 불안한 부분을 묻는 항목에 대해 지난해 조사 결과와 대부분 비슷한 응답이 나왔지만, "고독하며 사회와의 관계가 희박해진다"는 답변만이 작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줄 기미가 없는 상태에서 반복되는 긴급사태 선언과 해제가 주는 피로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부활동이나 교우관계 등 사회적 교류가 급격히 줄면서 고독감을 느끼는 고령자들이 증가한 것으로 추측된다.


사람 온기 찾아 온라인으로 향해


이런 고독감의 증가는 일본 노인들을 온라인의 세계로 안내했다. 외로움을 달래고, 사회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인터넷을 선택한 셈이다.

실제로 오스텐스 설문에서 응답자의 58%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나 TV 등을 선택한다고 답했고, 48.8%는 메신저나 이메일 교환을 통해 타인과 교류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설문과 비교해봐도 온라인 활동은 다양해졌다. 단순한 뉴스 읽기는 49.8%로 지난해보다 11.1%p 감소했지만, 유튜브 감상이나 인터넷 쇼핑, 화상 회의 프로그램 활용 등은 10%p가량 증가했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 고령자들은 온라인 쇼핑을 단순한 물건 구매 수단이 아닌 '타인과의 교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역시 코로나19로 높아진 고독감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쿠카리의 조사에서 중고거래 상대에 대해 친근함을 느끼냐는 질문에 대해 34.8%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와 관련 일본의 애널리스트 모리나 코헤이는 "코로나19로 빼앗긴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중고거래 앱이 대체하는 것 같다"고 평가하고, "앱을 통해 자신과 가치관이나 기호가 비슷한 사람과의 대화를 즐기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메루카리 측은 "60대 이상 이용자 수가 1.4배 증가했으며, 이들의 물품구입은 1.4배, 물품 판매는 1.6배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1인당 평균 판매 물품 수에 관한 것. 20대의 경우 연평균 39개의 물건을 판매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60대 이상의 경우 72개 상품을 판매했다. 60대 이상이 오히려 두 배 이상 많은 물건을 판매한 것. 이에 대해 메루카리 측은 "20대 가입자 수가 훨씬 많아 절대 비교가 어렵지만, 60대 이상이 가진 물품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으로 추측한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죽음 되돌아보는 일본인들


일본의 시니어 여성 대상 월간지 '하쿠메쿠(ハルメク)'는 지난달 20일 일본인의 죽음 준비 활동인 종활(終活)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60세에서 74세 사이의 일본인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종활에 관한 의식 조사'는 종활에 대한 의견이나 준비 방식, 종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 등에 대해 다뤘다.

응답자의 79%는 "종활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38.3%는 "이미 종활을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종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는 항목은 코로나 시대 이전에 진행된 조사 결과와 변화를 나타냈는데, 2018년 조사에선 가족이나 친척의 죽음, 자신이나 배우자의 건강 악화, 정년퇴직을 종활 시작의 계기로 지목하는 응답이 대부분이었지만, 올해 조사에선 코로나19를 원인으로 꼽는 응답자가 적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 정리를 시작했다거나,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종활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등의 응답이 있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일본 고령층의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로나19는 의학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영향을 끼쳤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온라인 활동이 대체제가 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이제는 백신 공급이나 생활비 지원 등을 넘어 코로나19로 상처 받은 고령층의 마음까지 보듬는 정책을 고려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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