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고요한 성년의 날... 코로나19로 축소된 대학생활 '아쉬움' 목소리도

▲ 17일 마포구 홍익대학교 건물 앞에 발열검진소를 통해 학교에 입장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17일 성년의날, 평소라면 하나둘 쯤 꽃을 안고 교정을 거니는 학생들이 눈에 띌 법한 날이지만, 이날 교정에는 꽃 한 송이도 보기 힘들었다. 오전 중 그칠 것으로 알려진 비가 오후까지 이어지면서, 교내에는 비를 피해 걸음을 서두르는 학생들만 가득했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올해 성년이 된 2002년생들은 지난해 입학한 20학번에 이어 대학교 교정이 낯선 신입생의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시내 대학 대부분이 비대면 수업을 중심으로 대면 수업을 조심스럽게 늘려가고 있는 상황인 까닭이다.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학교도 늘어나면서 올해 성년을 맞아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의 축하 자리도 작년에 이어 축소되는 모양새다.

이날 홍익대학교와 서강대학교는 열 체크와 등록 후 학내에 진입하도록 하거나 외부인의 출입을 아예 제한하고 있었다. 성년의날 행사 역시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성인이 된 현예 씨(서강대 2학년)는 "작년에 학교 측에서 행사를 진행해 성년의날을 챙겼다"면서도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교복을 입고 친구들을 만나 서로 축하하는 자리를 가지려 했는데 하지 못했다.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국내 확산 이전이었다면, 당일 붐볐을 학교 앞 드럭스토어 등도 한산했다. 홍익대 앞 드럭스토어에서는 '성년의날' 기념 마케팅 광고지가 붙어있었지만, 대학가의 다른 가게에서 '성년의날'을 언급하는 광고문구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 17일 서강대학교 앞에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입간판이 서있다 © 팝콘뉴스

반면, '성년의 날' 자체가 이미 사문화된 것인 만큼, 챙기지 않는 일에 대해 별스럽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이날 학교에서 만난 대부분의 학생이 오늘이 성년의날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했다.

이강민 씨(홍익대 4학년)는 "1학년 때도 따로 성인의 날을 챙기지 않았다. 꽃을 들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보이면 '성년의 날이구나' 알아채는 정도였다"며 "학과 분위기가 그랬고, 공부할 것도 많다 보니"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장미꽃 등을 파는 행상 역시 학내에 보이지 않은 지 오래됐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 14일 인크루트와 알바콜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로 구성된 응답자 38.1%가 성년의날을 '허례허식이 짙은 기념일'로 꼽았다.

다만, 성년이 되는 청년을 어른이 함께하는 공동체가 '축하'해주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성년의날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년의 경제적 독립이 까마득해진 데다 공동체가 옅어지면서 축하해줄 어른도 줄어들어, 상업적 의미가 커졌지만, 여전히 내 뒤를 받치는 공동체를 확인하는 날로서 성년의날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장을 지켜보았던 어른들과 함께 커온 아이들, 그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의례의 자리를 마련"해줄 필요를 언급하며 "경제독립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그 나름의 인격을 존중하고 어려운 시대를 잘 살아내라는 격려가 들어가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지친 목소리도 학내에서 들어볼 수 있었다.

홍익대 4학년 오승훈 씨는 "(코로나19로)밖에 나올 일이 잘 없다 보니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다. 경험을 쌓아야 하는 시기인데 집에만 있고, 똑같이 공부만 하다 보니 (아쉽다)"고 말했다.

홍익대 4학년 이강민 씨는 "우리는 괜찮은데 1, 2학년 후배들이 안타깝다. 학교도 아예 못 오고 축제도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학교생활을 많이 못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전했다.

키워드

#성년의날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