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히어로] "나 살자고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게 사람이 할 짓인가"

파주 '개 경매장' 앞에서 두 달째 집회 중인 'Save Korean Dogs'

박윤미 기자 | 기사입력 2021/05/11 [14:45]

[반짝 히어로] "나 살자고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게 사람이 할 짓인가"

파주 '개 경매장' 앞에서 두 달째 집회 중인 'Save Korean Dogs'

박윤미 기자 | 입력 : 2021/05/11 [14:45]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만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짝꿍)'라 고백하기도 합니다. 가족과 친구. 이 두 단어에는 아무래도 '사랑'과 '정'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 하나 책임지기 힘든 세상에 다른 생명을 위해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을 쓸 이유는 없으니까요.

 

[반짝 히어로]는 이처럼 사람과 동물 간의 특별한 사연들로 채워 나갑니다. 동물 관련 유의미한 일을 주로 다룰 예정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들도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기록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람과 동물의 '온전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 주변 숨은 영웅(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 생명을 죽여 생계를 이어가는 행위는 당장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SKD 김나미 대표(오른쪽)(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개 식용 문제를 두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는 일은 코미디일까, 아니면 슬픈 드라마일까. 

 

여기 웃음 포인트 하나 없는 코미디는 강제 종료하고, 새 필름을 끼워 각본 없는 다큐멘터리를 기록하겠다는 이들이 있다. 동물보호단체 '세이브 코리언 독스'(Save Korean Dogs, 이하 SKD) 김나미 대표와 회원들, 그리고 동물 실험 및 학대, 개 식용 반대 등에 같은 뜻을 가진 시민들이다. 

 

이들은 지난 3월 15일부터 매주 월·수·금요일 세 차례 경기도 파주 검산동의 한 개 경매장 앞에서 '시설폐쇄 촉구'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집회는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이 시간 개 경매장 출입로에는 트럭과 SUV 등 유독 덩치 큰 차들의 이동이 잦다. SKD에 따르면 운전자들은 대부분 개를 팔고 사려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집회 참가자들은 오고 가는 차량들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이를 항의하는 운전자들과는 말다툼을 벌이기 일쑤다.

 

이곳 '개 경매장'을 '불법 육견 경매장'으로 칭하는 SKD 김나미 대표는 올해 초복(7/11) 전에 시설을 폐쇄하고야 말겠다는 각오다. 경기도청과 파주시청에 행정대집행을 촉구하는 공문을 몇차례 발송했으며, 여러 관계 당국 담당자들을 만나 단체의 목적과 행동을 수없이 설명하고도 있다.

 

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시민들 또한 김 대표와 같은 생각으로 생업까지 미뤄둔 채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 

 

▲ 개 경매장 폐쇄를 촉구하는 Save Korean Dogs 회원 등 집회 참가자들. 개 경매장 주 출입로를 지나는 차량들을 촬영하고 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SKD는 앞서 남양주의 한 개 경매장을 폐쇄시킨 전력이 있다. 개 농장에서 거래되는 육견 취급받는 개들을 비롯해 학대받거나 안락사를 앞둔 개들을 구조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입양 보내는 일들 또한 이 단체가 하는 일이다. 김포 소재 SKD 보호소에는 지금도 입양을 기다리거나 치료 중인 개들이 50여 마리나 된다고. 

 

SKD에서 미국으로 입양 보낸 개들 중에는 일 년이 채 안 돼 군견이 되거나 사체 탐지견이 된 사례가 있다. 김나미 대표는 그 개들의 근황을 사진으로 증명하며, 한국에서는 육견 취급받던 개들이 단기간의 교육을 통해 공적 업무를 수행할 정도로 똑똑하다는 것을 자랑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집회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이 같은 결실 덕이라고 강조했다. 

 

집회 두 달째인 최근까지 SKD는 파주 검산동 개 경매장을 대상으로 농지법, 건축법 등과 관련한 여러 고발을 진행했다. 국방부 땅 300㎡를 무단으로 점유한 것 역시 시설의 불법을 찾는 과정에서 이뤄낸 성과였다.

 

이 때문에 개 경매장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김나미 대표는 "안에 들어가서 보면 뜬 장에 갇힌 애들의 꼴이 말이 아니다"며 "생존권 운운하는 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먹고살겠다고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그리고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은 생존권을 운운할 정도로 가난한 이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복이 다가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차량이 오가고, 그만큼 많은 개가 이곳에서 거래돼 도축장에 끌려가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며 "집회가 끝난 후 여기 모인 사람들이 자신들의 차량으로 개를 사 가는 사람들을 따라간다. 그들이 차를 세운 곳은 도축장 아니면 보신탕집이었다. 그런데도 저들은 조금의 죄의식도 없다"고 말했다. 

 


SKD "초복 다가오기 전에 경매장 철거시키는 것 목표"

경매장 측 "이쪽이나 저쪽이나 개장사하기는 마찬가지" 


 

개 경매장 측에서는 SKD의 집회가 사실과 다른 여론몰이이자 자신들과 다름없는 일종의 개장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 경매장과 고용 관계 등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한 여성은 매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 경매장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그는 SKD 측이 자극, 선동으로 생계가 걸린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비슷한 일로 지난 2018년 농장주 세 명이 자살한 일도 있었다며, 분위기가 조금 더 험악해지면 유혈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KD 김나미 대표가 이곳 개 경매장에서 팔려 가는 개들을 돈 주고 사 구조에 성공했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하는가 하면, SKD가 자신들의 활동을 SNS 등에 전시하고 있으나 실제와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경매장에서 팔린 개가 아닌 병들고 아픈 개를 데려다 보다 극적이고 비참하게 보이려는 일종의 '쇼'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들 세금 내고 합법적으로 하는 일인데, 동물단체라는 이유 하나로 타인의 생계를 무너뜨릴 수 있냐"며 "집회 후에는 개 사서 나가는 차들을 쫒아간다. 이것은 미행이자 사생활 침해다"고 말했다. 또 "개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은 인간밖에 없는데 그럼 이 세상 모든 인간은 사라져야 마땅한 것 아니냐"고 개 경매장 관계자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 전국육견인협회에서 집회 현장에 내건 팸플릿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전국육견인연합회에서도 SKD 등 동물보호단체와 날 선 대립 중이다.

 

집회 현장 주변에는 전국육견인연합회 이름으로 '동물단체 후원금 전수 조사하라',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하라'는 문구의 팸플릿들이 내걸려 있다. 이들은 한때 한정애 국회의원 지역 사무실인 강서구 화곡동을 찾아가 오물을 투척하며 한 의원의 개 식용금지 관련 입법 활동에 대한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집회 당사자들과 마찰을 빚은 그녀도, 육견협회도 결국은 이것을 주장하고 있다. '동물보다 사람이 먼저'.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은 육견협회의 이 같은 주장을 가리켜 '시대착오'적이며 '미개한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하는 행위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개를 식용으로 하는 나라는 이제 지구상 대한민국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아시아권 몇 나라들은 우리와 같이 개를 식용으로 취급했으나 현재는 불법이다. 우리나라는 축산법 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축의 종류'에 개를 포함시켰다. 가축은 식용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한정애 환경부 장관(3선 국회의원)과 같은 당 3선의 박홍근 국회의원(국토부)은 지난 1월 개 식용금지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이해관계 등에 얽혀 계류돼 있다.

 

▲ 두 달째 파주 검산동 개 경매장 '시설폐쇄 촉구' 집회를 개최 중인 Save Korean Dogs(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이 문제에 대해 국내 동물보호단체 측과 육견협회는 똑같이 "국가의 중재"를 외치면서도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해야 할 것'을 외치는 반면 육견협회는 "법에 명시된 가축의 식용이 왜 문제가 되냐"며 '만일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할 경우 대안이 우선돼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배우 출신 동물보호 운동가 브리지트 바르도는 2001년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을 '야만인'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녀의 이 같은 말에 많은 국민이 "한 나라의 오랜 문화를 멸시했다"며 그녀와 프랑스 측의 공개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개식용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식용 금지를 찬성하는 인구가 많아지고는 있지만, 개를 소, 돼지와 마찬가지 가축으로 인식해 먹어도 무관하다는 인식 또한 있다. 

 

* 독자 여러분 주변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면 주저 말고 아래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동물의 개인기나 생김 등에 대해서는 제보받지 않습니다. 박윤미 기자 yoom17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