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인물들을 통해 쉽게 이해하는 '어린이 권리'... 어른 위한 제언도

▲ 멈춘오늘숲 전시장 입구에 전시 시작을 담당하는 터치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사자의 용기도, 허수아비의 심장도 도로시는 필요하지 않다고 했어요. 도로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어린이날을 며칠 앞둔 지난 1일, 고양어린이박물관 3층에서는 생동감 있는 구연동화 릴레이가 이어졌다.

스마트폰을 통해 나오는 동화구연에 부모님의 목소리가 겹친 실감 나는 구연동화에 맞춰, 아이들은 전시관 이곳저곳을 옮겨다녔다. 길을 잃은 헨젤과 그레텔에게, 집이 그리운 도로시에게, 밥을 먹지 못한 여우에게 그들의 '권리'를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오는 8월 29일까지 진행되는 2021 어린이 권리 특별전 ‘멈춘오늘숲’에서 익숙한 동화 속 주인공을 통해 소개되는 어린이 권리 이야기를 듣고 왔다.


"우리는 권리를 요구하고 어른들은 우리 권리를 지켜야 해요."


전시의 내용은 이렇다.

어떤 그림책이 있다. 제가끔 어떤 권리를 잃어버린 인물들이 등장하는 동화책으로, 저마다 슬퍼하고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다가 '어린이권리 구조대'를 만나 필요한 것을 되찾고 끝이나는 네 장짜리 동화다.

문제는 각 장이 모두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순서대로 읽기 위해서는 어린이 관객이 전시장을 돌아보며 모든 장을 찾아 하나로 꿰어내야 한다.

전시 체험은 스마트폰을 통해 진행된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에 띄워진▲가족과 함께 있고 싶은지 ▲그림책을 보고 싶은지 ▲노래하고 싶은지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지 네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 관련된 이야기로 접속할 수 있는 링크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만일 어린이가 '노래를 하고 싶다'를 선택하면, 베짱이를 부러워하는 개미가 등장하는 이야기로 관객을 이끄는 식이다.

이야기를 모두 꿰어낸 후에는 전시장 안쪽에 위치한 프린터를 통해 완성된 이야기를 길다란 쪽지처럼 뽑을 수 있다. 귀가해 이야기책을 색칠까지 마무리하면 활동이 끝난다.

인쇄된 4컷 그림 쪽지 하단에는"어린이에게는 놀 권리가 있어요"와 같은 짧은 문장을 더해, 어린이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을 쉽고 선명하게 전한다.

▲ 전시장에 설치된 이야기 카드들. 왼쪽 그림은 양치기 소년이 등장하는 이야기의 마지막 컷 © 팝콘뉴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전해지는 메시지는 다양하다. 모두는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도로시를 통해, 배가 고프다면 밥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흥부전을 통해 전달한다.

특히, '나의 권리만큼 친구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점을 전하는 동화도 마련해, 어린이 관객의 권리에 대한 이해를 높인 점이 눈에 띈다.

두루미와 다른 입매를 하고 있어 밥을 먹지 못한 여우에게 이야기 아래, 피부색과 쓰는 언어가 달라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인물의 이야기 아래, '생김새가 다르고 성별이 달라도 너도 나도 우리는 똑같이 소중해!'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는 식이다.

어린이의 권리를 어린이가 요구는 하되, 지켜주는 인물은 어린이 구조대라는 어른으로 설정했다. 어린이들에게 '아무도 나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우리 권리는 어른들이 지켜줘야 한다'는 점을 동시에 전달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 프린트된 이야기. 그림은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 © 팝콘뉴스

이 밖에, 인쇄된 이야기는 어린이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부모님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담아 아이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보호자 가이드도 겸한다.

아동권리협약이 정하고 있는 어린이의 각 권리와 함께 '아동을 위한 선택에서 아동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차별하지 않기' 등 간단한 제언을 더해서다.

이날 5살 딸과 함께 전시에 참여한 이상우(35) 씨는 "아이가 아직 5살이라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지만 아이에게 권리에 대해 쉽게 설명할 기회가 된 것 같아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당 전시는 현재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고양어린이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시간대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장 접수는 받지 않고 있다.

한편, 고양시어린이박물관에서는 해당 전시 외에도 '안녕? 지구!', '건축놀이터', '예술놀이터' 등 체험형 상설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입장 후 각 전시실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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