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출산, 새로운 가족 형태인가 가족 해체 주범인가

시대 변화에 따른 다양한 가족상 받아들여야

편슬기 기자 | 기사입력 2021/04/28 [16:52]

비혼 출산, 새로운 가족 형태인가 가족 해체 주범인가

시대 변화에 따른 다양한 가족상 받아들여야

편슬기 기자 | 입력 : 2021/04/28 [16:52]

▲ 비혼 출산을 선택한 방송인 사유리 씨(사진=사유리TV).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가족의 정의가 변하고 구성원이 세분화되면서 바야흐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나홀로 즐기는 '1인 가구'부터 미혼모, 미혼부와 자녀가 함께 살아가는 '한부모 가정',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비혼모' 등 오늘날에 이르러 '가족'의 개념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중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비혼모'다. 방송인 사유리 씨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우리 사회 전체에 '결혼하지 않고서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가'란 난제를 남겼다.

 

이 문제에 대한 견해는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을 권리가 있다"와 "가족 해체를 촉발하는 비혼 출산을 반대한다" 등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결혼'과 '출산'은 분리될 수 없는 개념인가.


 

결혼 얘기에 항상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출산'. 살아가면서 학교에 다니고 회사에 취업하고 결혼을 해 아이를 가지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거쳐야만 하는 당연한 삶의 관문이었다. 특히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일컬을 만큼 중히 여겼다.

 

사람에게 있어서 행해야 할 가장 큰 일이라는 뜻의 인륜지대사, 오늘날에 와선 그 의미는 상당히 퇴색됐다.

 

결혼은 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젊은 세대들에게 널리 퍼져있고 최근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청소년 실태조사에서도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견이 39.1%, 결혼해도 반드시 아이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60.3%로 나타났다.

 

결혼이 '출산'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출산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할까?

 

제도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생명윤리법에서는 임신을 위한 체외수정 시술 시 '시술 대상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 배우자의 서면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우자가 없는 경우는 서면동의 없이 진행할 수 있다.

 

2017년에 개정된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 따르면 비배우자 간 인공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비혼 출산을 뒷받침하는 실질적 제도의 부재로 태어난 아이가 생물학적 부모를 찾는 등의 법정 분쟁 소지 발생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다.

 

비혼 출산을 반대하는 바른인권여성연합 전혜성 사무총장은 "비혼 출산을 다양한 가족 형태 중 하나라고 인정하기에는 어려운 요소들이 있다. 비혼인 상태에서 출산하겠다는 것은 엄마 혹은 아빠의 단독 결정으로 인해 아이가 출생부터 결핍된 가정을 경험하게 된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어 "교육학 등 여러 분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성 내지는 모성이 결핍된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는 상처받고 건강하지 못한 성인으로 자랄 가능성이 있다"며 비혼 출산은 부모의 이기적인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미혼부, 미혼모와 비혼 출산을 동일 선상에 놓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전자의 경우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쳐 임신해서 낳았으며, 부와 모의 존재가 명확하기에 비혼 출산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여성가족부(장관 정영애)는 27일,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며 보조생식술에 대해 검토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른 비혼 단독 출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인 및 관련 법‧윤리‧의학‧문화적 측면에서의 쟁점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상반기 내 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단체와 전문가 등과 함께 간담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가족 해체'를 조장한다? '생명 경시 풍조'다?


 

▲ 27일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 대해 발표 중인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사진=뉴시스).  © 팝콘뉴스

 

앞서 비혼 출산을 반대하는 이들은 '가족 해체' 조장을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1인가구, 한부모가정, 비혼모 등의 새로운 가족 형태가 남편과 아내, 자녀들로 이뤄진 전통적 가족의 존립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서울여대 정재훈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가족이 해체되는 것은 산업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이며 앞으로도 가족 형태가 다양하고 세분화되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갈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정재훈 교수는 "비혼 출산이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의 부부가 아이를 낳는 것은 새로운 가족 형태의 탄생이지 생명 경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이 보장하는 혼인 관계가 아니라 해서 가족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며 정상 가족이라고 규정하는 가정이 이혼했을 경우 이를 가족의 해체라고 명시하지 않듯, 시대 변화에 따라 가족 형태와 개념도 변화하며 결국 가족 이후에는 '가족들'이 온다는 의견을 전했다.

 

조부모와 부모, 미혼 자녀들로 구성된 대가족이 부모와 미혼 자녀로만 구성된 핵가족이 되고 또 이들이 쪼개져서 자녀가 없는 부부인 딩크족, 비혼을 선언한 1인 가구로 점차 분화하는 것은 시대 변화가 낳은 '결과'지 정상 가족의 분열을 야기하는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전혜성 사무총장은 "비혼 출산을 선택하는 이들은 정자와 난자를 공여받고 돈으로 이를 사 오는 것이다. 인간 물질화나 생명 경시가 기저에 깔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자은행에서 출산을 위해 정자를 선택하는 과정 중 외모나 학벌, 성격 등의 조건을 따지는 점에 대해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행위를 연상케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리모 출산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비난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보다 우월한 유전자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생존·번식 본능은 생명 경시가 각인된 것인가?"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OECD에 속한 선진국 중 프랑스의 경우 비혼 출산 비율이 약 60%를 차지하며 2020년 기준 출산율이 2.2명을 넘어섰다. 1990년대만 해도 1.6명대에 머물러있던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였던 점을 돌이켜볼 때 저출산 극복 정책이 성공적으로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 다른 핀란드, 노르웨이 등 선진국들도 비혼 출산 비율이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1.4%로 극히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혼, 비혼출산, 가족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