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2년...시민사회 "여성이 건강할 권리 보장해야"

11일 모낙폐 토론회 열어... 의사 '양심'에 달린 시술여부 등 문제 제기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1/04/12 [09:02]

낙태죄 헌법불합치 2년...시민사회 "여성이 건강할 권리 보장해야"

11일 모낙폐 토론회 열어... 의사 '양심'에 달린 시술여부 등 문제 제기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1/04/12 [09:02]

▲ 지난 11일 모낙폐 개최 토론회에 참석한 관객이 '더이상 낙태죄는 없다. 이제는 공공의료서비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그동안 산부인과 의사들은 현행법이 허용하지 않는 낙태 요구에 응해오면서도 여성과 태아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이에 생존 가능성이 있는 임신 22주 이상 태아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지난해 12월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자체 기준으로 '선별적 낙태'를 이어갈 것을 선언했다. "낙태 진료에 대한 의사의 거부권은 개인의 양심과 직업 윤리 등을 고려하여 반드시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선언과 함께였다.

 

시민사회는 즉각 반박했다. 의사의 '양심적' 선택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에게 불이익을 입힐 뿐이라는 취지다.

 

지난 11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운동(이하 모낙폐)에서 주최한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2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언급된 관련 주장을 추렸다.

 


"임신중단은 의료서비스 영역... 의료진 권리 아냐"


 

지난해 12월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낙태죄 폐지와 관련한 학회 및 유관 단체의 입장문을 내고 '선별적 낙태 거부'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학회는 "태아가 생존 가능성이 있는 시기의 낙태도 허용하자는 주장은 의사에게 살인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며 ▲임신 10주까지는 조건 없는 낙태 ▲22주까지는 충분한 숙려기간 제공 ▲22주부터는 의학적 사유 이외의 낙태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지침을 발표했다.

 

시민사회는 이같은 산부인과 지침에 "임신중단은 의료서비스"라고 반박하고 나선다.

 

이날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임신중단이 비범죄화했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는 것이다. 특히 의료현장에서 의료진들이 이 부분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며 "임신중단은 요청이 있다면 제공해야 하는 의료 서비스의 영역"이라고 짚었다.

 

최예훈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 의사 역시 "(산부인과) 의사의 '양심적 거부'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의사 자신이 아니라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라며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는 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것이며, (의료진이) 의료서비스 제공을 자신의 권리로 보는 것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진이 임신중지 과정 전체를 '결정'하면서 임신중지 과정에서 여성의 부담 역시 늘어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라일락 예술창작활동가는 "청소년은 임신중지를 위해 두 개의 문턱을 건너야 한다. 하나는 시술을 하는 병원을 찾는 것, 또 하나는 그중 부모 동의를 요구하지 않는 병원을 찾는 것"이라며 "당시 수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조금 늦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이미 시간이 소요되고, 병원의 자의적 판단으로 '보호자 동의'까지 요구된다면, 환자의 건강권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병원이 자의적으로 시술 시행 기준을 적용하면서 '부르는 게 값'인 상황도 문제로 제기된다.

 

협회가 발표한 것과 달리, 현재 병원에 따라 8주에서 22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술 시행 기준이 적용되고 있으며, 더 높은 주수의 시술을 하는 병원은 공급이 적어, 많게는 몇백만 원의 비용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 도입 등 선택지 늘리고, '건강보험' 보장해야


  

이에 시민사회는 임신중지를 '여성이 건강할 권리'의 시선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임신중지 급여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최예훈 의사는 "임신중지가 급여가 된다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에 해당 진료가 포함된다는 뜻"이라며 "치료가 필요할 때 병원에서 치료비를 환자가 전부 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함께 부담하자는 것이다. 임신중지를 그런 대상으로 포섭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먹는 유산유도제 등 약물 도입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최예훈 의사는 "해외에서는 먹는 유산유도제 도입이 이미 30년을 넘겼다. 안전성은 보장돼 있다"고 도입을 촉구했다.

 

지난 3월 현대약품은 먹는 유산유도제 '미페프리스톤(미프진)'에 대해 유통계약을 체결하고, 허가신청서 제출을 위해 식약처와 협의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의 법안 '공백'을 제한이 아니라 '지원책'으로 채우는 동시에 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영역까지 포섭할 필요도 제기됐다.

 

나영 셰어 활동가는 "법이 개정되지 않았다고 아무런 시도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정부 부처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관련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낙태지원 혹은 제한과 관련해 정부와 관계부처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낙태를 줄이는 낙태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저희와 함께 정부와 입법부에 요구해주시기 바란다"고 입법 시도를 계속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