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불투명한 공시가격 급등, 1주택자·다주택자 모두 반발


(팝콘뉴스=정찬혁 기자)전국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 대비 19% 이상 오른다. 14년 만에 최대치로 세종시는 무려 70.68% 올라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조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공시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하는 1주택자나 합산 공시가격이 6억 원을 초과하는 다주택자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상승률이 제각각이고 산정 기준마저 불투명해 이의신청에 나서야한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앞선 규제 강화와 이번 공시가격 인상으로 정부는 다주택자의 매물 처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으로 유도해 집값 상승을 기대하지만, 과세 기준일인 오는 6월까지 매물이 시장에 얼마나 나올지는 미지수다.


전국 공시가격 상승률 19.08%, 세종 70.68% 폭등


국토교통부는 16일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공개하고 오는 4월 5일까지 소유자와 지자체 등의 의견을 검토·반영해 4월 29일 결정·공시할 계획이다.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8%로 집계됐다. 2019년 5.23%, 2020년 5.98% 등 완만하게 오르던 상승률이 갑자기 두 자릿수를 찍었다. 이는 2007년 22.7% 이후 1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세종이 70.68%로 가장 많이 오르고 경기(23.96%), 대전(20.57%)이 20%를 넘겼다. 서울은 19.91%를 기록했으며, 부산(19.67%), 울산(18.68) 등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 전국 공시가격 상승률(사진=국토교통부) © 팝콘뉴스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은 전체(1420.5만 호)의 92.1%(1308.8만 호)이며, 서울은 70.6%(182.5만 호)가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에 해당한다. 공시가격 9억 원을 초과하는 공동주택은 전국 기준 3.7%(52.5만 호), 서울 기준 16.0%(41.3만 호)다.

국토부는 전체의 92%가 넘는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은 오히려 세 부담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재산세 부담완화 방안에 따라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1주택자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한 재산세 증가효과보다 세율 인하효과가 더 커서 재산세 부담액이 줄어든다"라고 설명했다.

공시가격 3억 원 이하는 전년도 재산세 대비 증가분의 5%, 공시가격 3억 원 초과~6억 원 이하는 10%, 공시가격 6억 원 초과는 30% 이내로 제한하는 세부담 상한제를 운용하고 있다.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1주택자, 합산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다주택자는 예외로 종부세가 부과된다.


9억 초과 고가 아파트·다주택자 '세금 폭탄'


정부 발표에 이어 2021년도 공공주태 공시가격안을 열람한 주택 소유자들은 급격한 상승에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9억 원 초과 주택 소유자나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

서울의 종부세 대상 아파트는 41.3만 호로 지난해(28.1만 호)보다 47% 증가했다. 이는 전체 가구의 16%로 6가구 중 1가구꼴로 상위 계층을 겨냥한 '부유세'를 내는 셈이다.

국토부가 제공한 모의분석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 전용면적 114㎡는 지난해 21억 7000만 원이던 공시가격이 올해 25억 1000만 원(15.6%↑)으로 오르면서 보유세도 1424만 원에서 2166만 원(52%↑)으로 늘어난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공시가격이 13억 9000만 원에서 15억 5000만 원으로 오르면서 보유세도 지난해 561만 원보다 51% 증가한 845만 원으로 분석됐다.

강북 대장주 아파트로 꼽히는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공시가격이 12억 7000만 원(2020년 10억 8000만 원)이 되면서 보유세도 362만 원에서 533만 원(47%↑)으로 오를 예정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세 부담은 더욱 커진다. '신림동 푸르지오 1차'(공시가격 5억 9000만 원)와 '은마아파트'(공시가격 15억 5000만 원) 2주택자는 보유세가 1628만 원에서 3991만 원까지 오른다.


공시가격 상승에 중산층 아파트도 불안감 확산


이외에도 강남 고가 아파트에 적용되던 종부세가 중산층 아파트 지역까지 퍼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 '강동롯데캐슬퍼스트'(전용면적 145㎡)도 공시가격이 8억 3100만 원에서 11억 3748만 원으로 올라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됐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있는 'e편한세상염창'(전용면적 84㎡) 공시가격은 지난해 7억 2800만 원에서 9억 6900만 원으로 올라 올해부터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됐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공시가격이 42% 올랐다. 세금 낼 돈도 없고 물가도 올라서 팔고 양도세 내면 하급지 밖에 못간다", "국민들 주머니 털어 세금 날로 먹으려고 한다. 누군가 불만 붙이면 들고 일어나겠다" 등 불만이 쏟아졌다.

세종시는 한솔동 '첫마을 3단지' 전용면적 149㎡가 공시가격이 6억 900만 원에서 11억 8200만 원으로 1년 사이 무려 71% 올라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는 공시가 6억 원 이하 1주택자도 불만은 마찬가지다. 당장은 재산 인하 혜택이 있지만 3년 한시 적용이고, 이 같은 가파른 공시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언제든 '세금 폭탄'을 맞게 될 위험이 있다.

1억 원 미만 저가 주택에 살던 서민이나 이를 포함해 다른 주택을 보유한 2주택자도 세금 부담을 안게 됐다.

취득세 중과나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1억 미만 주택도 이번 공시가격 급등으로 인해 448.8만 호에서 429.6만 호로 줄었다. 약 20만 호가 1억 미만에서 1억 초과 주택이 됐다.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주택은 정부가 투기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했다. 덕분에 1억 원 미만 주택을 취득해도 취득세 중과가 이뤄지지 않았고, 1억 원 미만 1주택은 청약 과정에도 무주택으로 간주했다.

대전 중구 용두동 '용두아파트' 전용면적 47㎡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4990만 원이었으나 올해 1억 6100만 원으로 3배 이상 올랐다.

지난해 다주택자가 추가로 '용두아파트'를 1억 5000만 원에 매매했다면, 취득세를 1.1%인 165만 원만 내면 됐지만, 현재는 최대 12%까지도 부과될 수 있다. 최근 실거래가인 2억 5000만 원을 적용하면 다주택자 최대 취득세는 3000만 원이다.

이와 더불어 이번 공시가격안에 따라 1억 원을 초과한 1주택 소유자는 무주택에서 1주택으로 간주해 청약에서 많은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제각각인 공시가격, 산정 기준 공개·전면 재조사 요구도


부동산 공시가격은 종부세를 포함해 ▲복지 ▲부담금 산정 ▲조세 ▲행정 ▲부동산 평가 등 5개 분야 63개 제도에 활용된다.

이처럼 각종 제도에 활용돼 파급효과가 큰 공시가격은 실제 집값과 공시가격 상승률이 제각각으로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과 부산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각각 3.01%와 7.91%였지만, 공시가격 상승률은 19.91%와 19.67%로 오히려 서울이 높았다.

서울과 부산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각각 19.91%, 19.67%였지만,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지난해 서울, 부산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3.01%, 7.91%로 부산이 2배 이상 높았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세종시(70.68%)도 실제 집값 상승률은 44.93%로 나와 차이를 보였다.

인근 단지 동일한 면적의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이 다르게 책정돼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국토부는 다음 달 29일 공시가격을 확정 고시할 때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데 참고한 기준 가격을 공개할 계획이다. 다만 정확한 산정기준이나 현실화율을 공개하지 않아 산정 체계의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국토교통부가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19.08%라고 발표했는데, 산정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라며 "이런 공시가격이 정확할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 내 공시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난 439곳의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검증한 결과 47개의 오류를 발견했다.

원 지사는 "오류투성이 공시가격은 동결해야 마땅하며 전국 모든 지자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해 공동주택공시가격과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모두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7일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금번 주택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과 불안이 서울 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원 지사와 함께 주택공시가격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건의했다.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고가주택 기준 현실화와 종부세 부과 기준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005년 '부유세' 성격으로 처음 도입된 종부세는 2009년 1주택자 기준 금액을 9억 원으로 상향한 후 현재까지 그 기준이 이어졌다. 당시에는 소수의 강남 대형 아파트만 대상에 들었지만, 현재는 강북은 물론 경기, 인천, 부산, 대구, 세종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에서 9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비율은 51.9%로 나타났다. 9억 원 초과 주택이 이미 절반이 넘어버린 상황에서 이를 고가주택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주택 중개보수 요율체계 및 중개서비스' 제도 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고가주택 기준을 현행 9억 원에서 12억 원 초과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등도 고가주택 기준 상향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세금이냐 처분이냐, 다주택자 매물 유도 가능할까


각종 부동산 세금 강화와 이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는 늘어난 세금을 감당할지 주택을 처분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오는 6월 1일부터 다주택자 종부세는 0.6~3.2%에서 1.2~6.0%로 상향된다.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중과세율을 10~20%포인트에서 20~30%포인트 상향하는 조치도 시행된다.

정부는 공시가격 인상을 통한 보유세 부담 강화로 6월 전까지 시장에 매물이 증가하고 집값 안정화 효과를 가져오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세 압박이 직접적인 집값 안정화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지난해 이미 보유세 부담이 예고된 만큼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한 다주택자도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9만 1866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가 공개된 이후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세금 부담이 가중된 만큼 세입자의 임대료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의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서울 입주 물량 자체가 늘지 않아 시장은 예측하기 어렵다"라며 "공시가격 급등으로 다주택자들이 월세나 반전세를 올리는 조세 전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17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대비 12.2%(7만 6529건→8만 5878건) 증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계속된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와 6월 1일 시행되는 보유세 중과 등에 따라 매물이 늘었지만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현재는 공시가격 인상 외 하락 요인이 없다. 중저가 매수세가 이어지며 집값이 오르고 다시 고가 아파트 가격을 밀어 올리는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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