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만들러 오세요"...'맥덕'이 만든 협동조합

비어랩 협동조합, 양조 클래스부터 수입 맥주 판매까지

정찬혁 기자 | 기사입력 2021/03/16 [16:42]

"맥주 만들러 오세요"...'맥덕'이 만든 협동조합

비어랩 협동조합, 양조 클래스부터 수입 맥주 판매까지

정찬혁 기자 | 입력 : 2021/03/16 [16:42]

▲ 비어랩 협동조합을 운영 중인 구충섭 조합장(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정찬혁 기자) OB맥주, 하이트맥주로 양분됐던 국내 맥주 시장에 어느덧 그 종류를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맥주가 생겨났다. 최근에는 MZ세대들의 펀슈머(Fun+Consumer) 경향을 노린 이색 맥주 상품들도 쏟아져 SNS에서 화제가 되곤 한다.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 한국의 맥주는 북한보다 맛이 없다는 혹평을 내놓은 이후 라거 중심이던 한국 맥주 시장은 10년이 안 되는 기간에 큰 변화를 겪었다.

 

청량감 넘치는 라거 위주로 제품을 내던 대기업 주류 회사에서 복잡한 향을 내는 에일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2014년에는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양조장 맥주(크래프트 비어)의 외부 유통이 허용되면서 수제 맥주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6년 311억 원이던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80억 원으로 성장했다. 현재 약 150여 개의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가 시장에 뛰어들었다. 

 

맥주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직접 취향대로 맥주를 만들거나, 시중에 없는 특별한 맥주를 원하는 수요층도 늘었다. 15일 방문한 비어랩 협동조합은 맥주 마니아, '맥덕'이 모여 만든 맥주 관련 협동조합은 수제 맥주의 대중화가 시작되던 시기부터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비어랩 협동조합, 맥주 제조 클래스부터 희귀 맥주 판매까지


 

비어랩 협동조합은 맥주 붐을 타고 2014년 12월에 설립됐다. 맥주를 좋아하지만 전업을 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구충섭 조합장 포함 11명이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현재는 구성원 변화를 거쳐 15명의 조합원이 있다.

 

구충섭 조합장은 "처음 맥주에 빠진 건 2010년에서 2011년 사이다. 바이엔슈테판이 한국에 처음 수입됐을 때였다. 국내 맥주 바 같은 게 많이 생기던 시기다"라며 "맥주가 몸에도 잘 맞는다. 몸에 열이 많아서 맥주가 잘 받았다"고 맥주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조합을 설립한 당시에는 소규모 양조장을 만들 계획이었다. 다양한 맥주를 연구하고 개발하려고 했지만, 현재는 소규모 양조장이 너무 많아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하에 포기했다. 대신 조합원 중에는 양조사가 돼 기존 회사를 퇴사하고 타 양조장에 들어간 사람도 있다.

 

비어랩 협동조합은 맥주 판매와 공방 위주로 운영된다. 주간에 조합장이 맥주 수입·유통 업무를 보고 손님이 오면 수입 맥주 판매도 한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맥주들이 많아 마니아들이 꾸준히 찾는다.

 

일일 클래스, 시음회 등은 보통 사전 신청을 받는다. 비어랩 협동조합 공방에는 수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맥아, 홉 등 주재료와 기구, 발효실까지 모든 걸 갖췄다.

 

▲ 수제 맥주 클래스를 진행하는 비어랩협동조합 공방(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이전에는 보통 15명 단위로 클래스를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5인 이하로 진행 중이다. 조합장은 "요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2019년부터 자영업이 전체적으로 위기를 겪었다. 최저시급 인상도 영향을 미쳤고,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기업 외부활동도 없어졌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합장에 따르면 이전에는 대기업에서 B2B로 교육 요청이 많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에는 회사 동호회 활동이 없어지고 맥주 클래스 요청도 줄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자 더욱 운영에 어려움이 닥쳤다.

 

구충섭 조합장은 "모든 게 준비돼 있으니 예약해서 몸만 오면 된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수제 맥주 양조를 위해서는 주재료인 맥아, 홉, 효모 등이 필요하며 맥아 분쇄 → 곡물 당화 → 여과 → 끓이기 → 홉 넣기 → 식히기 → 발효 등의 과정을 거친다. 1주일 이상 1차 발효 과정을 거친 후 병에 넣어 2차 발효 후 마실 수 있다.

 

조합장은 수제 맥주의 매력에 관해 "우선 만들기가 용이하다.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진한 스타우트를 만들 수도 있고 과일을 넣어도 된다. 음식처럼 다양하게 조제가 가능한 게 맥주다"라며 "재료도 구하기 쉽고 배우기도 쉽다. 일종의 발효 과학인데 우리야 김치, 막걸리 등으로 발효에 이미 가까워 금방 습득한다. 위스키처럼 증류하거나 와인처럼 나무를 심을 필요도 없다"라고 말했다.

 


수제맥주 업계 최초 상장, 대기업 OEM 진출...변화 맞이한 맥주 산업


 

매년 성장한 수제맥주 시장은 올해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해 맥주 주세 부과 방식이 종가세에서 생산량을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로 변경되면서 국산 수제 맥주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제주맥주는 수제 맥주 업계 최초로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도 앞두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 허용돼 대기업에서 수제 맥주 브랜드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맥주들이 가득한 보틀숍 공간(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수제 맥주의 성장을 꾸준히 지켜 본 구충섭 조합장은 "아무래도 많은 맥주를 접해봤으니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처음에는 레벨에 못 미친다고 생각해서 대형 유통 크래프트 비어를 한동안 안 마셨다. 이후에 우연히 지인들과 모임 있을 때 마셔봤는데 깜짝 놀랐다"라며 "제주맥주는 상장도 한다는데 퀄리티가 많이 올라왔더라. 플레이그라운드에서 나온 IPA도 좋았다. 카브루에서 나온 라인업도 예전에 이태원 해방촌에서 마시던 오리진을 갖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시장이 성장하고 고퀄리티의 맥주가 늘어나면서 일반적인 라거, 에일이 아닌 개성 강한 맛을 지닌 맥주를 찾는 수요도 늘었다. 요즘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맥주에 관해 조합장은 "사우어 맥주 트렌드가 있고 요즘은 '신선한' 맥주, 과일 맥주가 인기다"라고 언급했다.

 

신선한 맥주의 예로는 뉴잉글랜드 스타일 IPA가 있다. 보통 헤이지(Hazy)라고 해서 탁할 정도로 홉을 다량으로 넣는다. 이러한 맥주는 유통기한도 짧고 온도에도 민감하다. 보통 맥주 유통기한이 1년인데 뉴잉글랜드 스타일의 IPA는 3개월 정도다. 홉이 한 달이 지나면 아로마 성분이 사라질 수 있어 빨리 마셔야 한다. 

 

사우어 맥주들은 요즘 '스무디'라는 표현을 쓰는데 스무디 IPA는 과일의 과즙이나 퓌레를 넣어서 진득하게 만든다. 이런 맥주들은 과당 때문에 운송과정에서 발효될 수 있어 냉장 배송해야 한다. 구충섭 조합장은 "소비자 눈도 계속 높아지고 있어 양조사는 이를 충족하기 위해 재료 수급이나 유통 등 따질 게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 뉴잉글랜드 IPA인 '리비전 클라우드 커들 헤이지 IPA'(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물론 이러한 맥주는 아직 편의점이나 마트 같은 대형 유통에서 보기는 쉽지 않다. 가격 면에서도 일반 맥주와 비교해 다소 비싼 편이다.

 

조합장은 소규모 양조장이 더욱 성장하고 다양한 맥주가 나오기 위해서는 '네 캔에 만 원'과 같은 대형 유통 위주의 기형적인 가격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장은 "최근에는 대기업에서 브랜드를 흡수하고 OEM 방식으로 생산도 한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성장 추세에 있지만, 경기가 안 좋으면 수요층은 저가 술을 선택한다. 결국 네 캔에 만 원인 시장을 못 벗어나게 된다"며 "사실 인건비 문제도 그렇고 양조장의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려면 수익이 나야 하는데 모두 가격 경쟁으로 '네 캔 만 원'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저가 경쟁은 국내 크래프트 맥주가 성장하기에 좋지 않다. 대규모 생산이 아닌 소규모 양조장은 저렴한 가격으로 마진을 줄이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라며 "'네 캔에 만 원'이라는 시장이 대형 유통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물론 고객 니즈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을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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