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주우면서 달리는 환경보호 운동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조깅(Jogging)'은 평균 걷는 속도(4km/h)보다 두 배 정도 빠르게 달리는 것을 뜻한다. 추운 겨울이 가고 만물의 소생을 알리는 봄이 찾아오면서 한강이나 집 근처 공원에는 가벼운 옷차림에 건강을 챙기며 조깅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조깅의 '조'를 아침 조(朝)로 바꿔 밤에 뛰는 달리기를 야(夜)깅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생겼고,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점심식사를 마친 뒤 가볍게 회사 근처 공원에서 달리기를 들기는 '점깅족'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줍깅'이라는 낯선 용어가 등장했다. 과연 '줍깅'은 무슨 뜻일까? '줍깅'을 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을 만나 '줍깅'을 함께했다.


달리며 쓰레기 줍는 '줍깅(플로깅, plogging)'


▲ (뒷쪽부터)권인구(좌), 명재천, 김서준, 한유사랑, 안가영, 박선우, 강현정 씨(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줍깅은 스웨덴어의 줍다(plocka up)와 영어 달리기(jogging)의 합성어인 '플로깅(plogging)'을 우리나라 식으로 재치 있게 바꾼 신조어다.

조깅을 하면서 코스를 따라 버려진 쓰레기를 함께 줍는 플로깅은 2016년 경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해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된 환경보호 운동이다. 쓰레기를 최대한 많이 주우며 목적지까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게 이 운동의 ‘핵심’이다.

달리면서 도중에 쓰레기를 주우면 속도가 줄어들어 운동 효과가 감소하지 않겠느냐는 생각과는 달리 뛰었다 멈췄다를 반복하면서 오히려 조깅보다 줍깅의 소모 칼로리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피트니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라이프섬(Lifesum)이 낸 통계에 의하면 30분 간 일정한 속도로 달릴 경우 평균 235㎉를 소모하지만 같은 시간 줍깅을 하게 되면 288㎉를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쓰레기를 줍기 위해 앉았다가 일어나는 동작이 스쿼트나 런지 자세와 비슷하고 쓰레기의 무게가 차츰 쌓이며 무거워진 수거 봉투를 들고 달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달리기보다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18년에 처음 알려지면서 일반인과 동호회, 지자체, 대기업 사이에서 차츰 퍼져나갔다.

대기업이 임직원과 함께 줍깅 행사를 열거나 지자체 단위로 줍깅 마라톤을 진행하고 개인은 가족 혹은 친구들과 일상에서 플로깅을 실천하며 주운 쓰레기들을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전시하면서 줍깅은 점점 우리의 삶 속으로 더욱 파고들고 있다.


이타서울, 지역환경개선 데이터 플로깅에 나서다


▲ 줍깅에 동참한 팝콘뉴스 편슬기 기자 © 팝콘뉴스

사단법인 이타서울은 2016년 기부공동체로 시작됐다. 심장병이 있어 마라톤 선수를 그만둬야만 했던 친구와 함께 품은 '작은 선의'는 주변을 서서히 물들이며 '선한 영향력'을 퍼뜨렸다.

심장병 환우의 긴급수술비를 지원하는 러닝 프로그램인 '두런두런(DoRunRun)' 1회 차를 시작으로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작했던 기부는 점점 그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고 확장을 거듭하며 지금의 이타서울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작은 음악회를 열거나 주사랑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베이비박스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이전만큼 활발하게 활동할 수 없었지만 올해 1월부터는 지역 환경 개선을 위한 데이터 플로깅 자원봉사(비대면 봉사 프로그램)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면서 이타서울은 '줍깅'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프로그램으로 기부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줍깅'이 이타서울의 취지에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마침 10일에는 안양천에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줍깅을 실시하는 모임이 열렸다. 이타서울의 대표 한유사랑 씨와 박선우, 김서준, 명재천, 안가영, 강현정, 권인구 씨까지 모두 7명이 참여했다. 여기에 기자도 함께 총 8명이 줍깅에 나섰다.

한유사랑 대표의 "볕이 좋고 하늘이 맑아 줍깅하기에 딱 좋은 날씨"라는 말에 사람들이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2명 씩 짝을 이뤄 총 4개조로 나눠진 사람들은 안양천 곳곳을 돌아다니며 뛰다가, 걷기를 반복하며 예리한 매의 눈으로 귀신 같이 쓰레기를 족족 집어냈다.

이타서울의 줍깅은 쓰레기를 줍고, 기록하고, 뛴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GPS 기반으로 알려주는 특별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진행된다.

쓰레기를 ▲종이 ▲캔 ▲스티로폼 ▲페트 ▲비닐 ▲플라스틱 ▲유리 ▲매립/소각 ▲담배꽁초총 9개 카테고리로 분류해 쓰레기를 수거한 뒤, 앱에 쓰레기종류를 클릭하면 어디서 주웠는지, 무엇을 몇 개 주웠는지 기록할수 있다. 심지어 얼마나 달렸는지 동선과 거리를 확인할 수도 있다.

20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8명이 모아온 쓰레기는 무려 194개. 줍깅에 처음 참여한 기자도 짧은 시간 동안 40개가 넘는 쓰레기를 주울 수 있었다. 특히 쓰레기 중 담배꽁초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기자와 함께 줍깅에 동참한 짝꿍 김서준 씨는 지난해 대학을 막 졸업한 사회 초년생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이 길어지자 집에만 있기보다는 밖에 나가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나섰다가 '이타서울'과 만나게 됐다.

김서준 씨는 "봉사활동을 계속하면서 환경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 계속해서 이타서울 활동을 통해 공부하고 지식을 쌓아가며 제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환경에 대한 일들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남을 위하는 마음, '나'로부터 시작


▲ 이타서울의 줍깅 참여 애플리케이션(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이타사랑은 조직 결성 이래 쉬운기부 콘서트, 두런두런(여의도 기부런), 레이스업(재활용 자동차 제작 경주대회 등 많은 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한유사랑 대표는 "남을 위하는 마음조차도 나에게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나를 아끼고 사랑할 줄 알아야 남을 사랑할 수 있듯, 나를 아끼고 타인에게도 그 마음을 나누자는 의미에서 단체명이 '이타서울'이 됐다"고 단체명이 품은 뜻에 대해 설명했다.

단체명에 담긴 뜻대로, 이타사랑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은 각자 자신의 개인적인 목표 달성과 함께 타인과 우리 동네, 사회를 위한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었다. 이타서울의 홍보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안가영 씨는 "평소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높았는데 환경보호와 함께 이타서울 활동을 홍보하는 포스터, 영상 등을 제작한다"며 본인이 하고 싶은 일과 봉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명재천 씨가 "인스타그램 팔로워 500만 명을 달성하고 싶다"는 우스갯소리를 던지자 회원들의 폭발적인 반응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는 500만 명까지는 아니지만 줍깅과 이타서울 활동을 지속하며 환경에 관심 있는 분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며 웃었다.

줍깅에 참여한 권인구 씨는 "개인이 환경에 대해 당당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동네에서 쓰레기를 줍고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하는게 부끄러운 일이 아님에도 다른 이들에게 굳이 알리지 않았는데, 언젠가 저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이 생활 속에서 환경을 지키는 게 당연하고,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어 박선우 씨는 "활동을 하며 주변 환경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게 됐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앞으로도 이타서울 안에서 줍깅을 계속하며,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진 않은 줍깅에 대해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 됐으면 좋겠다"며 줍깅을 널리 홍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회원들의 바람대로 줍깅을 비롯한 환경 보호 활동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특별한 활동이 아닌, 평범한 일상이 되는 날이 되길 기자도 함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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