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조류독감까지…물가 오른 탓에 꾹 닫힌 소비자 지갑

▲ 8일 오후 2시경의 서울 망원 월드컵 시장 내부(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민족 대명절 설날을 앞두고 방문한 전통시장엔 고소한 기름 냄새와 전 부치는 소리가 오가는 이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가게 사장의 전 부치는 손놀림에 속도가 붙으니, 포장 용기에 랩을 씌우며 어머니를 돕는 딸도 덩달아 분주해진다.

줄을 선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자 매대를 가득 채웠던 명태전, 동그랑땡, 산적은 어느새 반절 이상이 줄었다.

제사를 간소화하거나 없앤 가정이 늘었다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설 차례상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풍경이다.

온종일 전을 부치느라 쉴 틈 없는 사장에게 '행여 방해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하면서도, "오늘 하루 많이 파셨나요?"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장사가 잘 된 덕택일까? 전 가게 사장은 바쁜 와중에도 싫은 내색 없이 머쓱하게 웃으며 "예~ 많이 팔았습니다"라고 친절하게 말한다. 다른 가게 사정도 이와 비슷하면 얼마나 좋을까?


"작년 추석보다 손님이 더 없어" 고개 절레절레


설 연휴를 사흘 앞둔 8일 망원 월드컵시장에는 설 명절을 준비하기 위해 시장을 방문한 행인들이 오고 갔다.

얼마냐고 묻는 이들이 적지는 않지만, 그 수에 비해 시장 매출은 영 시원찮은 모습이다.

어물전을 운영하는 최귀순(66) 씨는 "올해 설날 매출이 작년 설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추석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장사가 하나도 안 된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늘이 드리운 얼굴엔 근심이 깊었다.

"설을 앞두고 물가도 급등한 탓에 손님들이 세 개 살 걸 둘만 사고 두 개 살 것을 하나만 산다"며 "가게 매출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걱정이 크다"는 최귀순 씨 말에 옆 건어물 가게 사장이 한 마디 얹는다.

그는 "제사 안 지내는 집이 많아져서 그런가 보다 하는데, 아무래도 코로나19 탓이 크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 망원시장에 위치한 전 가게(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시장 깊숙이 들어가니 모녀가 나란히 장을 보러 나온 모양인지 채소 가게 앞에서 쪽파 한 단을 집고 가격을 묻는다.

사장이 "한 단에 3천 원" 답하자 어지간히 놀란 모양인지 숨을 크게 들이키곤 이내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설 명절을 앞두고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인데, 특히 쪽파의 경우 약 두 배까지 값이 껑충 뛰었다.

모녀가 내려놓은 쪽파를 정리한 채소 가게 사장에게 올해 설 매출을 물었다.

사장 김화자(59) 씨가 "아니요. 많이 못 팔았어요"라며 고개를 젓는다.

김 사장은 "지난해 추석이랑 비슷한 수준 같다"며 새삼스럽지 않다는 듯 덤덤하게 말했다.

가득 채운 카트를 힘겹게 끌며 시장을 나서는 또 다른 주부가 보였다.

걸음을 나란히 하며 오늘 설날 장을 보러 오셨냐는 질문을 건네자 'ㄱ'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직도 더 살 게 남았는데 오늘은 반밖에 못 샀다며 내일 다시 와야 한다"고 말했다.

'ㄱ'씨는 "달걀을 샀어야 했는데 너무 비싸서 못 사고 나왔다. 물가가 오르기도 많이 올라서 올해는 상에 간소하게 올릴 정도로만 장을 보려고 한다"고 말하며명절 차례상 준비에도 선뜻 지갑 열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ㄱ'씨의 말대로 달걀 가격이 지난해 설에 비해 30% 이상 치솟았다.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이 명절을 앞두고 전국에 급속도로 퍼져나간 탓이다.

마트에서는 가장 저렴한 4등급 달걀(30구)이 7,500원에서 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마저도 사재기 방지를 위해 1인 1판으로 한정 판매 중이다. 전통시장 물가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

지난해 추석에 이어 설날까지 코로나19와 조류독감이 겹치며 소상공인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올해 전통시장의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21만 1,245원으로 지난해 설에 비해 13%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