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 전력반도체 예스파워테크닉스와 '전략적 파트너십'

▲ SK가 '투자전문회사' 선언 후 1호 투자처로 SiC 전력 반도체 파운드리 '예스파워테크닉스'를 낙점했다. 사진은 칩 제조공정이 완료된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는 예스파워테크닉스 관계자(사진=SK)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지난 24일 '투자전문회사'로의 발전을 공언한 SK가 공언 이후 첫 투자에 나섰다. 전력(파워)반도체 분야다. 전기차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전력반도체 분야 기업 투자를 통해 SK가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꼽은 첨단소재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28일 SK는 SiC(실리콘카바이드, 탄화규소) 전력반도체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 예스파워테크닉스에 268억 원을 투자해 지분 33.6%를 인수하고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는다고 밝혔다.

전력반도체는 발전장치에서 생산된 전류를 직류 혹은 교류 전원으로 전환하는 장치로, 차량 제어시스템이 명령을 내리면 이를 직접 수행하는 장치 제가끔에 적정한 '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전력반도체는 최근 미래차 이행으로 대량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데, SiC는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도 GaN(질화갈륨)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로 떠오르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실리콘(Si) 반도체보다 고온·고전압을 더 잘 버티며, 변환 시 전력 손실이 적은 해당 반도체는 기기 탑재 시 무거운 냉각장치를 추가 설치할 필요가 없고, 기능 저하를 최소화하며 더 많은 전원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SiC 전력반도체의 성장세는 가파르다.한국전기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SiC 전력반도체 시장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42% 성장했다.

2018년 테슬라가 자사 차량 '모델 3'에 SiC 전력반도체를 최초 양산 적용한 뒤, 전기차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수급에 나서기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향후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시장조사기관 IHS마킷(Markit)과 욜 디벨롭먼트는 SiC 전력반도체 시장이 2020년 약 7억 달러에서 2030년 약 1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전력반도체' 투자, 왜?


문제는 해당 반도체 제작 공정의 진입장벽이 아직 높다는 데 있다.

특히 국내는 당국의 소부장 지원 정책 아래,한국전기연구원 등 공공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SiC 연구 및 기업체 기술 이식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해외 시장에 비해 연구 진전이 더뎌, 생산시설 마련까지 완료한 기업은 한 곳에 불과한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관련 산업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SiC 전력 반도체 시장의 약 70%는 SiC 반도체 10대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마냥 '블루오션'은 아닌 셈이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등 그간 반도체 시장의 선두에 서 있던 분야와 비교해서는 SiC 전력반도체가 '후발주자'로서의 핸디캡이 작다고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 먹거리'로 전력반도체, 특히 SiC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점 찍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국내외 대형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의 전자제품 제조 계열사 삼성전기는 지난해 초소형 '파워인덕터'를 공개했다. 인덕터는 전력을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부품으로 전력반도체가 내부에 탑재된다.

차세대 전력반도체 분야에도 투자를 함께 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반도체 웨이퍼 업체 아이브이웍스(IVWorks)의 시드투자와 후속투자자로 참여했다.

지난해 아이브이웍스는 SiC 기판에 GaN(전력반도체 소자의 일종)을 올린 에피웨이퍼를 개발해 시장에 소개한 바 있다.

미래차와 밀접히 관련된 부품인 만큼, 완성차도 자체 개발에 나서는 모양새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을 시작으로 자사의 '미래차 역량' 확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에는 'SiC 반도체 공동 개발 랩(LAB)'을 개소하며, 그룹 내 분산돼 있는 SiC 전력반도체 개발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SK 역시 이번 투자로 전력반도체 시장 진입을 통한 사업 다각화를 노릴 전망이다.

SK가 지분 투자한 예스파워테크닉스는 지난해 해외 수주를 성공시키는 등 최근 성과를 보이고 있는 기업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SiC 전력반도체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포항에 위치한 공장에서는 최대 전기차 약 14만 대를 감당할 수 있는 1만4400장 규모의 SiC 생산라인이 마련돼 있다.

10년 이상의 SiC 전력반도체 개발 경력의 R&D 전문가를 주축으로 자체 관련 특허 23건을 확보하는 등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양사, 모기업 '예스티'와 SK 계열사 교류 확대하는 방향으로 협력할 듯


이날 양사는 "그룹 내 반도체 및 웨이퍼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는 향후 협력 방안의 윤곽을 전했다.

업계는 이에 비추어, SK 계열사인 SK실트론, SK하이닉스 등과 예스파워테크닉스의 모기업 예스티 사이의 교류가 강화하는 방향으로 양사의 협력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스파워테크닉스는 SiC 원재료를 SK실트론에서 구매한다. (예스파워테크닉스의 모기업) 예스티는 반도체 장비회사로서 SK하이닉스에 장비 업체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계열사의 수요를, 예스파워테크닉스는 모기업의 수요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협력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SK는 지난 24일 '투자전문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하며 향후 SK의 4대 투자처를 함께 소개했다.

당시 SK가 발표한 4대 투자처는 ▲첨단소재(반도체, 배터리 소재) ▲그린(수소, 친환경 에너지, 대체식품, 리사이클링) ▲바이오(신약개발, CMO) ▲디지털(AI, DT, 모빌리티, 인프라) 네 개 분야다.

해당 발표에 앞서 SK는 2021년 첫 투자처로 미국 플러그파워(Plug Power)를 점찍은 바 있다. 플러그파워는 글로벌 수소에너지 기업으로, 차량용 수소연료전지, 수소 충전소, 액화수소플랜트 등 관련 분야를 아우르는 기술을 폭넓게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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