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다 규제 덜한 지방 중대형 아파트 관심 높아지며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동


(팝콘뉴스=정찬혁 기자)올해 서울을 중심으로 뛰어오른 집값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방에도 10억 원은 물론 20억 원 수준 아파트까지 속출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주택 양극화는 물론 주변 아파트 시세까지 끌어올리는 현상까지 벌어질 수 있어 주거 불안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 서울 아파트 상승률 '주춤'...지방 상승률 '확대'

14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12월 첫째주(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상승률은 0.03%에 그친 반면, 지방권은 0.3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파주시가 1.18%로 크게 올랐으며 5대광역시는 평균 0.50% 상승률을 보였다. 지방은 ▲부산(0.58%) ▲울산(0.76%) ▲경남 창원(0.67%) 등이 비교적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과거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중대형·고급주택 등 경쟁력 있는 부동산이 많은 지방까지 수요자들의 시선이 돌아가고 있기때문으로 풀이된다.

■ 광역시 아파트 10억 시대 열렸다...대구 수성구에서는 20억 아파트도 등장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재건축예정단지인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타운' 전용 131㎡(5층)는 지난 11월 초 20억 7000만 원에 거래됐다. 10월 말에는 동면적 2층이 21억 원에 팔렸다.

8월 16억 5000만 원(1층), 7월 16억 원(11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불과 3~4개월 사이에 4억 원가량 오른 것이다. 소형인 전용 60㎡도 10월부터 10억 원이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서울 강북 재건축 최대어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 전용 59㎡의 최근(11월) 거래가(10억 35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자이2차' 1단지 84㎡(20층)는 11월 13억 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12월 29층이 10억 5000만 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실거래가 10억 원을 넘겼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현재 호가는 18억 원까지 치솟았다.

큰 평수인 '해운대자이1차' 120㎡는 지난해 8억 원대에 거래되던 것이 지난 10월 16억 1500만 원(21층)까지 올랐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 태왕아너스 전용 123㎡(13층)는 11월 17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올해 초와 비교해 3억 원가량 상승했다.

207㎡(5층)은 10월 23억 1000만 원에 판매됐으며, 183㎡(13층)도 7월 20억 7000만 원에 거래돼 20억 원을 넘겼다.

조정지역을 피해간 울산 남구 '문수로2차 아이파크2단지' 전용 101㎡(21층)은 11월 14억 2000만 원에 거래됐다.

'문수로2차 아이파크2단지'는 전용 101㎡ 15층이 올해 6월 10억 원에 거래되며 처음 '10억 아파트'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후 불과 5개월 사이에 4억 원가량 폭등했다.

■ 탈서울 늘며, 수도권 아파트값도 상승...거주지에서 밀리는 사례도 줄이어

또한, 높은 집값으로 발생한 탈서울 현상은 인근 지역 이탈로도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올해(1~10월) 경기도 내 시도간 이동 데이터를 보면 수원시에서는 3만 2730명이, 동탄신도시가 속한 화성시에서는 2만 2297명이 경기도 내 타지역으로 이동했다.

전문가들은 수원시와 화성시 전출 인구가 증가한 이유로 최근 급등한 아파트 값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에 위치한 '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 84㎡(8·27층)은 11월 14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동탄신도시 청계동에 위치한 '더샵센트럴시티' 84㎡(10층)도 10월 12억 4500만 원에 팔렸다.

이처럼 10억 원대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수원시와 동탄신도시 수요자들이 인근 평택시와 오산시로 유입되고 있다. 평택시 SRT평택지제역, 오산시 오산역 인근 새 아파트 시세는 전용 84㎡ 기준 5억 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가 아파트 현상이 지방으로 확산되는 이유에 관해 정부의 각종 규제로 다주택보다는 '똘똘한 한 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의 경우 충분히 투자가 돼 있고 대출규제도 있어 지방으로 투자가 집중된다. 대구나 부산, 울산 등의 중대형, 고급주택 등 경쟁력 있는 부동산으로 매수세가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11월 5분위 평균 아파트가격과 5분위 배율'(사진-KB부동산 리브온) © 팝콘뉴스

실제로 KB 부동산이 발표한 지난 11월 '5분위 평균 아파트 매매가' 통계를 보면 전국 주택 5분위 배율은 8.5를 기록해 2009년 10월 이후 약 11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서울이 내려가는 동안 지방은 꾸준히 올랐다.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5분위 배율은 5.0을 기록했다. 이는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이 하위 20%의 5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로써 지방 집값 상승이 고가의 일부 아파트에 집중돼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서울 집값이 오르고, 지방 주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주거 불안은 가속화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방에서도 인기 단지와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전세난이 집값을 밀어 올리는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며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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