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를 실천한다'...사회주택, 확산할까?

1인 생활 트렌드 반영하면서도, 활발한 네트워크로 공동체 구현

정찬혁 기자 | 기사입력 2020/12/09 [10:20]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를 실천한다'...사회주택, 확산할까?

1인 생활 트렌드 반영하면서도, 활발한 네트워크로 공동체 구현

정찬혁 기자 | 입력 : 2020/12/09 [10:20]

(팝콘뉴스=정찬혁 기자) 지난 11월 정부가 극심한 전세난을 해결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향후 2년간 ▲공실 공공임대 ▲공공 전세주택 ▲신축 매입약정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 형태로 전국 11만 4000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인데, 근본적인 주택난 해소에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호텔 리모델링로 대표되는 비주택 공실을 활용한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 시선이 교차한다.

 

우선 긍정적인 평가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교통 환경 등이 우수한 지역에서 청년들이 편하고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공성이 강화된 임대 주택인만큼 일반 민간이나 개인 임대주택에 비해 믿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이다.

 

반면, 호텔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건 일반적인 주거 형태도 아닐뿐더러 근본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일부에선 이러한 임대주택에 관해 '호텔 거지'라는 혐오 표현까지 쓰며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이처럼 긍정과 부정적인 시각이 엇갈린 가운데 서울 성북구 안암동 소재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안암생활'이 지난달 30일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 서울 성북구 안암동 소재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안암생활'  © 팝콘뉴스


■ 쳥년 1인 가구를 위한 사회주택 '안암생활'...장점과 단점은?

 

'안암생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사회적기업 아이부키가 협력해 마련한 청년 맞춤형 사회주택이다. 총 122실 13∼17㎡ 규모로 복층형 56실과 일반형 66실(장애인 2실 포함) 원룸과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로 구성됐다.

 

보증금 100만 원, 월세 27만~35만 원으로 거주는 최장 6년까지 가능한데, 주변 개인 임대 주택 등과 비교하면 임대료는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 입주자에게는 가장 큰 매력일 수 있다.

 

다만, 방 안에는 욕실을 제외하고는 음식을 조리하거나 세탁기를 놓을 공간도 없는 작은 평형이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애초 일상 생활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서의 '집'이 아닌 숙박을 위한 '호텔'로 지어진 한계 탓이다.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을 위한 주거 안정과 공동체 가치 창출의 시선으로 본다면 '안암생활'의 긍정적인 면모들이 보인다.

 

하지만 청년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사회주택에 3~4인 가구의 잣대를 들이대며 전세난 해법으로 제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임대 주택...'도대체 뭐가 다른거지?'

 

'안암생활'을 운영하는 아이부키는 2012년 임대아파트 내 방치된 공간을 활용한 '와글와글 우리 동네 도서관'이라는 기획으로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됐다.

 

이후 ▲맞춤형 공공주택 ▲토지임대부 주택 ▲공정개발 도시재생 ▲민간 맞춤형 주택 ▲신주거모델 개발 등을 주요 사업으로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했다.

 

'안암생활'은 생계가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보린주택', 1인 가구 맞춤형 사회주택 '홍시주택', 공유오피스·주거 조성 프로젝트 '장안생활' 등 그동안 아이부키가 제공한 사회주택의 연장선이다. 

 

이러한 사회주택은 단순히 저렴한 시세에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입주민 간 커뮤니티를 형성해 취약계층이나 보편적인 부동산 정책의 외곽에 있는 이들을 보호하고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아이부키 이광서 대표는 "사업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민간 영역에서 주택을 만들고 임대료를 낮추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각 금융 단계마다 요구 수익률이 있고 이자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암생활'이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될 수 있는 배경에 대해서는 "실제 건물 소유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갖고 있는 공공임대여서 시세 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단순히 낮은 가격이 '안암생활'의 혁신은 아니다. 가격보다는 '지속가능한 운영'이 다른 주택과의 혁신적 차이라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 '안암생활' 어플리케이션과 커뮤니티 공간  © 팝콘뉴스


■ '안암생활'이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운영 핵심은?

 

실제로 방문한 '안암생활'은 전반적으로 깔끔한 인테리어와 함께 ▲공유주방 ▲공유서가 ▲공유세탁실 ▲코워킹 스페이스 등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이 눈길을 끌었다. 

 

공유서가는 개인이 읽을 책을 소개하고 서평을 공유할 수 있으며 작업실, 스튜디오도 임대 가능해 창업이나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다.

 

샵인샵에서는 입주민 중 상품화하고 싶은 제품이 있는 이들에게 공간을 빌려줘 테스트할 수 있게 하거나 대행 판매도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 임대주택에는 없는 다양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추가로 입주를 원하는 대기자만 100명 이상이 될 정도로 청년층에게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안암생활' 안내를 맡은 에브리피디아 송창석 디렉터는 "입주민 간 커뮤니티 형성에 있어 어플리케이션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어플리케이션에서 입주민들은 각자 관심 키워드를 설정해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입주민을 알 수 있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지하 2층에 있는 공유마켓에서 물건을 사고팔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입주민 누구나 '퀘스트'를 제안해 공동 활동을 진행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입주민들이 함께 운동하는 퀘스트를 제안해 투표를 통해 통과된다면 자치회비와 아이부키 지원금을 더한 공동기금을 활용해 진행할 수 있다. 

 

현재는 랜선 집들이 퀘스트가 진행 중이다. 퀘스트에 성공하면 '송이'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공유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결국 '안암생활'이 제시한 지속가능한 운영의 핵심은 '개인 쉼터로서의 주거'와 함께 개인화·파편화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풀기 위한 '공동체 복원' 두 가지이다. 

 

▲ 반려인 맞춤형 사회주택 '캔자스대저택'(사진-아이부키)  © 팝콘뉴스


■ 노인·청년 다음은 반려인·장애인으로...확장하는 사회주택

 

아이부키는 '안암생활' 다음으로 반려인을 위한 맞춤형 사회주택인 '캔자스대저택' 준공을 앞두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를 위한 사회주택으로 반려동물을 위한 놀이방, 운동장 시설 등과 반려인과 반려견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인테리어를 적용했다.

 

이 대표는 "1인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있어 좋지 못한 환경이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무조건 키우지 말자고 할 수는 없다.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캔자스대저택'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캔자스대저택'은 출퇴근이 필요 없는 입주자를 선발해 애견 관련 사업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입주자는 해당 시설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출퇴근이나 여행 시 반려견을 자유롭게 맡길 수 있다.

 

또, 매입약정형 사회주택 형태로 '다다름하우스'가 인허가 단계에 있다. 발달장애인 맞춤형 사회주택이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홀로 사는 것보다는 부모 밑에 있거나 시설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다다름하우스'는 발달장애 전문기관 주변에 주택을 지어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발달장애는 실제로 자립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이를 도와줄 기관이 필요할 뿐이다"라며 "다른 입주자도 모집해 지역 자체를 긍정적으로 블렌딩하고 님비(NIMBY)를 피하는 것이 목표다. 자신이 원하는 주거를 주장하기 힘든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라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 사회적기업 아이부키 이광서 대표  © 팝콘뉴스


■ "해마다 증가하는 1인 가구, 장기적인 관점으로 대책 마련해야"

 

아파트가 주택 시장을 이끌고 모두가 여기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가구는 분화되고 1인 가구는 늘고 있다.

 

통계청이 8일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지난해 기준 614만 8000가구로 전체 가구(1911만 1000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2%에 달했다.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위해서는 아파트의 안정적인 물량과 가격 안정이 선행돼야겠지만, 자칫 소외될 수 있는 계층을 위한 새로운 주거 형태와 모델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계획해야 한다.

 

이 대표는 "여전히 주거안정 대책은 아파트에 집중하는데 청년, 노인 1인 가구 등을 위한 대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저소득층이나 지방에서 올라온 청년들에게 주거문제는 굉장히 심각하다. 그런 친구들에게 '안암생활'과 같은 사회주택은 주거 해결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형성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있다. 창업을 준비하며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내정되면서, 그동안 그가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온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주택 등 '공공자가주택' 도입이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아이부키가 그동안 해온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홍시주택', 매입약정형 사회주택 '안암생활' 등은 아직 규모가 작지만 다양한 평형으로 충분한 물량이 공급된다면 1인 가구는 물론 다양한 형태의 주거 안정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앞서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의 경우를 보면 임대지만 자기 공간을 주체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주거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매입형 사회주택 등이 아직 보편적인 모델이 아니지만 발전·확산된다면 주거에 대한 다른 관점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청년 및 대학생, 사회 초년생을 위한 주거 대책은 주로 '어떤 집을 공급할 것인가'라는 '하드웨어'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왔다.

 

사회적기업 '아이부키'는 사회주택을 통해 '어떤 집에서 사는가'와 함께 '그 곳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며 '소프트웨어' 구축의 필요성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이부키'의 도전이 과연 어디까지 통할 수 있을지, 어떤 형태로 구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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