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위치가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지나?

▲ 김영도 편집국장 ©팝콘뉴스

(팝콘뉴스=김영도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신년 기자회견을 보면서 문득 안데르센 동화의 벌거벗은 임금이 떠올랐다.

자신의 무지함을 감추기 위해 화려한 옷으로 외모를 치장하는 임금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사기꾼 재봉사가 나타나 세상에서 임금에게 가장 멋진 옷을 만들어 주겠다며 입을 자격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특별한 옷이라고 이야기를 하자, 귀가 솔깃한 임금은 백성들에게 금과 비단을 걷어 사기꾼 재봉사에게 옷을 만들라고 명했다.

신하들이 볼 때 옷은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은데 옷을 만들지 않는다고 보고하면 어리석은 사람이 될 것 같아 잘 만들고 있다고 임금에게 보고한다.

이윽고 사기꾼 재봉사가 옷이 다 만들어졌다며 임금에게 가져왔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옷에 당황하다가 이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지금까지 입어 본 옷 중에서 가장 멋진 옷이라고 말하고 백성들에게 자랑하러 거리로 나선다.

백성들은 임금의 벌거벗은 기이한 행차에 벙어리마냥 말은 못 하고 이상하다는 듯 서로를 쳐다보며 수근거리지만 어느 누구도 임금의 행동에 말을 하지 못했다.

그때 어린 아이 하나가 임금이 벌거벗었다면서 벌거벗은 임금이라고소리치자 순간 백성들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깨닫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대통령의 자리는 자신의 생각과 주관만 옳다고 생각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 여론을 겸허하게 수렴하고, 국민들이 보다 잘 살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자리이다.

특히 민생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현재의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결코 문재인 정부의 무능함 때문만은 아니다.

역대 정부들로부터 경제는 항상 어려웠고 힘들었지만 지금과 같이 급격하게 중산층이 사라지고 소득의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모습에 당황스러운 것은 국민들이다.

역대 정부보다 나아진 것은 없고 대통령 스스로 낙수효과 시대는 끝났다는 말 한마디로 경제위기를 귀결지으려 한다면 그보다 무책임한 일은 없다고 본다.

국가의 경제성장 정책을 수립하면서 이와 같은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면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수립이 날림공사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소득중심의 경제적 양극화뿐 아니라 생활의 양극화도 심화되는 경향이 커 보인다.

기득권에서 생활하는 것과 최하위 계층에서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눈높이도 달라질 수 있지만, 복지 정책에 방점을 두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이기에 실망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는 카풀과 난민문제, 젠더문제 등을 특별하지 않은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편향된 대통령의 인식은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고령화 시대의 고령자 일자리 창출에 대한 대책 대신 ICT기술의 산물인 중개 매칭 서비스 카풀을 4차산업혁명이라고 과대포장해사회적 약자가 되어버린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대기업의 곳간을 채워주겠다고 한다.

또 불법체류자 33만 명 외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 체류하며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서민들의 일자리를 차지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지만, 이들의 숫자도파악하지 못하고 한 해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액도 제대로 집계도 못 하는 것을 보면 분명 기업 친화적인 대통령은 맞는 것 같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저소득층의 생계보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도적 체류허가를 통해 노동현장에 유입시켜 값싼 노동력으로 기업 생산성을 제고시켜 주는 포용 정책을 강조하며 국민들에게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또 기성세대의 여성상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채 양성평등의 교육을 받고 자라온 2030세대와 대한민국의 집단지성을 가진 남성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하고 유죄추정의 원칙을 앞세워 사회적 갈등을 조장해놓고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이 차디찬 광화문 사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외칠 때 국가적인 중범죄를 저지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박 대통령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고 돕는 것이 저도 국민도 대통령에게 해야 할 하나의 예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국민적인 공분을 샀었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국민의 시각으로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채 자신과 같지 않으면 어리석은 사람으로 치부해 버리는 매우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는 것을 언제쯤 성찰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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