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지만 꿈이 있어 행복한 청년

▲ 연극배우 조용환(사진=팝콘뉴스).


(팝콘뉴스=나소리 기자)“연기할 수만 있다면 어떤 무대, 어떤 배역이라도 감사할 뿐입니다.”

연극계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월 소득이 약 1백만 원으로 최저 임금조차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예술인패스를 발급받은 연극 분야 종사자 55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펼친 결과 응답자 56.1%가 월평균 1백만 원 이하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먹고 산다는 이가 있다.

연극 ‘그녀를 믿지마세요’ 속 로맨틱컴퍼니의 유일한 작전요원 ‘고대로’ 역을 유쾌하게 소화한 배우 조용환 씨가 그 주인공이다.

조용환 씨는 연극영화과를 졸업하지 않은 비전공인임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꿈을 위해 2010년 무작정 극단에 건 전화를 시작으로 연극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됐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남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우의 꿈을 꾸게 됐다”고 수줍은 웃음을 띠었다.

약 2년간 스텝으로서 연극에 참여했던 조용환 씨가 2012년 처음 맡았던 배역은 연극 ‘바쁘다 바뻐’ 속 삼류 시인인 ‘동칠’ 역으로 배우 박영규 씨를 롤모델로 하라는 선배들의 조언이 있었지만, 지금에서야 자평하기를 “깊이가 없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도 역할을 맡고 대사를 익히기까지 인물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사실상 완전한 배역 속 인물이 될 수는 없기에 이 같은 풀지 못할 고민을 내내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선택을 받아야만 일을 할 수 있다는 배우로서의 숙명에 대해 그는 “수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물속에서 발버둥 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 표현하는 한편, 연극배우로서의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 연극배우 조용환(사진=팝콘뉴스).


연극배우들 대부분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영화에 출연해 큰 상을 수상한 연극배우 출신 배우도 수상 소감을 통해 “경제적인 어려움은 연극하는 분들이라면 모두 갖고 있다”며 연극배우라면 대부분 필연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고충에 대해 언급했다.

조용환 씨는 “수중에 1100원 밖에 없을 때 편의점을 여러 번 돌면서 ‘이 돈으로 어떻게 먹어야 배부를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참함을 느꼈다”며 어려웠던 시기를 회상했다.

그는 “지금보다도 더 열악했던 과거, 선배들이 얼마나 더 힘든 상황을 버텼을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고 덧붙였지만“공연을 할 때만큼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과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며 천생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연극은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2시간이 넘는 공연을 한 번도 멈추지 않은 채 이어가야 한다는 특징이 있어 그 만큼 당황스러운 상황도 다수 벌어지곤 한다.

배우들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엉뚱한 장면에서 등장하기도 하고, 갑자기 소품이 쓰러지며 대사에 없던 애드리브를 뱉어내야 하는 상황도 펼쳐진다.

이처럼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관객과의 호흡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조용환 씨는 “공연 전 휴대전화를 꺼달라는 부탁을 거듭 드리고 있지만 사실상 지키지 않는 분들은 끊이지 않는다”며 성숙하지 못한 관람 에티켓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세밀한 감정선이 요구되는 장면에서 산통을 깨는 관객의 웃음소리나 대사 몰입을 방해하는 소음들은 배우들에게 당혹감을 안겨 준다.

그는 “과거 지방공연을 했을 때 무례하게 굴며 성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학생 관람객들이 있었는데 결국 그날 공연을 무슨 정신으로 마쳤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 연극배우 조용환(사진=팝콘뉴스).


여자친구이자 연극배우 동료 김단비 씨는 힘든 연극배우 생활 속에서 조용환 씨에게 큰 힘이 돼 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조용환 씨는 “같은 연극배우로서 공감대 형성이 쉽고 내 일을 가장 잘 알아줄 수 있는 위로이자 치유의 존재”라고 설명했다.

단지 ‘들어주는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연극배우가 꿈인 많은 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는 말에 “내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깜냥이 되지 못한다”면서도 이내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연극배우로서의 어려움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현재 조용환 씨는 그녀를 믿지마세요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있다.

그는 “항상 저를 믿고 아껴 주는 하마컴퍼니 이주영 대표님과 식구들, 용기 형, 재현이 형, 지율이 누나, 혜선이, 서율이, 태근이, 광식이가 있어 긴 시즌 동안 ‘고대로’로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며 가까운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처음 영화배우를 꿈꾸며 연극에 뛰어들었던 조용환 씨는 “이제는 연기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좋다”며 “내 호구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수익 정도는 얻으며 장르 불문 어떤 역이든 소화해 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꿈을 먹고 사는 배우 조용환 씨가 향후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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