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마감 보름 앞으로…

(팝콘뉴스=황선달 자유기고가)

당선의원들 내부공사·정리위해 낙천의원들에 퇴실요구
임시국회 기간중인데… “우리 도대체 어디로 가라고”

18대 국회 개원이 정확하게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17대 국회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 국회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수라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혼란, 그 자체이다.

5월29일로 17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종료되는 가운데 25일까지 임시국회를 진행하는 것 하며, 18대 당선자들이 사무실로 입주하는 것과 관련 사무실 내부 공사 및 정리를 위해 17대 의원 중 낙선 및 낙천의원들에게는 이 달 9일까지 의원실을 정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국회는 25일까지 하는데 방은 9일까지 빼달라면 그 사이의 공백기간 중에 아직까지도 현역 신분인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인지 현재 열리고 있는 각 상임위 회의장에서는 낙천 및 낙선자들은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당선된 재선급 이상의 의원들만 출석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낙선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임시회가 진행 중인데 방을 빼라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처사”라며 “의원들은 어디서 시간을 때우며 상임위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보좌진들은 어디 가서 있으라는 말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오는 15일 부터는 18대 초선에 당선된 당선인들에 대한 워크샵이 국회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 의원들은 비참한 지경을 계속 당하고 있다. 또한 보좌진들 또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해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오는 7일부터 청문회를 실시한다고 해 보좌진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나라당의 낙선의원실의 한 인턴비서는 “이 참에 다른 의원실로 이동해야 할 것 같은데, 청문회 준비를 하느라 겨를이 없다”며 “낙선한 의원이 임기만료 며칠을 앞두고 이렇게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통일외교통상위원회 또한 한미 FTA 협상과 관련된 청문회를 실시한다고 해 해당 의원실의 보좌진은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한다.

국회 경력 8년차에 접어드는 한 보좌관은 “임기 말에 이렇게 의정활동을 진행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나름대로 자기 시간을 갖고 향후 자신들의 거취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보좌진들이 고생”이라고 한마디 했다.

임기 종료를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보좌진들은 물밑으로 재빠르게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이 낙선 낙천의원실의 보좌진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자리 이동도 그렇게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보좌진들의 채용이 대부분 인맥이나 학맥, 그리고 지역구 유지들의 부탁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노력이 아니고서는 자리 이동이 쉽게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경기도 지역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한 한나라당의 한 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재직하고 있는 P씨의 경우는 더욱 황당하다. 그는 지난 16대부터 일을 해 왔는데, 17대 중반에 한번의 버림을 받았다고 한다. 버림이란 의원이 나가라고 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후 그는 거의 석 달 가까이를 야인생활을 하며 지내오다가 어렵사리 현재의 의원실에 비서관 직으로 승진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탓에 근래 아주 열심히 일을 했다고 한다.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고, 하여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노력 그 자체였다.

그러나 실상 그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 외에는 별로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단지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모습만을 보여줬던 것이다. 결국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P비서관은 지난 4월9일 총선이 끝난 직후 의원으로부터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팽 당한 것이다. P비서관은 그 이후 잠시 시름에 빠져있다고 여기저기 아는 보좌관들을 통해 열심히 다른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회관에서 하루 종일 빨빨거리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P비서관은 못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별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한 낙선의원실의 보좌진들은 현재 단체로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낙선한 의원이 공기업이나 다른 곳으로 조만간 거취를 결정 낼 것이니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별도로 주문을 했기 때문이다.

공기업 기관장으로 결정되면 같이 가자는 주문인데, 이에 대해서 대부분의 보좌진들은 속으로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한 비서는 “아무래도 공기업 보다는 국회에 남아있는 것이 이점이 많다”며 “그리고 공기업을 따라간다고 해도 노조들이 가만 놔두지 않을 것 같다”며 한 숨을 내쉬었다.

대부분의 보좌진들은 일을 해봤던 상임위로 가려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지난 4년여 동안 해왔던 일을 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인데, 이 같이 했던 상임위를 다시 하고 싶은 보좌진들은 당선자들의 상임위가 결정될 즈음에서야 본격적으로 자리를 알아본다고 한다.

그러나 어디 보좌진들이 전문적인 정책보좌가 아니고서야 자기 마음대로 의원을 골라잡을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에 새로운 의원을 만나면 새로운 상임위의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고 한다.

오는 5월30일 18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되지만 정식 개원은 6월5일이다. 6월5일 이후 새롭게 펼쳐지는 18대 국회에서의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어떤 진용을 갖추고 어떤 활약들을 펼칠지 기대가 되는데, 현재 국회의 모습이나 보좌진들의 갈팡질팡하는 모습들을 보면 모두 안쓰럽기 짝이 없는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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