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개원 준비속 분위기는 뒤숭숭

(팝콘뉴스=황선달 자유기고가)

18대 국회개원 준비가 한창인 국회는 요즘 뒤숭숭한 분위기다. 새롭게 배지를 달고 입성하는 의원들이 있는 반면, 낙선과 불출마로 인해 퇴장해야 하는 의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생계형 보좌진들의 경우는 기분이 더욱 착잡하다고 한다.

당장 일자리 걱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입성에 성공한 의원실은 별 문제가 없지만 낙선 또는 불출마로 인한 실직에 대한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한다. 실제로 의원회관 이곳저곳에서는 앞 날 걱정으로 줄담배를 태우는 보좌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누구는 어느 의원실로 가게 됐다는 등의 얘기로 시작해서 결국은 자신의 불안정한 위치에 대한 걱정으로 마무리 되는 대화가 하루 종일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17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오는 5월29일까지다. 하지만 임기를 다 채우고 회관의 비워주는 일은 없다. 관례적으로 5월 10일을 전후해서는 모두 의원실을 비우게 되어 있다고 한다. 후임으로 들어올 의원들을 위해 의원실 개보수 작업 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를 두기 위해 미리 빼줘야 한다.

그런데 의원실을 빼야 하는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여야는 4월25일부터 한달 회기로 임시회를 소집해 논란이 일고 있다. 5월25일까지 임시국회가 열리는데 불과 임기 종료 4일 앞까지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회사무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원실을 재 셋팅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임시회를 소집해 놨으니 그만큼 의원들이 사무실을 비워주는 시기가 늦춰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무처가 지정한 5월10일 경에 사무실을 비울 경우 아직 임기가 남아있는 의원들은 사무실도 없이 임시회를 치러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의 의원회관 담당자는 “임시회가 있다고는 하지만 관례상 미리 방을 비워줘야 뒤에 들어오는 당선자들이 사무실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임시회 종료 전에 의원실 수리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낙선한 의원의 보좌관은 “관례상 의원실을 미리 비워주는 것이 맞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면서 “임시회 기간 중에 그럼 의원이 사무실 없이 당방에라도 앉아 있어야 한다는 거냐”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번 임시회 개회를 두고 의원회관 내에서도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17대 의원들이 결론을 짓고 가야할 일들은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과 굳이 물갈이 분위기로 뒤숭숭한데 명분만 앞세워 회의를 가져야 하는가 하는 의견이 양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낙선한 의원들의 경우에는 임시회가 열리더라도 참석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보좌관은 “끈 떨어지고 허탈해 하고 있는 의원들이 과연 회의장에 나와서 질의를 할 수 있겠냐”며 “결국은 재선에 성공한 의원들만 참석하는 반쪽 임시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낙선, 불출마 한 의원실의 보좌진들의 경우는 의원들보다 더 다급한 실정이다. 다른 자리를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시회를 개회한다고 하니 자리 이동을 위해 이곳저곳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발목을 잡혀 도무지 여유 있게 움직일 틈이 없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임시회 개회에 대해 가장 불만이 있는 쪽은 바로 낙선, 불출마 한 의원실의 보좌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발 빠른 보좌진의 경우 벌써 옮겨갈 의원실을 정해 놓고 여유 있는 이동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보좌진들의 경우 하루 종일 아는 지인이나 당직자 등을 통해 인사에 대한 청탁을 하거나 부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낙선 의원실의 경우는 의원이 직접 나서서 보좌진들의 자리를 알아봐주기도 하고 있다고 한다. 통상 의원이 의원에게 부탁을 할 정도면 부탁을 받는 의원 쪽에서 보면 상당히 부담이 되기 때문에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의원이 직접 나서서 챙겨줄 경우 자리를 이동하는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거취문제 때문에 보좌진들의 자리 문제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의원을 그만 둔 뒤 개인사무실을 열어 그곳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하는 의원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경우 보좌진들은 상당히 곤혹스럽다고 한다.

한 보좌관은 “밖에 나가서 연구소나 기타 법인을 차려놓고 일하자고 하는데 이럴 경우 급여문제라든지 생활 전반이 휘청거릴 수 있다”며 “보좌관으로서 받았던 수준이 아니면 움직이기가 곤란한데, 실제 의원이 그만큼을 챙겨주지는 못할 것”이라며 의원이 밖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특히 의원을 모시고 다니던 수행비서의 경우는 더욱 곤혹스럽다고 한다. 한 수행비서는 “국회의원을 그만 둔 뒤에도 나를 개인수행비서로 데리고 다닐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거절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보좌진들의 상당수는 생계형 보좌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의원직을 잃은 의원과 함께 동지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일하자는 의원의 제안이 있을 경우 이를 거절하는 것도 큰 스트레스임에 분명하다.

이제 17대 국회의 임기가 딱 한달 여 남았다. 이 기간이 국회의원이나 보좌진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향후 4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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