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저물고 소식 뜬다

(팝콘뉴스=김진경 기자)[편집자 주: 'MZ팬덤을찾아서'는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함께 진화하는 팬덤의 양상을 분석한다. 최근에는 비단 연예인이나 방송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소위 '연반인(연예인 반 일반인 반의 줄임말)'을 대상으로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단순히 아이돌을 중심으로 하는 응원 문화가 아닌 콘텐츠의 지형을 톺아보고자 한다.]

식량난에 관한 뉴스가 연일 나오고 많은 사람이 대식가와 먹방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피로감을 바탕으로 최근 적게 먹고 단순하게 먹는 습관을 지닌 '소식좌'가 주목받고 있다. 소식좌는 '소식'과 어떤 일의 탁월한 능력을 갖춘 장인이란 뜻을 지닌 '좌'가 붙어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 (사진=MBC 나혼자 산다) © 팝콘뉴스


#1 혼자 살고 혼자 먹는, 코드쿤스트

코드쿤스트는 힙합뮤지션이자 작곡가로 업계에서 명망이 높지만, 대중적으로는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의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무엇보다 '소식'으로 유명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과 바나나 한 개를 한 시간 가까이 먹고 '식사'라고 말하고 고구마 한 개를 끼니로 천천히 먹는 모습들로 패널들을 기겁하게 했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적게 먹고 온종일 나른한 채로 지내는 모습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의혹을 불러일으켰지만 심플하게 먹고 남는 시간에 일에 집중하거나 패션이나 음악 등에 시간을 쏟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점차 신선하면서 쿨한 생활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식사 한 끼니에 많이 고민하고 많이 먹는 것만이 미덕인 양 말하는 시대에 소식만의 매력과 미덕을 공적 영향력이 큰 매체에서 보여주기 시작한 1세대 롤모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개그우먼 박나래가 '나혼자산다'에서 손님을 초대해 4부까지 풀코스로 요리를 대접하는 '소식좌VS대식좌' 콘셉트 방송에 참여해 소식으로 유명한 가수 겸 방송인 산다라박보다도 적게 먹고 밥에 취해서 횡설수설하는 등 그동안 남성 연예인들한테서는 보기 어려웠던 연약한 소식가의 면모를 선보였다. '소식좌VS대식좌' 방송 편은 자사 유튜브 채널에서 168만 회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 (사진=유튜브 채널 '오늘의 주우재') © 팝콘뉴스


#2 ‘개노맛먹방’ 창시자, 주우재

대한민국에서 시작돼 세계로 퍼진 신조어인 '먹방'은 보통 개인 채널을 통해 라이브 방송으로 햄버거나 라면, 족발, 곱창 등 기름진 배달 음식이나 편의점 음식을 먹는 걸 의미한다. 모델 출신 방송인 주우재는 '오늘의 주우재'라는 개인 채널을 통해 일명 '개노맛먹방'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먹방을 선보였다.

'개노맛먹방'은 음식을 최대한 천천히 무미건조하게 '맛없게' 먹는다. 맛을 최대한 요란스럽게 표현하며 엄청난 분량의 음식을 최대한 빠르게 먹어 치우는 '먹방'은 대중에게 탐식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주우재의 '개노맛먹방'은 탐식의 매력을 거부하고 식욕을 오히려 떨어지게 하는 게 매력이다.

가수 악뮤 수현과 함께한 '개노맛먹방'에서는 최대한 맛없게 먹는 방법까지 설파한다. 오늘 하루 이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먹어야 한다. '의욕 없이' '열정 없이' 먹어야 한다. 쩝쩝, 찹찹, 흠냐흠냐가 아닌 '질겅질겅' 느낌으로 저작운동 하라고 조언해준다.

▲ (사진=유튜브 채널 '흥마늘 스튜디오') © 팝콘뉴스


#3 소식좌 예능의 시대를 연 콤비, 박소현과 산다라박

'소식좌' 신조어의 시작은 개그우먼 김숙의 유튜브 채널 '김숙티비kimsookTV'를 통해 MBC의 토크쇼 예능 '비디오스타'에 MC로 함께 출연 중인 박소현과 산다라박의 놀라운 식사량과 방식을 공개하면서부터다.

박소현은 방송국 대기실에서 촬영을 준비하며 도넛 한 개를 한 입만 먹고 배부르다고 하거나 아이스 바닐라라테 한 잔이 아침 식사라고 증언해 충격을 선사했다. 산다라 박은 소식좌들 중에서는 대식가라고 스스로 칭하지만, 바나나 한 개를 다 먹는 걸 어려워하는 등 일반적인 식성을 가진 이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식사 형태를 선보여 충격을 이어갔다.

이후 '소식'을 주제로 박소현과 산다라박을 고정 패널로 한 '밥맛없는 언니들'이란 방송 프로그램이 신설되어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적게 먹거나 천천히 먹는 식성을 가진 사람들을 별종 취급하고 밥맛없이 먹는다고 비난하는 분위기가 주류였던 것과 달리 소식가들만의 습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나름의 위로와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그룹 인피니트 멤버인 성종도 '소식좌'로 종종 언급되는 연예인 중 한 명이다. 인터뷰와 예능 방송에 출연해 "달걀 한 알을 3등분해서 스케줄 전후로 나눠 먹는다"라고 말하는 등 남성 연예인에게서는 드문 소식좌의 면모를 보인 적이 많다.

성종, 박소현과 산다라박 그리고 코드쿤스트 등 모두 바쁜 연예인이지만 소식을 하면서도 건강상 무리 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소식좌들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 가장 큰 이유는 적게 먹는다는 점이 아니라 다이어트 강박 없이 적게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점,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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