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를 위한 우리들의이야기 화요집회 12회차

▲ 8일 제12회 화요집회에서 류승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모활동가 겸 작가가 발언하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누구는 먼저, 누구는 나중에는 우리 원칙이 아니다. 순서를 나눠야 한다면 '가장 지원을 많이 해야 하는 분부터'가 우리 원칙이겠다."

8일 여의도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를 위한 우리들의 이야기 화요집회 12회차'에서 정부의 자립 지원 사업 시 시설 거주를 전제하면서 가장 후순위로 논의되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시범사업부터 대상자에 포함하라는 한 부모활동가의 요구에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문화·예술위원장이 수긍하며 덧붙였다.

"긴급돌봄체계가 필요한데 지역에 없다"는 호소에는 "운영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다른 지역 부모활동가의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를 서로, 또 다른 시민들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는 '우리들이 살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한 이야기'로 종종 번졌다. 이날 현장에서 나온 발언 일부를 재구성해 담았다.

■"활동지원 선생님들에게도 혜택이 많이 주어지고, 그래서 당사자도 편안했으면" 박희경 부모활동가

어떤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아이의 졸업 전과 졸업 후의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고 한다.

2019년, 딸이 경사로에서 내려오다가 무릎을 다치면서 휠체어 신세를 졌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딸은 재활치료를 하면서 드문드문 등교했는데, 부담임 선생님이 신변 관리를 돕는 한편, 수업시간 등에는 사회복무요원이 돌봄을 함께하게 됐다.

그런데, 방법을 잘 모르더라. 예컨대, 화장실에 가면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어디 가고 없는 식이었다. 화장실 이용 때는 손이 부족해 같은 동급생이 돌봤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서로 수치스러웠을 텐데, 미안하고 고마웠다.

졸업 후의 이야기를 하면, 졸업 후에 아이가 주간활동서비스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3대 1로 지원을 받았는데, 장애 정도가 심하다 보니 지금은 1대 1로 지원받는다. 다친 이후로는 멀리 가려면 휠체어를 타야 하고, 기저귀가 필요하고 먹는 것을 잘라 먹어야 해서, 선생님들에게 고마우면서 미안하고, 항상 마음에 무거움이 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사회복무요원 등이 아니라 '실무자'의 숫자다. 같은 성별의 실무자 숫자. 신변 처리가 혼자 되지 않을 때는 지원이 돼야 한다.

또, 최중증이다보니까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여름이나 겨울에는 많이 없다. 활동지원가 선생님에게는 혜택이 많이 주어지고, 이용 당사자분들이 좀 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좋겠다.

■"더 이상 죽음에 무감각해지는 부모가 없었으면" 류승연 부모활동가

화가 난다. '내가 소시오패스가 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왔다.이제 '어떤 부모가 자녀와 어떤 선택을 했다'는 소식에도 슬프지 않다. 죽은 부모와 살아남은 자식의 이야기도 그렇다. 그게 미래의 내 모습일 수도 있지 않나.

나는 내 아이를 두고 죽고 싶지 않고, 아이를 죽이고 싶지도 않아서 글을 쓰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말하지 않으면 들어주지 않겠다. 죽음에 무감각해지는 부모가 없었으면 좋겠다.

구체적인 요구는 이것이다. 단순히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게 아니다. '지원주택'이 필요하다. 활동지원사는 아침에 '잠깐' 부를 수가 없다. 인근에 상주하는 '주거코치'가 아침 준비를 도와주고, 오후에는 주간활동서비스를 받거나 일하고, 퇴근할 때는 활동지원사를 만나서 동네 산책을 하거나 저녁 외식을 하고, 잠드는 시간이면 또 다른 활동지원사가 돌봐주는 삶.

그럴 수 있어야 분노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활동지원사 선생님들을 24시간 편성했다. 선생님 한 명이 두 명을 봐야 했다" 박응석 부모활동가

올해 6월에 발달장애인 형제를 키우던 아버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아이들이 남아서, 장애인복지 관련 단체에서 모여 회의했고, 부모연대에서 덜컥 맡게 됐다.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했다. 지자체 복지과에서 그래도 추가적인 활동보조시간 300시간을 배정해줬다. 와상장애인에게는 300시간이 주어지지만, 발달장애인은 아니다.

전문가(주거코치 등)는 투입이 따로 안 됐고, 활동지원사 선생님들을 24시간 편성했다. 시간이 모자랐다. 대상자가 두 명이라 두 명을 투입해야 했지만, 야간에는 한 명만 투입했다. 선생님들이 "어떻게 한 명이 두 명을 돌보느냐"라고 이야기하시는데, 이해를 구해 지원하고 있다.

최중증을 위한 지원체계가 빨리 수립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주간활동 등이 생기면서, 발달장애인 관련 기관에서 경증 친구들은 함께하려 하는데, 최중증 아이들을 위한 지원체계는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아까 '긴급돌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나. 안산은 긴급돌봄을 실시한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예산은 천만 원 남짓이다. 이웃, 형제자매가 아닌 사촌 등에게 아이를 맡기는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천만 원은 큰돈이 아니지 않나. 쉽게 약속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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