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화요집회'

▲ 25일 여의도 이룸센터 농성장에서 열린 제11회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화요집회'에서 경남 사천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활동가가 사천시 장애인부모회가 설립한 발달장애인 고용 빵공장 '다솔제과'에서 생산한 비행기빵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이날 사천시장애인부모회는 비행기 빵 한 박스를 현장에 들고 와 참가자들에게 전달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아이가 음악을 좋아해서 유튜브를 맨날 끼고 살아요.", "높은 곳을 좋아해서 산으로, 계곡으로 주말마다 가고 그래요."

발달장애인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묻는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질문에, 발언에 나선 부모 활동가들이 꼬박 답했다. 아이가 '주간활동서비스' 등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장애인일자리' 등을 통해 평범하게 일하고 잠드는 '단순한' 삶을 원할 뿐이라고 이날 모인 발달장애인 가족들을 입을 모았다.

25일 여의도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서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화요집회' 제12회차가 진행됐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발달장애인 가족 및 당사자 발언대다.

이날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 일부를 재구성해 담았다.

■"아이가 길에서 막춤을 추면, 이제는 같이 춰요"이순옥 부모 활동가/ 서울시 성북구

막 결혼했을 때, 시어머니가 예순아홉이셨다. 막내며느리라고 무척 귀여워하셨다. 시어머니가 '딸만 둘 낳냐' 그러시면 '시어머니 닮아 그렇다' 대꾸하는 사이였다.

셋째는 아들이었다. 우선 비밀로 했는데, 그때쯤 명절을 지내러 서울로 역귀성한 시어머니가 '너 이번에 아이 생기면 아들일 것'이라고 하시더라. 당신이 아들을 가졌을 때 호랑이 꿈을 꿨는데, 이번에도 호랑이 꿈을 꿨다고 했다.

아이는 지금 스물넷이고, 지적장애와 뇌병변장애 중복이다. 초등학교 때, 아이가 사회성 하나는 좋았다. '비장애인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이때뿐이겠다, 초등학교만이라도 일반 학교에서 버텨보자' 하고 생각했다.

그해 1학년에 장애 학생 4명이 입학했다. 당시 담당교사가 적어서 내가 교실 뒤에 앉아있곤 했다. 어느 날은 같은 학년 아이가 내게 오더니 'oo이는 장애인이라서 불행할 것 같다' 묻더라. 아이에게 '비장애인들은 모두 행복할까?' 하고 되물으니까 아이가 '아, 그러네요' 그랬다.

지금 우리 아이는 성북에서 주간활동 중이다. 키가 180cm에 체중이 50kg이 안 되는 '막대'인데, 막춤도 길에서 추고 그런다. 예전에는 창피하더니 지금은 나도 같이 춘다.

어려운 말은 잘 모르지만, 인간은 다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건 안다. 작년 초에 아이 아빠가 먼저 떠났다. 두 딸은 독립했다. 아들과 나만 집에 남았는데, 그래도 아들과 끝까지 행복하게 살고 싶다.

■ "길만 알려준다면, 열심히 걸어갈 거예요"편혜선 부모 활동가/ 충남 보령

초등학교 2학년 지적장애의 어머니이고, 주간활동센터 이용자다. 현재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남편은 아이가 어릴 때 세상을 등졌고, 이후 한동안 삶이 암흑 같았다. 주간활동센터를 이용하면서 평생 보이지 않던 터널 밖이 보이더라.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만 보면서 살았을 것 같다.

요즘에는 육아가 가장 고민이다. 아이가 내년이면 고3이다. 말을 안 들을 때도 있고,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화를 낼 때도 있다. 이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더라. 바쁘게 살았지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우리 아이가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전혀 모르고서 아이를 키웠다.

지금은 주간활동센터 선생님과 육아 방법도 배우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면서 즐겁고 보람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없어지면 아이는 혼자 살아야 한다. 이건 나 혼자서, 방법을 찾겠다는 내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엄마와 아들의 긴 삶의 방향을 알려달라고, 우리가 걸어갈 길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시면, 최선을 다해 살아가보려 한다. 없는 길을 만들어 주시면, 최선을 다해 걸어가겠다. 그런 기회를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아이에게 바라는 건 다른 부모와 똑같다.공부도 열심히 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 "첫 취직 선물로는 빨간 내복을 받고 싶네요" 이oo 부모 활동가/ 경남 사천

아이는 2004년 4월 11일 오전 10시, 부활절에 태어났다. 내 나이 서른여섯이었고, 당시에는 노산이라 제왕절개를 위해 전신마취를 했었다. 깨어났는데, 아이가 일주일간 서울에서 검사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가장 처음 보는 사람이 나였을 텐데, 신생아실에서 많이 울었다. 후회된다. 충분히 안아주고, 예쁘다고 하고, 안아줄걸.

부모운동을 시작한 건, 첫 예방접종 전후다. 사천 보건소를 아이 예방접종을 위해 찾았을 때였다. 검진 문진표 장애유무 표시란에 '유'를 체크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이 친구는 자신이 없다'며 예방접종을 거부했다. 열도 없었는데. 그때는 따질 수가 없었다. 창피하고 아이에게 미안했다.

보건소에서 나오면서 '다시는 네가 문전박대당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생각했다. 시청 게시판에 구구절절 글을 올려서 보건소에서 접종 약속을 받아냈다.

아이가 학교에 막 들어갔을 때 들었던 강의 중에 기억에 남는 강의가 있다. 한 번도 학교 학예회에 참여해본 적이 없는 발달장애인 학생이 있었단다. 부모도 시도하지 않았는데, 하루는 학급이 준비하는 '부채춤'에 아이가 참여해보면 어떻겠냐고 선생님이 권유했다고 했다. 아이는 한 손으로 부채를 들어 꽃(의 수술) 역할을 하고 그 주위를 다른 아이들이 돌았다고 했다.

아이가 8세 때부터 운동했는데, 이제 아이가 19세이다. 아이는 돈을 벌 거란다. 첫 선물로는 '빨간 내복'을 꼭 받고 싶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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