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화요집회

▲ 11일 오전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서 열린 장애인부모연대주최 제9회 화요집회 현장에서 충북피플퍼스트센터 소속 발달장애인 당사자 활동가 3인과 김종옥 부모연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조금씩, 싸우는 만큼 좋아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11일 서울시 영등포구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서 제9회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우리들의 이야기' 화요집회에서 같은 지역 발달장애인 부모의 발언문을 대독한 안태호 경남지부 창녕지회 활동가가 덧붙인 말이다.

"언젠가 '화요축제'가 될 때까지", "나와 우리 아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기록하는 자리"로 이어지길 바란다는이날 9회차 화요집회 발언 중 일부를 옮긴다.


충북지부 충주지회 부모 활동가 이영순 씨


"너의 탈출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투쟁할 거야"

지적장애 아들 두 명을 두고 있는 엄마다.서른두 살 딸이 있다. (서울에 오기 전에) 큰아들은 주간활동서비스까지 데려다줬다. 작은아들은 문제행동(도전행동)이 있어 집에서 생활한다. 딸이 집에서 동생을 보고 있다.

딸은 (집에서) '탈출'하고 싶다고 한다. SNS를 보면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사연에) '왜 집에서 희생하느냐', '왜 집에서 못 나오냐' 그런다. 나도 내보내고 싶다.그런데 딸이 나가면 '큰 나무'가 하나 없어지는 기분일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아직 모르겠다. 딸에게 (집에서 같이 사는 이유를) 물어보니 '지금까지 같이 살았는데, 나만 나쁜 사람 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서른둘짜리 딸이 요즘 부쩍 '안아달라'고, '자기 두고 죽으면 안 된다'고 그런다. 그러면 나는 '너보다 내가 (나이가) 서른두 해나 더 많은데, 조금 있으면 육십인데, 먼저 죽을 건데 어떡하니' 그런다.

그전에는 '너까지 그러면 어떡하냐'고 했는데, 이제는 해줄 말이 없다. (딸의) 32년을 보상해줄 수도 없다.먼저 돌아가신 분들의 상황이 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도 딸아, 너의 탈출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투쟁할 거야.


서울지부 서대문지회 부모 활동가 박정순 씨


"교육현장, 산업현장에서 장애인식교육을 시켜주십시오"

스물한 살,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는 아이와 함께 집회에 왔다. 아이가 어릴 때 아이와 발달장애인 센터를 대여섯 군데 다니면서 아스퍼거 증후군이 같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스퍼거는 사회관계가 잘 안되고 상대 얼굴을 보고 기분 파악이 어렵다. 아이는 초등학교를 세 번 옮겨서 네 군데 다녔다.

어떤 학교에서는 아이들 알림장에 내(박정순 씨 본인) 전화번호를 적어 보냈다. '따질 것이 있으면 아이 엄마에게 직접 전화하라'는 거였다. 다 아실 거다.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도 나는 '우리 아이가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조건 '죄송하다'고 했다.

(학교에서 하는) 장애인식교육이 장애인의날에 영상 하나 보면 끝난다. 교사, 학부모 교육도 없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근로지원인 제도를 활용해 근로현장 실습에 나갔다. '직무지도사'가 배치됐다. 아이들이 사회초년생이니까 근무태도도, 일도 알려줄 거로 생각했는데, 아이가 없어졌는데도 찾지 않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출퇴근했는지, 일했는지 체크하면 된다. 내가 왜 그런 일까지 해야 하나' 그러더라. 장애 인식이 전혀 없었다.

교육부 장관은 한 학기 열 시간 이상 교육, 학생·학부모에게 장애인식교육을 시켜달라. 고용노동부 장관은 장애인고용사업체 사원에게 장애인식교육을 시켜달라.


서울지부 마포지회 부모 활동가 장현아 씨


"아이가 장애인 권리중심일자리에서 일하고, 지원주택에서 사는 청사진을 그려봐요"

스물세 살이 된 아들과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고민하는 요즘이다. 의무교육을 끝내고 부모의 품으로 돌아온 자식은 현재 주간활동센터에 다니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부모가 아닌 발달장애인 스스로 정책과 예산을 만들어내도록 뒷받침하려고 한다.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어떤 활동을 하기 싫다고 하면 그 활동은 하면 안 된다'라고 말해주는 국장님이 계시는데, 최근 모셔서 부모교육을 진행했다.

마포는 발달장애인이 프로그램 이용자에 머무르지 않도록 (마포 사회서비스)센터를 구에 요구해 받아내서 공간 하나에 적은 예산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는데, 이런 취지로 만들어낸 센터조차도 현실은 마음 같지 않다. 부모가 아닌 발달장애인 스스로 권리를 옹호하고 예산을 만들어내도록, 뒷받침하는 활동을 계속하려고 한다.

그런 청사진을 그려본다. 아침에 일어나서 4시간은 지역사회 인식개선, 모니터링 활동을 하는 '권리중심공공형일자리'에서 일하는 거다. 오후에는 주간활동서비스로 문화활동을 하고, 늦은 오후에는 지원주택에서 지원자의 조력을 받으면서 친구도 만난다. 엄마도 왔다 갔다 할 수 있고.

그런 세상이 곧 올 거다. 5년 잡겠습니다!


경남지부 창녕지회 부모 활동가 이OO 씨


"먼저 닦아놓은 길을 젊은 사람들이 조금은 편하게 걸었으면"

장애가 있는 아이가 세 명이다. 한 아이는 (증상이) 심해서 시설에 있다. (아이가 어릴 때) 창녕에 '장애인 부모회'가 생겼다. 활동을 하다 보니, 운영이 멈춰있던 복지관이 다시 운영되고 (거주)시설이 창녕 읍내에 생겼다. (증상이) 심한 아이를 시설에 맡기고 나니 두 명은 키우기가 조금 낫다. 그래도 여름이면 내리 목욕시켜야 하고, 손이 많이 간다. 한때 '나는 죄를 많이 지어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나' 생각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크고 나니까 내가 동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더라. 부모회에서 '도자기 페인팅', '만화 그리기' 활동도 한다.

50대가 되고 나서는 한 해 한 해가 다르다. 정말 열심히, 앞도 뒤도 안 보고 한 길만 걸었다. 젊은 사람들을 보면, 우리가 닦아놓은 길이 그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자랄 때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해보진 못했다. 너무 힘들었다. (우리가 먼저 닦아놓은) 그 길을 젊은 사람들이 좀 편하게,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스럽다'는 표현을 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하게 왔으면 좋겠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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