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현실은 달라, 자폐인의 장애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실질적인 보호의 출발점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사진=에이스토리) © 팝콘뉴스


(팝콘뉴스=김재용 기자)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폐인을 소재로 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내용은 다소 낭만적으로 묘사되기 일쑤다. 최근에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자폐인의 삶이 다소 낭만적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물론 드라마라는 특성 때문에 낭만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가공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가공의 현실을 제공해주는 상품이다. 자폐인에 대한 이러한 낭만적 묘사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자폐인의 현실'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자폐인, 드라마와 현실을 혼동해선 안 돼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이하 ASD)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정말 가족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정도도 있고, 어느 정도 사회생활이 가능한 경미한 정도도 있다. 이 사람이 ASD이었나 할 정도로 약한 스펙트럼도 있다. 물론 성숙한 시민사회라면 ASD의 인권을 무시하거나 배척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ASD에 대한 경계심이 전혀 없는 것도 곤란하다. '성숙한 시민'이기 때문에 ASD에 대한 아무 편견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것도 좋겠지만, 너무 과도할 경우 그것도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된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지면 자칫 스스로 먼저 화병이 들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ASD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정보를 갖추고 적절하고 현명하게 상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ASD 본인에게도 좋다. 의무감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현대인은 갈수록 경쟁과 업무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에 타인에게 그렇게 너그럽게 대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가 많지 않다. 어느 순간 지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막연하게 의무감을 강요하거나 강조하기보다 현실적으로 ASD의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돌봐주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래야 ASD를 위한 현실적 정책이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ASD는 타인의 감정 상태에 공감이 어려워 그것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장애기 때문에 좀 더 세심한 돌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사람들로부터 감정적인 배척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약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인데, 반복적인 말과 행동을 보이고 아주 제한된 관심 분야에 몰입한다. 이 스펙트럼을 가진 ASD는 어느 정도 사회생활도 가능하다. 물론 드라마에서처럼 전문직이나 복잡한 지적 능력을 요하는 일은 어려울 수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과 범죄의 연관성

그런데 이 자폐증을 지닌 사람이 화목한 가정에서 살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데, 화목하지 못하거나 따돌림당하고 상처받는 상황에 부닥치면 사람에 따라 맹목적 공격성을 보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한 강력 범죄의 경우 가해자가 아스퍼거 증후인 경우가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보고가 있다.

지난 2017년 인천에서 8세 여자 초등학생을 유기해 살해한 A양(당시 17세)도 아스퍼거 증후군이었다. 2007년 미국 보스턴에서 16세 소년 살인사건의 범인인 존 오드그렌도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였다. 오드그렌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자신이 살인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타인의 감정 상태에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1년 노르웨이에서 77명을 살해한 극우 테러범 안드레이에 대해서도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일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친족, 즉 부모 살인자의 경우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가 많다는 보고도 있다. 2012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갑자기 어머니를 살해한 19세의 아담 란자도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있다. 스토킹 범죄 같은 경우도 아스퍼거 증후군 장애 때문으로 보는 학자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정확한 연관성은 밝혀진 바 없다.

스토킹도 아스퍼거 증후군 때문에?

ASD가 범죄의 피해자, 목격자가 되는 예도 있다. 이때에도 적절하게 대처하거나 진술하지 못해서 더 큰 피해를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아직 범죄 가해 ASD에 대한 인지적-사회정서적 특성을 고려한 수사 방식이나, 범죄 피해 ASD 보호에 관한 학문적 연구나 사회적 관심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에서는 '목격자 증언'이라는 분야가 있어 녹취록 분석이나 경험적 연구를 통해 ASD의 진술 양상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구축을 피력하는 연구가 많이 있는 편이다.

자폐 유병률은 지난 39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 아동의 1%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자폐 인구가 점점 증가할수록 관련 범죄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국내 수사기관도 자폐인 인구 증가를 인지하고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자폐인의 다양한 특성에 관한 교육과 수사 방식을 훈련할 필요가 있다. ASD의 특성인 낮은 사회적 기술, 타인의 감정-사고의 이해 부족, 반복적이고 고착화된 흥미 집중은 범죄가 발생했을 때 그 정도가 심각해질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ASD는 자기 개념이 부족하다. 비정상적이거나 낮은 자기 경험으로 인해 부정확하거나 단순한 자기 개념을 지니는 경향이 있다. ASD의 자기 인식 연구들에 따르면 대부분 자아 관련 과제에서 보통 정상인과는 다른 수행을 보였다고 한다. ASD는 당황, 수치심, 자부심, 죄책감 같은 감정, 즉 자기 의식적 감정을 상대적으로 적게 의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자의식 감정의 부족은 사회인지의 결핍으로 이어진다. ASD는 자기감정을 지각은 할지라도 그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표준 행동에 대한 감각과 지식이 부족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 기관은 ASD의 특성 연구를 통해 수사 전문성을 기해야 한다. 더불어 일반인들도 ASD의 이러한 특성을 알고 주변에 ASD가 있다면 그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적절히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본 글은 ASD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ASD에 대한 낭만적 시각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인지적-감정적 한계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ASD의 장애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올바른 정보와 지식으로 ASD를 살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자폐인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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