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피해자가 스토킹 범죄의 빌미를 주나?

스토킹 범죄를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인식은 여전히 문제, 경찰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

김재용 기자 | 기사입력 2022/09/21 [17:34]

[기자수첩] 피해자가 스토킹 범죄의 빌미를 주나?

스토킹 범죄를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인식은 여전히 문제, 경찰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

김재용 기자 | 입력 : 2022/09/21 [17:34]

▲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31)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김재용 기자) 또다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서울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여성 승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전주환(31)은 지난해 10월부터 지속해서 피해자를 스토킹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사 동기였던 피해 동료 직원에게 지속적으로 수많은 문자, 통화 등을 통해 교제를 강요하고 불법 촬영까지 한 혐의로 경찰에 넘겨져 직위해제 조처까지 받았다. 이후 스토킹 혐의까지 추가돼 재판받던 전주환은 지난 14일 근무 중이던 피해자를 찾아가 흉기로 공격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재판 선고 전날이었다. 전주환은 회계프로그램의 허점을 이용해 피해자의 주소를 알아내 집까지 찾아가 스토킹을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피해자가 스토킹의 빌미를 주나?

 

이번 사건에 대한 여론의 시각에도 안타까운 점이 드러나고 있다. 어느 서울시 의원은 "받아주지 않아서 그리된 것"이라며 마치 범죄의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듯한 왜곡을 공공연히 드러내 시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언론 일각에서는 스토킹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해 놓았기 때문에 이런 범죄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범죄다. 이로 인해 가해자가 합의를 종용하며 스토킹을 계속할 빌미가 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피해자의 고소에 대해 피의자가 "내 인생 망칠 거냐"며 수없이 문자를 보내는 등 합의를 강요하다가 1심 선고일 전날 피해자를 공격했다는 사실에서 이런 인식이 비롯됐다. 

 

이 또한 마치 '합의하지 않은 피해자의 잘못'인 것처럼 보여 문제가 있다. 가해자가 합의를 종용하며 스토킹을 계속한 것 또한 그 자체로 또 다른 범죄다. 합의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의 탓이 아니다. 이를 마치 합의하지 않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스토킹을 계속할 빌미를 준다'는 뉘앙스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아무 죄도 없는 피해자가 무슨 빌미를 준다는 것인가? '범죄의 빌미를 준다'는 것은 범죄자의 범죄 행위를 '이유 있음'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는 피의자의 합의 압박을 막지 못한 경찰의 안전조치에 대한 지적이 없다. 

 

물론 반의사불벌죄 조항에 현실적 허점이 많으면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법무부와 검찰도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는 반복·지속을 전제로 한다. 현행법상 그리고 사회적 관습상 반복·지속의 기준이 모호해 자칫하면 무리한 처벌이 남발될 수 있어 심도 있는 논의를 한 후 개정해야 한다. 범죄로까지 규정되지 못하는 무리한 처벌이 남발되면 경찰력이 낭비되어 정작 중요한 사건 수사에 소홀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현재도 경찰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기에 그렇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법적 논리에만 치우쳐 피의자의 구속을 기각한 사법부의 안이한 판단과 신변 안전조치가 미흡했던 경찰 시스템의 총체적인 원인이 빚어낸 참사로 보는 것이 더욱 명확한 인식이다. 

 

경찰은 SNS 등 소통 수단의 다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을까?

 

스토킹 범죄의 개념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 관습적 연애감정이나 이에 준하는 인간관계의 양태로 보는 등 객관적으로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피해자의 불안감과 감정에 의해 좌우되어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 이용 확대 등으로 인한 소통 수단의 복잡성과 다변화가 치안상의 큰 과제가 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복잡하고 은밀한 소통 수단을 기반으로 한 스토킹 범죄의 확대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고, 피해자를 우선하여 보호할 수 있는 치안 예방 기능이 더욱 요구되지만, 이에 대한 대응력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치안 시스템은 스토킹 범죄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고 피해자의 관점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조사 발표한 '전국범죄 피해 조사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스토킹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거나 스토킹 행위가 곧 끝날 것으로 생각하는 부분도 있으나, 무엇보다 경찰이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적절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경찰에 신고하면 가해자를 자극하여 이번 사건과 같은 살인 등의 강력 범죄로 진행될 수 있음을 피해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스토킹 범죄 관련한 경찰 전문성 강화가 필요

 

신고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이 매번 다를 수 있는 점도 피해자들이 실효적 대응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물론 한국 경찰도 스토킹 범죄에 대한 실효적 대응의 일환으로 스토킹 현장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면서 일선 경찰관들에 대한 집중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스토킹 행위를 처벌하는 법제 및 매뉴얼의 존재만이 모든 사건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보다 20년 앞서 스토킹 범죄에 대한 예방 시스템을 전문적으로 강구하고 있는 일본도 스토킹 범죄를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위의 피해자 조사에도 나타났듯이 일본보다 전문성이 부족함에도 우리나라의 스토킹 치안 시스템은 다소 안이한 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스토킹 범죄 사안에 대해 끊임없는 대책 강구 및 체제의 정비가 필요하다. 관련 경찰들의 전문성 강화, 피해자 보호를 위한 환경 조성, 필요 예산의 대응 인력 확충이 지속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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