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게] 넘치는 한복 사랑이 한복 가게를 넘어 한복 연구실로

궁중복식의 디자인을 접목한 맞춤형 한복의 정수, 정금주한복연구실

강나은 기자 | 기사입력 2022/09/13 [17:17]

[백년가게] 넘치는 한복 사랑이 한복 가게를 넘어 한복 연구실로

궁중복식의 디자인을 접목한 맞춤형 한복의 정수, 정금주한복연구실

강나은 기자 | 입력 : 2022/09/13 [17:17]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한복에 대한 애정이 과하다 싶을 만큼 넘쳤던 정금주 대표는 아이를 낳고 난 뒤 정금주한복연구실을 차린다. 이후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한복으로 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을 만큼 한복에 대한 애정은 계속되었다. 궁중복식의 디자인을 접목해 더 아름다운 한복을 짓기 위해 노력하는 정금주한복연구실의 연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가까운 곳, 어쩌면 허름해서 그냥 지나친 곳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왔고, 어쩌면 100년 넘게 이어질 우리 이웃은 가게를 운영하며 어떤 사연을 쌓아왔을까요. 힘든 시기에 몸도 마음도 지친 소상공인은 물론, 마음 따뜻한 사연 있는 가게를 찾는 고객들에게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 백년가게: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곳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평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점포.

 

▲ (사진=정금주한복연구실)  © 팝콘뉴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기술, 학교에서 채워나간 기술

 

기억 속 어머니의 모습은 늘 바느질하시던 모습이었다. 그 기억을 안고 살아서 그런지 정금주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한복에 관심이 많았다. 이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도 집에서 한복을 입은 채로 바느질했다.

 

"30대 때도 한복을 입고 바느질할 정도로 한복을 좋아했어요. 우리 언니가 오면 '좁은 집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냐'라면서 야단을 쳤죠. 그렇게 혼나면서까지 한복을 입었어요. 그뿐인가요. 애들 학교에 갈 때도 한복을 입고 갔더니 애들이 한복 입고 학교 오지 말라면서 성화였었죠."

 

아이를 가졌던 2년을 제외하고는 모든 순간 그의 곁에 한복이 있었다. 아이가 조금 크고 나서는 보행기에 아이들을 앉혀놓고 나서 바느질에 매진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한복을 좋아하다가 드디어 1994년, 정금주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건 정금주한복연구소를 개업한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바느질 솜씨와 어려서부터 관심이 있었던 일이 더해지자 주변에서는 한복 짓는 솜씨에 대해 칭찬이 자자했다.

 

이는 공식적으로도 인정받기에 이르렀는데, 2004년에는 한복기능사를 취득하고, 2006년에는 한복산업기사 1급을 획득한다. 이후 2006년 한복공모대전 특선, 2011년 제 3회 대한민국 한양 공예대전 우수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전통복식학과를 전공하고, '조선시대의 궁중복식과 현대한복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까지 취득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엄마에게 배웠으니 이론적인 부분을 더 채우고 싶다는 생각에 학교에 진학했죠. 공부할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하고 나니 깊이 공부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용기 낸 건 참 잘했던 일이었던 것 같아요."

 

이론적인 지식은 기술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학원에서 궁중복식을 만드는 방법을 만들어 보니 당시의 디자인과 바느질을 접목할 수 있었다.

 

이어 2015년에는 경기도 한복기능대회에서 은상을 차지하고, 2016년에는 제8회 남북통일기원 한양예술인 특별상을 받을 정도로 정금주 대표는 가게 운영에 그치지 않고, 한복 사랑을 실천해나갔다. 또한 지금도 후배 양성을 위해 정금주한복연구실을 찾는 학생들을 개인적으로 지도해주고 있다.

 

▲ (사진=정금주한복연구실)  © 팝콘뉴스


경사 있는 이들만 대하는 복 있는 직업

 

정금주한복연구실은 처음 자리 잡았던 과천에서 35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오랜 단골들은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정금주한복연구실을 찾는다. 그사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2013년부터는 경기도 전통시장 명품점포로, 2020년부터는 백년가게로 선정되어 현판을 걸어두었다는 점일 것이다.

 

손 놓고 뒷짐질 때도 되었건만 그는 지금도 직접 바느질에 나선다. 세 칸 정도의 매장 중 한 칸은 작업실로 꾸며놓는다. 개개인의 고객 취향대로, 체형에 맞춰서 한복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렇게 그의 손이 꼭 필요하다. 그러니 아직도 정금주한복연구실을 찾는 단골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있다. 정금주 대표가 30대쯤 찾아왔던 한 50대 고객이 있었다. 자녀 남매가 결혼하면서 한복을 지어 입었던 고객은 지금은 여든이 넘었다. 30년이 지나고 나니 지금 정금주 대표의 나이보다도 더 젊었을 때의 나이다. 그 자녀들의 자녀들에게 한복을 입히기 위해 찾아오는 단골들을 보면 세월이 참 빠르게 흘러갔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 외에도 좋은 날, 좋은 옷을 잘 입을 수 있었다면서 과일이며 떡을 사 와 인사하는 고객도 있고, 한복을 해준 외국인에게 진주목걸이 선물을 받아본 적도 있었다.

 

"저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에요.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마다 저를 찾아주시잖아요. 2~3년 만에 지난번에 오셨던 고객님께 전화를 받으면 '좋은 일이 있으시구나' 싶죠. 평생 좋은 일이 있는 좋은 분들만 만나고 살아서 저는 세상 사람들이 다 좋아 보여요. 한복 일을 했기에 나쁜 일에 휘둘릴 일 없이 순진하게 살 수 있었나 봐요."

 

▲ (사진=정금주한복연구실)  © 팝콘뉴스


나날이 깊어지고, 나날이 배워가며

 

모두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일이기에 일이 몰렸을 때는 일손이 부족해 진땀을 빼지만, 그 외에 한복 짓는 일은 정금주 대표에게 있어 늘 행복한 배움이었다. 

 

"한복 바느질이 은근히 어려워요. 원단 자체가 얇고 바느질이 까다롭죠. 양장에서는 1, 2mm를 다투지 않는데, 한복은 워낙 섬세한 바느질이 필요해요. 게다가 사선도 많고요."

 

그가 바느질한 지 5년 정도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이 한복 바느질을 제일 잘한다는 교만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주변에서도 모두 그렇게 말했으니 아닌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그때 해놓은 바느질을 보면 부족함 투성이다. 다행인 것은 한복 바느질은 나이 들어 힘에 부친 일 없어 사부작사부작 깊어질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갱년기나 우울증 없이 정금주 대표는 나날이 깊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복에 관한 관심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제가 건국대 전통복식디자인학과에서 공부했는데, 지금은 과 이름도 아예 바뀌었더라고요. 젊은 사람들이 한복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서 우리나라 한복을 중국에 뺏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금주한복연구실을 지켜나가기로 마음먹었지만, 이 기술을 전수할만한 전수자가 지금 당장은 없는 상황이다. 

 

"솜씨를 잇는다고 하잖아요. 우리 큰아들이 지금은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솜씨가 괜찮아요. 그래서 엄마 대를 이어서 하라고 하는데, 아들이 '엄마까지만 하세요'라고 해요. 그래도 우리나라의 한복이고, 저도 대를 이어서 한복을 지었기 때문에 계속 대를 잇고 싶죠. 며느리든, 아들이든, 사촌이든 솜씨 있는 사람이면 가르쳐서 이어가고 싶은데, 아직은 마땅한 사람이 없네요."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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