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학개론] 다시금 빛을 발하는 한국적인 아름다움

일흔한 번째 취미, '자개 공예'

강나은 기자 | 기사입력 2022/09/08 [13:40]

[취미학개론] 다시금 빛을 발하는 한국적인 아름다움

일흔한 번째 취미, '자개 공예'

강나은 기자 | 입력 : 2022/09/08 [13:40]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자개 공예는 조개껍데기를 얇게 갈고, 오려 꾸미는 만들기 기법으로, 과거부터 귀하여 여겨졌다. 한때는 자개장롱이 혼수 중 제일로 여겨졌을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 자개장롱의 시대는 저물었지만, 지금도 자개 공예는 보석함으로, 소품 장식으로, 심지어 스마트폰 케이스로도 활용되며 다시금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다. 

 

*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 (사진=진주쉘)  © 팝콘뉴스


낯설어지면서 다시 아름다워진 자개 공예품

 

자개 공예품은 익숙하고도 낯설다. 과거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씩 한 채씩은 있었던 자개장롱이 이제는 낯설기에 더욱 아름다운 공예품이 되었다. 한때는 너무 흔해서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어느 시대에나 자개 공예품은 아름답다 못해 사치스러움의 결정체였다. 진주쉘에서 자개 공예를 가르치는 이영옥 전통 자개 명인은 자개 자체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표현한다. 

 

"자개 공예로 보석함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자개 자체가 보석이라고 생각해요. 고통을 모두 겪어내면서 이를 이겨내고 빛을 발산하는데, 어떻게 보석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이영옥 전통 자개 명인은 어려서부터 자개 가공 집안에서 자라났는데, 육 남매 중에서도 자개를 가장 좋아하고 잘 다뤘다. 그렇기에 자개는 그의 연구 주제이자 취미생활이자 직업이었다. 그렇다 보니 자개가 점차 빛을 잃어가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예전에는 자개농을 하나 만들려면 두 사람이 붙어 꼬박 1년을 만들었어요.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와 인건비가 얼마나 많이 필요하겠어요. 게다가 언제 팔릴지도 모르니 자개 공예는 아름답고 슬픈 일이었죠."

 

▲ (사진=진주쉘)  © 팝콘뉴스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자개 공예가 원데이 클래스로 가능해진 이유

 

자개 공예 재료를 구하려면 번거롭고, 전문적인 밑 처리가 필요하다. 조개껍데기에서 거칠고, 예쁘지 않은 부분은 모두 여러 번 깎아내야 한다. 열을 가하고, 물을 뿌리며 점차 조개 중에서 오색찬란한 부분만을 얇게 남겨낸다. 이것들을 모으고 모아 책받침처럼 자개 판을 만들어낸다. 이 재료를 구하기 힘들기도 하고, 가격이 높을뿐더러 손이 많이 가기에 이전까지만 해도 자개 공예는 전문가, 전문 업체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진주쉘의 이영옥 전통 자개 명인은 자개 공예를 일반인이 취미로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바로 이 자개 판을 똑같은 무늬로 잘라 일반인이 이를 조합해 각각 다른 소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되, 각각 색을 넣었다. 색으로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자개 조각에 입체감을 불어넣은 것이다. 나비도, 풀도, 잠자리도, 꽃도 각각의 색으로 빛나는 비결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모양 조각들과 핀셋, 풀 등의 재료를 담은 키트를 만들어 자개 공예를 가르친다.

 

수강생에게 처음 자개 공예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이영옥 명인은 모두 같은 작품이 나오겠거니 생각했지만, 열이면 열 모두 다른 작품이 나왔다. 누군가는 바람이 부는 풍경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고요한 풍경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 (사진=진주쉘)  © 팝콘뉴스


화상 수업으로 더 범위가 넓어진 자개 공예

 

코로나19 시기에는 자개 공예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과 바다 건너 외국인들에게도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강좌에 나섰다. 이때 강좌가 끝난 뒤에는 강좌에 사용하고 남은 모양 조각을 자신이 붙이고 싶은 소품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에 관심을 두게 된 이들은 강좌를 듣지 않고, 이 키트만을 주문해 자신의 소품을 모두 자개 소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끊겨가던 자개 공예의 명맥은 젊은이들과 외국인으로 인해 다시금 되살아나고 있다.

 

"여분 자개로 냉장고나 자신이 쓰던 트레이 등에 붙이면 새로운 작품이 태어나요. 그러면 기존에 쓰던 물건이 더욱 특별해질 수 있죠."

 

이렇게 강의하다 보면 자개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 하는 대학생들을 만나기도 한다. 자개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이들에게도 이영옥 전통 자개 명인은 단호하게 말한다.

 

"대학으로, 기업으로 강의를 다니다 보면 저에게 제자 삼아달라고 하는 젊은이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동안 고생해서 대학까지 공부시킨 부모들을 생각하더라도 제자로 삼아주기 어렵더라고요. 배우는 비용, 재료 비용이 보통 비싼 것도 아닐뿐더러 이 일을 한다고 해도 돈을 벌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저는 아무 때나 와서 원하는 만큼 자개를 만져보면서 취미생활로 즐기라고 말하곤 하죠. 그렇게 작품활동을 하면서 전시회를 하는 작가들에게 코칭해주기도 하는데요. 자개의 부가가치를 높여준 작품을 볼 때 정말 뿌듯합니다."

 

최근 외국에서도, 기업에서도 자개의 아름다움은 '힙'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한 신용카드는 13년째 자개 장식을 넣어 만들어지고 있고, 수십만 개의 화장품에도 사용되었다. 다시금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자개 공예가 그 빛을 발할 때가 된 것이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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