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쓰레기로부터 미래를 구출한다

(팝콘뉴스=김진경 기자)[* 편집자 주 MZ세대에 속하는 20·30대 중에는 MZ라는 용어가 오히려 좀 진부하게 느껴지고 지겹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X세대로 유명했던 지금의 40대도 그런 말을 했다. 젊다는 칭찬도 참신하다는 장점도 때로는 부담이 된다.

그래도 스타트업이라는 분야를 빛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이들 MZ다. 한 명 한 명의 젊은 사장님들을 만나 그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열정과 비전에 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동년배들은 같은 세대의 열정을 만나서 용기를 얻고 좀 더 어리거나 좀 더 연장자인 사람들도 영감을 받을 기회다.]

▲ 인터뷰 중인 '노프' 김기훈 대표(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노프'는 이른바 B급 상품을 위탁 판매한다. 아니 '구출'한다. '노프'의 판매사이트에서는 상품 판매가 아니라 '구출'이라는 표현을 쓴다. 쓸모 있는 물건들을 쓰레기장으로 가기 전에 재고 창고에서 구출한다. 아직 쓸모가 충분한 물건들이 단지 외양이 조금 떨어진다는 이유로 혹은 유행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당연하게 쓰레기가 되는 세상으로부터 구출하는 것이다. 아직 쓸모가 남은 물건들이 쓰레기가 되는 순간 미래가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미래를 사용할 다음 세대를 위해서, 낭비를 멈추고 돌아보기 위해서 캠페인부터 시작했다.

가장 오래 쓴 물건을 인증하는 '오래쓰기 챌린지', 반찬 등의 식품을 구매할 때 집에서 가져온 용기에 담아가는 '용기내용기 챌린지', 쓰레기 없는 장보기를 위해 장바구니를 쓰는 '장보기 챌린지', 물건을 정리하기 전과 후 사진을 찍어 인증하는 '미니멀 챌린지' 등 다양한 캠페인을 주최해왔다.

그 밖에도 세이브제주바다 선물 전달, 구암중학교 교내 환경 프로그램 후원 등 환경보호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1 '노프'의 첫 발상은 언제 어떻게 탄생했나요?

"2년 전쯤 공동창업자와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한 친환경 문제에 관해 많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특히 제 주변 사람들 조카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 고민을 나눴어요. 그런 고민에서 출발해 제로웨이스트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던 중 다양한 브랜드 대표님과 대화하다가 지금의 'B급 제품 판매'라는 아이디어를 제안받았죠. 저희가 '버리지 않는 방법을 고민한다'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 중이었거든요. 이런 슬로건과 B급 상품 판매가 잘 맞는다는 판단하에 시작했죠."

#2 '노프'의 상품들은 기존의 상품과는 특성이 다소 다른데요. 어떤 방식으로 물건을 수급하시나요?

"지금까지는 저희 쪽에서 먼저 연락하고 이런 취지를 설명하면서 제안합니다. 처음에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판매를 꺼리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아무래도 새 상품이지만 어느 정도 결함이 있는 물건이라 혹시나 판매한 뒤에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보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노프'에서 위탁 판매하는 상품들은 'B급 상품'으로 기존의 소비자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자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할 우려도 있어 수급이 매끄럽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한편 오히려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기업들도 많다. 요즘에는 ESG 지수 등 친환경 가치에 관심을 두고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려는 흐름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뜻이 맞는 기업들을 만날 때도 있다.

▲ (사진=노프 홈페이지) © 팝콘뉴스


#3 사업을 진행하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거래처나 사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첫 구출'의 계기가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위해 업체를 만났을 때였는데요. 업체와 회의 중에 담당자가 갑작스럽게 먼저 결함 상품 판매를 제안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런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수요층은 어느 정도인지 예상을 전혀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제품 업로드 2시간 만에 완판되어 놀랬죠. 그 순간에 처음으로 '이런 판매 방식도 받아들여질 수 있구나' 깨달음을 얻었죠. 그리고 저희가 환경 캠페인을 진행하던 회사에서 상품 판매 쇼핑몰로 전환한 지 몇 달 안 되어서 아직 CS가 미흡한 점이 있는데 그런 면을 고객 쪽에서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있어요. 사입이 아니라 위탁판매고 물품이 소량이라 배송을 1주일에 한 번 일괄 발송하고 있거든요. 이런 불편함에 대해 저희 회사의 취지를 좋게 보시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양해해주시는 편입니다."

#4 창업 초기 자금 마련은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자금 마련은 어떻게 하셨나요?

"제가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캠페인을 시작했고 예비창업패키지에 신청해서 선정된 것으로 지원금을 받아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자금이 크게 소요되지 않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캠페인, 사이트 개발, 마케팅까지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올해까지는 개입사업자로 정부 지원금을 활용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법인으로 전환하고 스타트업 육성 인큐베이터나 투자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 (사진=노프 홈페이지) © 팝콘뉴스


#5 최근 스타트업에서 친환경이 큰 화두입니다. 이런 흐름에 장단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처음 시작할 때 주변에서 '친환경 사업은 돈이 안 된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스스로 자신감과 확신이 있어서 그런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그리고 친환경 키워드로 사업하고자 하는 분위기는 이를 위해 하나라도 노력하는 건 좋은데 마케팅으로만 이용하는 게 아닌가 포장지로만 이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른바 '그린워싱'이라고 하죠."

#6 친환경 사업을 진행하면서 특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 고객들은 사회나 시사 문제에 관심이 높은 편이라 CS 등에는 관대한데 다른 것에 좀 더 디테일하게 의구심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배송 방법과 탄소발자국에 대해 걱정하는 경우라든지, 이런 경우는 업체에서 직배송하는 게 묶음배송보다 오히려 배송비도 절감하고 탄소발자국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해 드리면 납득하시는 편입니다."

상품 입점 회의에서도 종종 이슈가 발생한다고 한다. 비건 화장품을 판매 중인데 육류제품 제안이 들어오는 경우 등이다. '노프'가 내세우는 가치와 업체의 제안이 충돌하면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단호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

#7 노프는 친환경 사업이란 키워드를 통해 최근 좋은 평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단기적인 사업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보다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장기적 목표는 다음 세대를 위해 '버려지는 물건이 없는 세상'입니다. 단기적 목표는 B급 상품 판매할 때 브랜드가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와 협업하는 게 브랜드 평판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되고 소비자 문화도 이런 상품을 구매하는 게 당연해지는 문화가 퍼지는 것입니다. 또 다른 목표는 완제품만 다루는 게 아니라 B급 원자재나 원료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제로웨이스트를 좀 더 철저하게 실천하는 것입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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