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 살기', 소소하지만 성취감 있는 일부터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폭염과 폭우로 힘듦이 많았던 여름을 보내며 학교는 다시 2학기를 시작했다. 3월만큼 설레고 기대되는 시작은 아니지만, 2학기도 새로운 시작이기에 항상 그랬듯이 방학 동안 각종 연수를 받고, 책을 읽고, 빠짐없이 뉴스도 챙겨 보며 다양한 기사와 사회적 이슈를 확인했다. 이 모든 것은 좋은 수업을 위한 연구와 학생들의 진로지도를 위한 만반의 준비였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2학기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런데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사회적 분위기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학교와 학생들의 분위기가 참 많이 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전후로 학교 분위기는 너무나도 달라졌다. 교사 간 대화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혹시 모를 감염의 우려에 마스크를 내리고 차 한 잔 마음 놓고 마시기 꺼리는 분위기이다. 어느 땐 교무실의 적막한 분위기가 숨 막히게 느껴지기도 하고, 교실 내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만나는 학생들과의 대화도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아끼게 된다.

그래서일까? 교실에 앉아있는 학생들도 말수가 줄었고 조용하다. 예전처럼 역동적이지 않고, 장난을 치거나 까부는 친구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지난밤 핸드폰을 만지며 보내느라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서인지 아침부터 엎드려있거나 졸려 하며 소금에 절인 배추보다 더 처져 있는 학생들이 많다. 말을 시켜도 공허한 짧은 응답에 무표정하거나 초점 잃은 눈들을 만나기 일쑤다. 딱한 생각이 들어 아이들을 바라보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된다.

어제 2학기 계획을 써 보는 활동을 하던 중 '갓생 살기'를 하고 싶다는 한 아이의 글이 눈에 띄었다. 글을 쓴 아이에게 물어보니 '알차게 사는 삶'이란 뜻인 것 같다며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접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갓생'에 관해 물어보니 생소해하는 아이들이 다수 있었다. 찾아보니 '갓생'은 부지런한 삶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갓'(God)과 '인생(生)'을 합친 합성어란다.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 또는 일상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얻는 일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을 뜻한다.

덧붙여진 설명에 '생산적인 삶'을 칭하는 MZ세대의 유행어로, 학업 및 운동 등을 열심히 하는 것을 아울러 말한다고 되어있었다. 갓생의 뜻을 찾아보며 MZ세대들은 참 기발한 생각을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발한 생각을 많이 하기에 새로운 신조어들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그리고 어린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은 그 신조어를 가감 없이 받아들여 사용하는 것 같다.

갓생을 살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위해 오늘은 학생들에게 부지런히 살고 수업 시간에 알찬 활동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진로에 관한 신문 기사를 소개했다. '향후 10년 후 일자리 증가 직업'이란 기사 제목이 자신들의 10년 후와 매우 밀접하다는 사실을 인지해선지 제법 눈을 반짝이며 칠판 화면을 응시했다. 청소년 시기의 진로 탐색이 매우 절실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기사문을 다 읽도록 아이들의 시선은 화면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런저런 힘듦 속에서도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학생들에게 자주 묻는다.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가?'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뚜렷한 게 별로 없다. 친구들 앞에서 자신에 대해, 특히 자신의 꿈이나 개인적인 생각들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는 요즘 학생들의 특성상 말로 대답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기에 진로와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쓰기로 생각을 펼치기로 했다.

간혹 묻는 학생들이 있다. 자신이 현재 희망하는 직업이 미래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냐고. 중학생들은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의외로 많다. 또,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진로와 직업에 대한 전망을 내놓은 각종 기사와 서적을 참고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불안하기는 교사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매우 불안해한다. 특히 심하게 방황하거나 우울해하는 학생들을 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안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클수록 방황의 깊이도 깊은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행복한 삶의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게 된다. 가방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아이들의 축 처진 어깨가 펴지고, 힘없이 감기는 눈꺼풀이 번쩍 떠지는 힘찬 2학기가 펼쳐지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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