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이키우기 좋은 서울' 위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발표
맞벌이부부 "일하라고 돌봄 수당 준다면서 소득 기준이 무슨 의미?"

▲ 엄마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가는 영아.(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워킹맘들이 주로 퇴사하는 때가 언젠 줄 아세요? 애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예요. 어린이집은 그나마 종일반이 있어서 퇴근하고 데리러 갈 때까지 어떻게든 애를 맡겨 놓을 수 있는데 학교는 아니잖아요. 학교 끝나면 애가 가 있을 곳이 없어요. 학원 뺑뺑이 돌리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점심밥도 먹여야 하고 사이사이 간식도 챙겨야 하는데 친정엄마가 안 계시거나 도우미 쓸 여력이 안 되는 집은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집에 들어앉는 거예요."

서울시가 '아이 키우기 좋은 서울'을 표방하며 내놓은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가 많은 부모의 관심과 기대를 받는 가운데, 일부 수정돼야 할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맞벌이 부부의 36개월 이하의 자녀를 조부모 또는 4촌 이내 친인척이 돌보는 가정에 매달 30만 원의 돌봄수당을 지원하겠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더불어 맞벌이 가정과 임산부·다자녀 가정에 대해서는 하루 4시간의 가사서비스 지원 방침을 밝혔다.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는 부모 손길이 가장 많이 필요한 0~9세 아이들을 서울시에서 함께 돌보겠다는 각오로 시동 건 사업이다. 특히 부모가 돼 자녀를 양육하며 자녀의 연령과 상황에 따라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에 대한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점을 주목할만하다.

사업은 ▲안심돌봄 ▲편한외출 ▲건강힐링 ▲일생활균형의 4대 분야 28개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최초 1조 9300억 원 예산이 투입되며 5년간 총 14조 7000억 원이 투입된다.

시는 이 사업에 매우 공을 들였다며 자신하고 있다. 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는가 하면 자녀를 양육하며 맞벌이 중인 부모와 인터넷 육아카페 등을 통해서는 사업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했다는 것. 또한 전문가에게 자문했으며 서울시 전 부서와의 수차례에 걸친 회의 등을 통해 프로젝트를 완성에 가깝게 만들었다고.

사업 부문 가운데 맞벌이 부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안심돌봄' 분야.

지금까지는 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고는 어린이집이나 조부모뿐이었다. 마을단위 공동보육, 24시 보육시설 등이 있지만 보편적이지 않아 이용자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맞벌이하는 부모들은 사비를 들여 여러 곳의 학원을 보내거나 집으로 도우미를 불러 부모 공백으로 인한 돌봄시간을 메꿀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맞벌이 부모들의 현실과 심정을 인지, '안심돌봄' 분야 사업에 맞벌이 부부가 바라는 1순위 정책 '긴급돌봄' 및 '공적 돌봄기관 확대'에 맞춘 관련 서비스와 인프라를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견해다.

우선, 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4촌 이내 친인척이 아이를 돌봐주는 집에 아이 1명당 30만 원의 '육아 조력자 돌봄수당'을 지원한다. 민간 아이돌보미를 고용할 때는 시와 협력관계에 있는 민간 서비스 기관에서 이용 가능한 바우처를 동일하게 제공한다.

대상은 36개월 이하 영아를 둔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의 가구이며, 지원 기간은 12개월이다. 내년 1만 6000명을 대상으로 출발하는 사업은 2026년까지 4만 9000명까지 대상 폭을 확대한다.

▲ 서울시가 발표한 '아이 키우기 좋은 서울_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사업은 4대 분야 28개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사진=서울시) © 팝콘뉴스


■ 소득도 나이도 기준으로 둬선 안 돼

많은 맞벌이 부부가 '육아 조력자 돌봄수당' 대상자의 소득 기준인 '기준중위소득 150%'의 삭제 또는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섯 살 딸 쌍둥이와 27개월 아들까지 세 자녀를 둔 엄마 A씨는 "애 맡기고 나가서 열심히 맞벌이하라고 이 사업을 내놓은 것일 텐데 중위소득 150%가 말이 되는 것이냐"며 "일을 하라는 건지 하지 말라는 건지 이건 조금만 생각해도 답이 나오는 건데 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냐"고 물었다.

A씨와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두 살 딸아이의 엄마 B씨 역시 "취지는 알겠는데 맞벌이하는 가정에 중위소득 150%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이해를 못 하겠다"며 "소득기준은 좀 제외했으면 좋겠다. 정말 돈 많은 집은 30만 원 아니라 300만 원 이상을 내고서라도 알아서 아이 돌봐줄 사람 찾는다. 소득 기준은 다시 한번 검토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돌봄 대상이 36개월 이하인 것에 불만을 가진 부모들도 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과 내년 입학하는 연년생 남매의 엄마 C씨는 "아기들이야 당연히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일까지 어느 하나 부모 손길 필요하지 않은 부분 없는 것 모르지 않지만, 초등학교 저학년도 부모가 일하러 나가 있는 시간 동안은 돌봄이 필요하다. 여덟, 아홉 살 애들이 집에서 혼자 밥 찾아 먹고 알아서 학원 가는 건 아니지 않나. 돌봄 대상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여섯 살 자녀를 뒀다는 한 부부는 서울시 홈페이지에 '등·하원 예약, 돌봄센터 예약, 방문돌봄 예약 등을 신청하고 취소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 필요성에 대해서 글을 남겼다.

그 부부는 "아침 출근 시간 7~9시 2시간, 저녁 퇴근 시간 오후 5시~8시까지 약 3시간 하루 약 다섯 시간이 육아 사각지대"라며 "부모들에게는 이 사각지대를 보장받을 수 있는 어떤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심돌봄 서비스 분야의 또 다른 사업 '아픈아이 일시돌봄·병원동행 서비스'는 내년 5개 자치구에서 시범운영 한다. 맞벌이 부부가 가장 필요로 한다는 '등·하원 전담 아이돌봄 지원' 역시 내년 첫발을 뗀다.

365일 24시간 긴급보육 서비스도 강화될 전망이다.

시는 거점형 야간보육, 시간제보육 어린이집 등과 같이 현재 745개소인 '긴급돌봄 제공기관'을 2026년까지 1226개소로 점차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놀이와 돌봄 모두 가능한 '서울형 키즈카페'는 2026년까지 서울 자치구 내 동별 1개소씩 400개소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시는 3~36개월의 '영아전담 아이돌보미'는 올해 260명에서 2026년 1100명까지 확대하고, 어린이집에 12개월 미만의 0세를 전담하는 0세 전담반을 신설해 영아 양육자의 보육 수요를 충족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다.

국공립·서울형 어린이집은 2026년 2640개소까지 확충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서울시내 공보육 비중은 45.3%인데 71.1%까지 높아지게 된다.

안심분야 외 나머지 분야의 대표 사업으로는 ▲편한외출-서울 엄마아빠VIP존 및 가족화장실 조성, 서울엄마아빠 택시 지원 ▲건강힐링-출산맘 행복동행 마사지 및 산후건강관리도우미 지원 ▲일생활균형-육아휴직장려금 120만 원 지원(기준중위소득 150% 이하, 6개월 이상 육아휴직자 대상), 임산부 맞벌이 다자녀 가정에 1일 4시간의 가사서비스 지원(기준중위소득 150% 이하), 어린이집 석식 대상 연장보육(16:00~19:30) 이용 아동까지 확대 등이 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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