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로도 가격으로도 대형마트보다 한 수위, 김포쌀상회

(팝콘뉴스=강나은 기자)김포평야라는 말은 이제 사라진 지 오래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평야는 오죽할까. 벼가 자라던 너른 평야는 새로 지은 아파트로 가득 들어찼다. 아쉬운 것은 품질 좋기로 유명한 김포 쌀의 생산량이 점차 줄어든다는 것. 하지만 여전히 김포에서 난 추청미 김포금쌀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쌀 상회가 남아있다.

가까운 곳, 어쩌면 허름해서 그냥 지나친 곳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왔고, 어쩌면 100년 넘게 이어질 우리 이웃은 가게를 운영하며 어떤 사연을 쌓아 왔을까요. 힘든 시기에 몸도 마음도 지친 소상공인은 물론, 마음 따뜻한 사연 있는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 백년가게: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곳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평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점포.

▲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 팝콘뉴스


매일 청바지 무릎이 마르고 닳도록

1970년 노점으로 쌀을 판매하던 김포쌀상회는 1986년에 가게로 등록하며 그 시작을 알렸다.

"옛날에는 저희 아버님, 어머님께서 장마당에서 노점을 하셨어요. 그러다 우리 바깥양반이 결혼하면서 저와 같이 가게로 들어앉은 거죠."

김포쌀상회의 개업과 함께 신혼생활을 시작한 민영자 대표는 김포쌀상회를 꾸려가면서 집을 장만했고, 오 남매를 모두 키워내 시집·장가까지 보냈다.

"이제 좀 편하게 살까 싶었는데, 2015년에 (남편이) 돌아가신 거야. 그래서 7년째 혼자서 가게를 하고 있어요."

한때 김포쌀상회의 쌀 판매량은 굉장했다. 전반적으로 가게도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쌀 가게에서만 쌀을 팔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많이 팔 때만 해도 청바지 무릎이 해져 며칠을 입지 못했다.

“옛날에는 쌀이 가마니로 나왔잖아요. 가마니를 실을 때, 내릴 때 무릎에 올려놓고 들거든요. 그러니 청바지를 입어도 무릎이 배겨나질 못하는 거야."

돈 버느라 힘든지도 모르고, 뛰어다닌 시절이었다. 김포 내에서 생산되는 잡곡이 부족해 잡곡을 트럭으로 떼어다가 팔기도 했다. 가게 가득 쌀을 쌓아놓고 오는 손님에게만 팔아도 실컷 팔렸지만, 먼 곳으로 배달까지 했으니 김포쌀상회를 찾는 이들은 점차 늘어갔다.

▲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 팝콘뉴스


신도시 주민들은 모르는 김포 쌀집

그러나 쌀 가게가 아닌 다른 가게에서도 쌀을 팔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 슈퍼, 마트는 물론 휴게소에서도 쌀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김포쌀상회를 찾는 고객들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한창 애들 공부를 가르쳐야 할 때, 대형마트가 생기기 시작해서 더 힘들었어요. 마트마다 경쟁이 붙어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니 우리도 거의 남는 거 없이 해서 팔았었죠. 그때는 정말 저금 하나 못하고, 밥 먹고 사느라 바빴다니까."

그러다 점차 조그만 크기의 마트는 줄어들었고, 대형마트를 제외하고는 동네에서 나름대로 크다는 마트 한 곳만 남아있다. 다행히 이 마트에서는 쌀 가격이 낮지 않은 편이기에 아직도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쌀을 판매할 수 있어 고객들은 꾸준히 김포쌀상회를 찾는다. 민영자 대표 역시 욕심내지 않고, 하루에 2만 원만 벌어도 가게에 나온다는 생각으로 매일 가게에 나선다.

"자식들이나 동생들은 저한테 매일 '그냥 가게 문 닫고 놀러 다녀. 왜 미련하게 가게를 끝까지 붙들고 있어'라고 해요. 그런데 이거라도 안 하면 어디에 가서 기웃거리고 있겠어요. 내 가게라도 하면서 상인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사는 게 낫죠."

그러나 김포가 신도시가 되는 바람에 기존에 살고 있던 이들은 이곳을 떠나고, 토박이가 아닌 젊은이들이 이사 오면서 쌀 상회를 찾는 이들은 더욱 줄어들었다. 게다가 아직 동네에 사는 어르신들은 쌀을 사러 직접 나오지 않는 때가 많다. 무게가 있으니 자녀들이 쌀을 주문해 배달오게끔 하기 때문이다.

▲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 팝콘뉴스


판다고 생각하지 않고, 만난다고 생각하며 이어가는 가게

하지만 마트와 비교했을 때, 쌀의 품질 차이는 꽤 크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쌀은 주로 혼합미다. 특히 추청미는 그 가격이 비싸다 보니 주로 혼합미로 판매된다. 그러나 김포쌀상회에서는 다른 품종과 섞지 않은 추청미만 판매한다. 추청미는 투명도가 높고 빛깔이 푸른 빛을 띠며 곱다. 덜 찰지긴 해도 씹는 맛이 있고, 고슬고슬하다. 사람들은 그저 김포 쌀이라면 다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품종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다르다.

"요즘 사람들은 쌀을 많이 안 먹기도 하고, 쌀이 좋은지, 나쁜지, 심지어 비싼지, 싼지도 잘 몰라요. 무조건 마트로 가서 쌀을 사니까요. 그래서 여기에 오시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그 맛이 좋으니까 잡숴보고 또 오시라고 말씀드려요. 그러면 밥맛이 다르다면서 오시는 분들도 있죠."

게다가 김포쌀상회에서는 판매하는 모든 품목의 원산지와 품질 등에 관해 고객에게 정직하게 전달한다.

"고객들이 김포쌀상회는 지역이나 품종을 속여서 장난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손님도 우리를 믿어야 사지, 믿지 못하면 사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쌀이든 잡곡이든 수입은 수입이라고, 국산은 국산이라고 정확히 얘기하고, 수입 중에서도 괜찮은 건 괜찮다고 얘기해주는 게 중요해요."

이 믿음 덕분에 멀리서 찾아오시는 단골도 있다. 그럴 때면 가격도 저렴하게, 덤도 드리면서 한 번 더 찾아달라고 말한다. 그러면 단골은 덤까지 받아 가니 좋고, 민영자 대표 역시 팔아서 기분 좋다. 또한 민영자 대표는 가까운 곳은 접이식 카트에 실어 배달하기도 하고,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은 자전거로 배달하기도 한다.

"운동 삼아 다니는 거예요. 운동도 하고, 돈도 버니 얼마나 좋아요. 내가 돈 벌려고 하겠다면 힘든 거고, 운동하는 겸 간다고 생각하면 즐거운 거죠."[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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