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혼 법제화는 아직...웨딩산업은 열려 있어

(팝콘뉴스=김진경 기자)[* 편집자 주 MZ세대에 속하는 20·30대 중에는 MZ라는 용어가 오히려 좀 진부하게 느껴지고 지겹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X세대로 유명했던 지금의 40대도 그런 말을 했다. 젊다는 칭찬도 참신하다는 장점도 때로는 부담이 된다.

그래도 스타트업이라는 분야를 빛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이들 MZ다. 한 명 한 명의 젊은 사장님들을 만나 그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열정과 비전에 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동년배들은 같은 세대의 열정을 만나서 용기를 얻고 좀 더 어리거나 좀 더 연장자인 사람들도 영감을 받을 기회다.]

▲ (사진=한가람 웨딩플래너 제공) © 팝콘뉴스


미국과 대만을 비롯해 동성결혼 법제화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대한민국은 지정성별 여성과 남성만이 혼인신고를 하고 법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정법원은 이용 못해도 예식장은 이용할 수 있다. 퀴어 커플의 결혼식은 꽤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다.

국내 최초로 이름이 알려진 문화계 인사가 공개적으로 동성 결혼식을 진행한 건 10여 년 전인 2013년, 김조광수(49) 감독과 김승환(30)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의 '어느 멋진 날, 당연한 결혼식'이다. 반동성애 단체가 식장에 난입하는 등 해프닝이 있었지만 배우 류현경과 감독 변영주, 이해영 등 수많은 문화계 지인들의 참석과 축복 속에서 성황리에 치러졌다. 2020년에는 여성퀴어인 김규진 씨가 청혼부터 소위 '스드메'의 전 과정을 기록한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란 에세이가 출간돼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퀴어 커플 전문 예식 서비스인 '프라이드웨딩'을 브랜딩하고 있는 한가람 웨딩플래너는 여성퀴어 커플의 문의가 남성퀴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고 전한다. 2년 전부터 퀴어 커플의 결혼식을 위해 웨딩플래너로 활동해온 한가람 씨의 도전과 지나온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1 '프라이드웨딩' 발상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탄생했나요?

"대학 재학 시절 내내 학생회 소속으로 활동했고 총학생회장직을 수행했습니다. 이후에도 20대를 전부 시민단체 활동으로 보냈습니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면서 퀴어활동가와 교류하게 됐고 그분들을 통해서 예식을 올리고 함께 사는 퀴어 커플을 접하고, 그런 간접 경험을 통해 퀴어웨딩 수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퀴어웨딩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처음부터 아무런 매뉴얼이나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퀴어웨딩이란 미지의 개척지를 시작하기보다는 이미 많은 사례와 시스템이 준비된 협회에 소속되어 기존의 시스템을 퀴어 커플에 맞게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한가람 씨는 현재 사단법인 웨딩플래너협회에 소속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기존의 시스템이 제공하는 자원에 소수자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접붙여서 좀 더 발전된 시스템으로 나아가고 싶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퀴어 고객도 당당하게 기존의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퀴어웨딩 상담고객 중 성사된 고객이 몇 쌍인가요? 레즈비언 커플과 게이 커플 중에서 문의가 더 많은 수요층은 어느 쪽인가요?

"2년 동안 상담한 커플은 서른 쌍 정도입니다. 예식까지 성사된 경우는 4건이고요. 상담 요청부터 예식까지 90%는 여성퀴어 커플입니다. 여성분들이 아무래도 과거부터 결혼식의 중요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학습된 면이 크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3 퀴어웨딩 고객과 이성애 커플을 둘 다 상담하고 있습니다. 퀴어웨딩이 기존의 제도적 결혼에 비해 평균적으로 예산이나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나요?

"이성애 커플이든 퀴어 커플이든 결혼이란 게 워낙 개인 간의 차이가 커서요. 평균적으로 어느 쪽이 예상을 더 많이 쓴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울 듯합니다. 개인마다 원하는 예산이나 상황이 전부 다르니까요."

▲ 인터뷰 중인 한가람 웨딩플래너 (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4 그동안 맡았던 결혼식 준비 과정 중에서 인상에 남는 특별한 일화나 고객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일화로는 어떤 게이 커플의 웨딩촬영 때였는데요. 웨딩스튜디오의 모든 스태프가 모여서 유명 게이 커플 유튜버의 영상물을 미리 공부하고 꼭 저분들보다 멋져 보이게 작업하겠다며 열의를 불태웠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커플분들이 열성적인 태도에 감동해서 눈물을 글썽이자 '신랑님 우시면 메이크업 지워져요! 울지 마세요!'라고 외치면서 화기애애하게 작업을 끝마쳤죠."

스튜디오 측도 퀴어 커플을 촬영한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남성퀴어만의 새로운 템플릿을 만들어야 하는 점이 도전정신을 자극하고 새로운 영감이 됐다. 퀘어웨딩산업이 기존의 다소 천편일률적인 웨딩산업에 어떤 새로운 활기를 주면서 상생할 기회를 엿본 듯하다.

#5 프라이드웨딩이라는 특별한 사업 특성상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이 있으셨나요? 가장 어려웠던 지점이 있다면?

"이성애 커플이라면 웨딩스튜디오와 웨딩홀 예약 등에 있어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면 손쉽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퀴어 커플의 경우에는 웨딩촬영과 예식 모두 프라이빗한 장소를 원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장소를 찾아서 섭외하는 게 난항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어떤 웨딩홀은 가능하고 어떤 웨딩스튜디오는 불가능하고 이런 정보들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최근에는 상담 사례가 누적되고 정보망이 갖춰지면서 상담하는데 수월해지고 있다고 한다.

#6 퀴어웨딩 고객은 일반적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 유치하시나요?

"퀴어 커플은 주로 트위터를 통해 유치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지만 이성애 커플과 퀴어 커플을 포괄적으로 받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고요. 트위터는 퀴어 문화가 발달해서 퀴어웨딩서비스 계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했던 매체 인터뷰 등을 통해서 퀴어웨딩플래너라는 존재를 인지하고 연락을 해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7 한국웨딩플래너협회 소속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프리랜서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퀴어웨딩이란 아이템과 시장은 사실상 현재는 수요를 예측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 수요와 고객이 이어질지 알 수 없는데 그냥 믿음 하나로 밀고 가야 한다는 점이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장점이라면 프리랜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 마음대로 계획하고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겠죠."[팝콘뉴스]

키워드

#MZ벤처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