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양이 에세이스트의 이면...환묘 학대하고 '안락사' 이야기까지

▲ 물에 잠겨 두려움에 떨고 있는 고양이 '시루'.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물을 싫어한다. 고양이 집사들은 이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사진=제보자 제공)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길에서의 인연으로 고양이 집사가 된 이야기를 한 권 책에 담은 20대 에세이 작가가 자기 고양이에게 믿기 힘든 폭언과 폭력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책을 구매해 읽고, SNS로 보여지는 일상에 감동했던 많은 이들이 충격과 배신감에 분노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대학에서 언어학 등을 전공하고 굴지의 기업에 취직해 전망 좋은 집에 사는 등 남부러운 것 없어 보이는 20대 여성 R씨. 그녀가 자신이 반려했던 둘째 고양이 시루에게 한 폭언과 학대로 보이는 정황들이 그녀의 지인들을 통해 가까스로 드러났다.

그간 R씨와 지인들이 메신저 단톡방에서 주고받은 사진과 동영상에는 그녀의 책 제목과는 정반대로 사랑받지 못해 빛을 잃어가는 한 생명의 슬픈 눈빛이 담겨 있다.

R씨는 올 4월 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애초 목표금액인 220만 원보다 350% 많은 770여만 원을 후원받으면서 고양이를 주제로 한 에세이집을 발간했다.

R씨는 프로젝트를 열며 "집사님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거예요. 보드라운 털결, 햇빛을 받아 영롱한 유리구슬 같은 눈, 나른한 기지개, 우다다하는 고양이가 주는 에너지 같은 것을요"라며 "길냥이 입양 비하인드 스토리, 사랑이 가득한 일상, 소소한 반려 팁, 복막염 치료기, 그리고 묘연을 만나는 방법까지 저의 생생한 경험과 느낌을 한 자 한 자 눌러 적은 에세이입니다"라는 소개 글을 띄웠다.

268명 후원자는 평소 R씨와 R씨가 반려하는 두 마리 고양이 미요와 시루에게 애정을 품고 있는 팔로워들로 짐작된다. R씨는 인스타그램에만 4000명 넘는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이번 '시루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R씨는 아픈 고양이 시루에 대한 남다른 희생과 헌신의 자세로 많은 이들에게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보호소에 있던 시루를 R씨가 임시보호 하던 중 복막염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에 수백만 원 후원금이 모일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그녀는 많은 이들에게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사람으로 비쳤다.

그러나 R씨의 고양이 사랑은 거짓이었다. 오히려 R씨는 해를 가했다.

R씨의 책을 사서 읽은 독자와 그녀의 일상에 즐거움과 행복을 느꼈던 팔로워들은 감쪽같이 속은 것이다.

굳게 닫힌 R씨의 집 안은 사실 이랬다.

R씨는 무슨 이유에선지 멀쩡했던 고양이 시루가 기립 불가능해진 다음부터 배변 실수하는 것을 경멸했다. 고함을 치고 악다구니 쓰며 희한하게도 그 장면들을 동영상 촬영했다. 밥을 안 먹을 때는 분노 이상의 화를 냈다. 뿐만 아니라 "죽여버리고 싶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시루가 오래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수시로 내비쳤으며 "안락사시키겠다"고도 했다.

선천적으로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를 물 받아 놓은 세면대에 담가 둔 채 여러 장의 사진도 촬영했다.

분홍색 코를 가진 고양이들은 두렵거나 흥분했을 때 그 색이 짙어진다. 그것을 아는 반려인들은 R씨가 시루에게 한 행동이 씻기기 위한 것인지 학대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때문에 시루가 세면대 물에 빠져 있는 사진은 집사(고양이 반려인을 일컫는 말)들을 울게 했다.

누군가는 "(R씨가 시루) 때리는 영상 있어요?", "직접적으로 때린 장면이 없는데 어떻게 학대예요?"라고 했다는데 고양이와 한집에 사는 반려인들은 안다. 고양이가 어떤 자세일 때 편안함과 행복을 느끼고 또 어떨 모습일 때 불안과 공포 흥분 상태인지를.

R씨는 시루를 겨우 앉아 있을 수 있는 좁은 이동 가방 안에 밥그릇과 함께 넣어 키 큰 가구 위에 올려둔 채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몇 시간이고 가둬뒀다.

며칠씩 본가에 갈 일이 있을 때도 첫째만 데려가고 시루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병원을 찾아 입원시키면서 의사에게 "죽는 일 아닌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직접 카톡에 남긴 대화다. (이 대목은 아픈 고양이를 반려하는 집사들의 공분을 샀다.)

▲ R씨가 단톡방에서 지인들과 나눈 대화들. 시루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사진=제보자 제공) © 팝콘뉴스


이처럼 R씨의 시루 학대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R씨 스스로 남긴 것이다.

R씨와 단톡방에 있던 이들은 시루의 학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시루를 구조하기 위해 R씨를 설득하기도 하고 회유도 했으며 비위를 맞춰가며 R씨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애썼다고 증언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방관자', '똑같은 X들' 등 악플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시루는 동물보호단체 '따뜻한엄마고양이협회(사)'에서 안전하게 구조, 동물병원으로 옮겨 치료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시루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있다.

"안 (쳐)먹어 화가 난다"는 R씨의 메신저 대화 내용과는 달리 시루는 엎드린 상태에서도 밥그릇이 닳도록 잘 먹고 있으며, 아프기 전 사진 속 맑은 얼굴을 찾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시루를 구조하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처음 제보를 받고 이를 단체에 제보한 이부터 시루 구조를 위해 R씨와 매일 몇 시간씩 통화한 단체 등 제보자들과 극소수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작업이 있었다. 그 과정 중 제보자들의 이탈, 시루를 안전하게 구조하고 분리하는 작업과 R씨의 문제를 공론화하는 일 등으로 잠시 마찰이 일기도 했다.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 수면 아래에서 소문이 나며 빨리 공론화되지 않는 것에 분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결국 모두의 생각과 마음은 '동물 학대는 결코 안 된다'라는 것에 있었다.

이 사건, 특히 R씨의 이중성은 최일선 현장에서 학대받은 동물을 구조하는 '팀캣'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공론화하며 알려질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밝혀질 것은 남아있다.

▲ 기립 불능 상태의 시루가 문밖으로 내쫒겨져 웅크리고 있다.(사진=제보자 제공) © 팝콘뉴스


R씨는 보호소에서 시루를 임시보호하기 위해 데려온 것이 아닌 입양계약서까지 쓰고 데려왔다는 것과 입양 5주 뒤 복막염에 걸린 것을 알고 보호소에 불같이 화를 내 두어 차례에 걸쳐 돈을 받아낸 점, 자기 고양이를 마치 임시보호 하는 것처럼 소개하고 스스로 치료해야 마땅한 아이를 후원받아 치료한 것 등이 그것이다.

또한 후원금을 받아 그 후원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기록 또한 R씨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밖에 두 번째 책을 준비 중이었다는 것과 첫째 고양이 미요에게도 간혹 시루에게 한 것과 마찬가지의 행동을 한 것들도 아직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아직 젊고 어린, 앞날이 창창한 여성인데 고작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이렇게 마녀사냥을 해도 되는 것"이냐고.

R은 젊고 어린데다 똑똑하고 부유한 것을 앞세워 많은 이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소위 '펫인플루언서' 지망생이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동물 사랑과 헌신을 보고 그것을 믿어 그녀를 지지했고 그래서 후원금을 보냈다. 돈은 그들의 피, 땀, 눈물이고 믿음이다. 그것을 저버린 사람에게 대중은 어떠한 자비를 베풀어야 할까.

R씨는 시루가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한 날은 현관 밖 복도에 영역 동물을, 그것도 움직이지 못하는 고양이를 내다 놓고 현관문을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닫아버렸다. 그렇게 촬영 종료된 화면에 시루의 모습은 담기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닫힌 현관을 쳐다보고 있을지, 아니면 고개를 땅에 박고 울고 있을지는 시루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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