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래의 민속식품은 '야만적'이어야 하는가? 비인간적인 개식용 문화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김재용 기자)몇년 전 일이다. 유명한 전직 정치인이었던 사람과 식사하게 된 일이 있었다. 좋은 것을 먹자며 나를 어느 식당으로 데리고 갔는데 무슨 오리고기 같은 게 나왔다. 알고 보니 개고기였다. 사람들은 개고기하면 보신탕만 생각하는데 사실 탕이 아니라 이렇게 다른 고기인 것처럼 위장해서 나오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개고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 보니 다른 메뉴인 것처럼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 전직 정치인도 주문할 때 그냥 '그거'라고 했으니 나는 오리고기를 시키는 것으로 알았다. 이런 방식은 개농장이 여전히 번성할 수 있게 한다.

우리의 가족이 된 반려동물

2018년 3월에 발표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는 28.1%로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과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조사에 따르면 27%로 나타났으니 4년 전의 통계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반려동물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동물은 당연히 개(662만)와 고양이(232만)로 총 900만 마리에 달한다. 반려동물은 이제 우리의 삶에 보편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펫산업 역시 증가해서 우리 주변에서 강아지 용품과 동물병원을 쉽게 볼 수 있다.

시대 추세에 부응하지 못하고 한 편에서는 개고기 식문화가 유지되고 있다. 외국에서도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국내 일부에서는 개고기 식문화는 우리의 전통적인 관습이기 때문에 남의 전통적인 식문화를 두고 비판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서양인의 우월주의적 문화편견이라며 한국 고유의 음식문화임을 내세운다. 보신탕은 예로부터 여름철 허해진 기운을 보충하는 우리 특유의 관습이라는 것이다. 옛날에는 워낙 몸보신할 음식이 부족했으니 개고기가 보신용으로 최고의 음식이었을 테지만 수많은 음식이 충분히 공급되는 지금 시대 추세에 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관습이라는 것은 분명히 시대에 맞는 가치를 내포하고 있을 때 유지, 보존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서양인의 개고기 식문화 비판을 오리엔탈리즘의 틀로 비판하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다. 개고기 식문화 속에는 동물생명 경시, 동물학대, 잔인한 도축 과정 문제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당연히 모든 음식문화는 그 사회의 역사문화적 산물로 특수성을 지니고 있지만, 세계화 시대 인류문화의 보편적 논리와 윤리성도 중요한 것이다.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반발로 특수성을 절대화하면 보편적 윤리 기준이 모호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개고기는 이미 그 사육과 유통과정에서 동물학대와 생명 경시의 모습을 보인다.

충격적인 개농장의 사육 실태

2018년 기준으로 대한육견협회에 따르면 전국 식용개 사육 농가는 약 11만 7000가구로 추산된다. 사육농민과 유통, 판매 등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만도 150만 명가량이라는 것이 협회 측 설명이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정진경 대표가 2018년 국회 개식용 종식 입법 국회 토론회에서 고발한 자료에 따르면 사육 실태가 가히 충격적이다. 개를 사육하는 농장에서는 대부분 흙바닥 위에 세워진 철제 케이스를 축사로 이용한다. 이를 뜬장이라고 한다. 뜬장은 땅바닥에서 떨어져 있어 개의 배설물이 그대로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자주 청소할 필요가 없다. 이는 사육인에게는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위생적으로 불결함을 초래한다.

또한 케이지 내부 공간은 개 한 마리가 겨우 서 있을 정도의 작은 크기다. 거기다가 개의 종류를 구별하지 않고 2~3마리를 함께 넣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개들끼리 서로 공격하고 죽이기도 한다. 이 자체가 심각한 동물학대인 것이다. 0.5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다른 종류의 개들끼리 이유도 모른 채 서로 물고 뜯고 하는 지옥도를 상상해 보자. 이 것은 인간의 돈벌이를 위해 만들어진 지옥이다.

게다가 뜬장은 일반 가축의 축사처럼 벽이나 지붕이 없다. 눈, 비, 뜨거운 햇빛이 개에게 직접 들이닥친다.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귀여운 개가 무슨 잘못이라고 개에게 이런 고통을 가하는지 모를 일이다. 개농장의 개들은 쓰레기 음식을 먹고 산다. 음식물 쓰레기를 '짬'이라고 하는데 이 짬은 보통 일반음식점에서 돈을 받고 받아온다. 규모가 큰 개농장은 1천 마리의 이상의 개를 보유하고 있는데 짬을 싼값에 받아온다. 농장주는 개 사료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음식점에서 짬을 수거해가는 업자들의 90% 이상이 개농장주들이라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치울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하는 환경부 입장에서도 자기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에 은근히 눈을 감아 준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이 유지되는 데에는 이러한 이해관계의 고리도 얽혀 있는 것이다.

우리 전래의 민속식품은 '야만적'이어야 하는가?

이렇게 비위생적인 짬밥은 개의 생명에도 치명적이다. 보통 상하거나 양념이 강한 음식은 개의 장에 무리가 되기 때문에 수없이 죽음을 초래한다고 한다. 개농장에서 사육되는 개들은 이렇게 사료로 부적합한 쓰레기를 먹으며 살아간다. 이렇게 사육된 개의 도축 방법은 너무 잔인하므로 넘어가도록 하자.

최근 종교적 차원에서도 개고기 살생 과정의 생태윤리적 접근을 하고 있다. 동물에게도 살아있는 동안에 고통 없이 안락한 삶을 누릴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요새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개는 더 이상 동물의 개념이 아닌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신이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 되었다. 사육 방식의 비윤리성, 잔인한 도살방법, 조리과정과 유통과정에서의 비위생성을 보면 더 이상 개고기가 우리 전래의 민속식품이라는 포장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는 주장이 타당성을 얻어가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제 개농장에 대한 법적 규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만에서는 2017년에 아시아 국가 최초로 개고기와 고양이 고기 섭취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의 통과로 유통업자에 대한 벌금이 두 배로 인상되었고,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이용해 반려동물을 옆에서 끌고 가는 행위도 금지되었다. 법안을 어긴 사람은 거액의 벌금형이나 징역 2년 형에 처할 수 있다. 또한 가해자의 이름과 사진 등의 신상 정보가 공개될 수도 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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