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번째 취미, '민화'

(팝콘뉴스=강나은 기자)박물관에서 볼 법한 민화를 내가 직접 그리고, 색칠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한지에 자연 친화적인 물감을 사용해 도안대로 그려내면, 어느새 고풍스러운 그림이 완성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광고 문구처럼 이제는 K-art의 시대를 맞이해 한국적인 그림에 빠져보자.

*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 (사진=교야작업실) © 팝콘뉴스


서양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민화

민화는 서양화와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매력을 자아내는 비결은 색감에 있다. 민화에 사용되는 물감은 인공 물감이 아닌 자연 친화적인 물감으로, 발색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한지와 어우러져 눈과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민화는 장식화이기 때문에 작품 자체가 멋스럽고 예쁘다.

민화의 또 다른 특징은 민화에는 그림의 소재에 따라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잉어는 출세를 기원하거나 축하의 의미로, 호랑이 그림은 잡귀를 물리치거나 액을 막는 용도로, 십장생은 장수를 기원하는 염원으로 그린다.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으니 풍수 인테리어에 더하기도 제격이다.

민화를 찾는 이들의 나이대 역시 점차 젊어지고 있는데, 이에 따라 최근에는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그리는 모던 민화가 사랑받고 있다. 취향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2030에서는 민화를 직접 그려서 의미 있는 선물로 전하거나 이색 데이트로 민화 그리기를 체험하기도 한다.

▲ (사진=교야작업실) © 팝콘뉴스


쉽게, 느릿느릿하게 민화를 그리는 시간

현재 원데이클래스 등으로 배울 수 있는 민화는 도안이 미리 그려져 있어 그림에 소질이 없어도 쉽게 배울 수 있다. 이렇게 민화를 배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게 된다.

민화를 그리는 데 필요한 주재료는 한지, 채색 물감, 붓, 아교액, 그림 도안, 물감 접시 등이다. 도안 위에 한지를 올린 뒤에 비치는 도안을 따라 그림의 본을 떠 밑그림을 그린다. 이후에는 여기에 채색하기 시작한다. 이때 사용하는 분채 물감은 접착제 역할을 하는 아교액과 배합한 것으로 민화 특유의 색감을 낸다.

교야작업실의 권봉교 작가는 '이렇게 도안을 따라 그려도 그리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른 작품이 나온다'라고 말한다.

"도안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같은 그림이 나오겠다고 예상하지만, 그리는 이가 자유롭게 색을 선택하거나 조색하여 입히기 때문에 그림의 분위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물론 숙련 정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초보자의 성취감이 다른 취미에 비해 매우 높은 것이 민화의 매력 중의 하나입니다."

다만 민화는 한지에 물감을 여러 번 중첩하여 그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른 그림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하는 붓질이 지루하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느림의 미학을 즐기며 자신의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해보자.

▲ (사진=교야작업실) © 팝콘뉴스


K-Art로 만나는 색다른 색감의 위로

요즘 K-Pop,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 등 세계인에게 한국 예술이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때 가장 한국적인 예술이라 할 수 있는 민화는 K-Art로 불리며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수강생이 그린 민화를 보고 매력을 느끼는 외국인도 많아지고 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수강생이 코로나19로 인해 재택 근무할 때 외국 직원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었는데요. 그때 수강생 뒤로 민화 그림이 보였는데, 외국 직원들이 관심을 많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동남아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한류 드라마 중 사극에서 본 병풍과 닮은 그림이라면서 수채화나 유화와는 다른 느낌이라며 무엇으로 그리면 이런 색감이 나는지, 종이는 무엇을 사용하는지 물어봤다고 합니다."

굳이 외국인과 만날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자기만족을 위해 민화는 취미로서 제 역할을 한다. 학창 시절 이후 그림을 그려본 적은 없지만, 색감이 예뻐서 조심스럽게 수강 신청했다는 한 수강생은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회사를 그만두게 되어 우울한 나날을 보내다가 민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수강생은 첫 작품을 완성했을 때 '자신이 그린 것이 맞냐'며 스스로 감동하고 뿌듯해했다. 이후 그 수강생은 집안 곳곳에 민화 작품을 걸고, 최근에는 가족과 지인에게 민화를 선물하며 마음을 위로해주는 즐거운 취미로 민화를 즐기고 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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