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용산공원 부지, 120년만 시범개방..."시민들 품에 잘 돌려줬으면"

15일 오전 11시, 비 오는 용산공원 시범개방 부지 르포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2/06/15 [14:50]

[르포] 용산공원 부지, 120년만 시범개방..."시민들 품에 잘 돌려줬으면"

15일 오전 11시, 비 오는 용산공원 시범개방 부지 르포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2/06/15 [14:50]

▲ 임시개방 닷새째를 맞은 15일 용산공원 공개 부지에 방문한 시민들의 소망을 담은 바람개비 무리가 잔디밭 한편에 꽂혀 있다. 전면의 바람개비에 '공정', '정의' 등의 열쇳말이 적혀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용산공원 시범개방 부지는 비 오는 날씨에도 나들이를 나선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가이드를 따라 이동하는 시민들이 분주하게 부지를 소개하는 가이드의 목소리를 좇았고, 공원 한편에 마련된 푸드트럭과 벤치를 이용해 동행인과 간식을 먹는 시민들도 있었다.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 잔디밭에 펼쳐진 바람개비 무리 앞에서 사진을 찍는 시민들의 얼굴 위로 웃음꽃이 피어났다.

 

15일 오전 시범개방 닷새째를 맞은 용산공원을 찾았다. 해당 부지는 120여 년 전 일본이 원주민들을 적정한 이주보상 없이 이주시키고 강제수용한 땅으로, 이후 일본의 군사기지, 미군의 군사기지를 거쳐 지난 2020년 12월 우리 정부에 반환됐다.

 

이날 공원에서 만난 시민들은 "시민의 세금으로 꾸리던 공간이 드디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며 기쁜 마음을 내비치는 동시에, 현 정부가 용산공원 개방과 인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을 '소통'을 취지로 이행한 만큼, "국민에게 귀 기울이는 정부가 돼 달라"는 바람도 전했다.

 

■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시민 공간...잘 가꿔나갔으면"

 

이날 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동호회 단위, 회사 동료와 나들이에 나선 이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친구와 나들이 차 공원을 찾은 이 모 씨(30대, 동대문구)는 "임시개방하고 언제 또 개방할지 몰라 미리 와보는 게 좋을 것 같더라"며 "(인상 깊었던 점은) 길이 이국적이었다. 건물도 그렇고, 걷기도 좋았다. 빨리 정식개방이 됐으면 좋겠고, 나중에 정식개방할 때는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감상을 밝혔다.

 

친구와 방문한 김 모 씨(30대, 강남구) 역시 "이제 반환받은 땅이고, 그간 와 볼 수 없는 곳이지 않았나. 호기심으로 왔다"며 "얼마나 예전 모습이 남아있는지도 궁금하고, (현재 정부에 순차 반환 중인) 미군기지 부지가 전부 반환되면 (그 부지가) 또 어떤 모습이 될지 가늠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를 표했다.

 

▲ 이번 시범개방에는 반환부지의 3분의 1이 포함됐다. 나머지 3분의 2는 정식개방 시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 팝콘뉴스

 

시범개방인 만큼, 정식개방 시 일부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시범개방에서 공개된 부지는 전체 반환 부지의 3분의 1 비중으로, 정부는 정식개방 시 입장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하고, 개선사항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해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회사에 연차를 내고 공원을 찾았다는 민연규 씨(40대, 성북구)는 "비싸 보이는 소나무가 많은데, 보존이 잘 돼 있더라. 살려서 공원을 잘 만들면 좋겠다"면서도 "아직은 그늘이 없어서 나무를 더 심어야 할 것 같고, 집무실 앞뜰은 개방감이 덜 한 느낌이 있더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이제까지 이 부지 미군부대들을 유지하지 않았나. 이제 우리가 누릴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잔디밭 한 편에 남아있는 무인석과 문인석(묘 앞에 세우는 문관 모양 돌). 일본의 강제 수복으로 조상의 묘지를 이전하게 된 원주민들이 묘 대신 남겨놓은 묘의 흔적이라는 설명이다  © 팝콘뉴스

 

■ 흰 바람개비에 적어 낸 '건강', '물가안정', '화합' 소원

 

이날 일부 시민들은 현 대통령 집무실 앞뜰 공간 입장 차례를 기다리면서, 인근 바람개비 공원 '국민의 바람정원'에 비치할 바람개비에 소망을 적어내기도 했다. 대통령 집무실 앞뜰 공간은 시간별로 일정 인원만 현장 방문 예약 방식으로 입장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바람개비에 '건강하게 잘살아보자'고 적었다는 채모 씨(65, 서대문구)는 더 쓰고 싶은 내용이 있냐는 질문에 '물가안정'이라고 대답했다.

 

"옛날에 미군들이 썼다고 하기에 얼마나 잘 쓰고 돌려줬는지 궁금해서 왔다"는 채 씨는 "지금 물가가 너무 비싸다. 물가를 못 잡는데, 죽어 나갈 지경"이라며 정부에 바라는 점을 덧붙였다.

 

온라인으로 예매해 방문했다는 이순모 씨(71, 고양시)는 "집무실 앞에서 데모(집회)하고 그러는데, 처벌하기보다는 서로 화합하고 용서하면 좋겠다. 뭐든지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잘 살 것인지 고민해야지, 자꾸 싸움하면 안 될 것"이라며 "후세를 어떻게 잘 먹여 살릴까,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고민하는 게 어른이 할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 용산공원 대통령실 앞뜰 입구 앞에서 시민들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팝콘뉴스

 

한편, 용산공원 부지 임시개방은 오는 19일까지 진행된다. 예약은 매일 2시 온라인으로 가능하며, 시간대별 선착순으로 마감된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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